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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나우져 Jun 05. 2020

민주당과 통합당의 프레임 전쟁

일하는 국회 vs 협치

[정치 낙서장] 정치부 일간지 기자가 듣고, 보고, 느낀 그대로를 적습니다. 고쳐쓰기를 최대한 지양하고 직관적으로, 읽기 쉽운 '정치 낙서장' 입니다.



일하는 국회냐 협치냐.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기싸움이 한창입니다. 민주당은 일하는 국회를, 통합당은 협치와 상생을 강조합니다. 양당은 매번 회의때마다 각각 '일하는 국회'와 '협치'를 밥먹듯이 반복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이유는 아닙니다. 이 두단어가 향후 양당의 정당운영을 좌우할'프레임'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21대 총선 승리로 민주당은 177석의 막강한 힘을 가지게 됐습니다. 정의당과 무소속 의원을 포함하면 개헌을 제외하고는 못할 일이 없습니다. 


관건은 법안 통과 속도에 있습니다. 민주당은 과거152석(열린우리당 시절) 당시의 상황과는 다르다고 말합니다. 177석이라면 18개 상임위원회의 상임위원도 과반수 이상을 가져가게 됩니다. 즉, 미래통합당을 무시한채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는 뜻입니다. 과거 152석 시절에는 상임위원 과반수는 가질 수 없었습니다.


'일하는 국회=법안 통과'와 일맥상통합니다. 미래통합당이 굳이 협조하지 않는다면(=일하지 않겠다면) 우리의 갈길을 가겠다는 뜻입니다. 코로나19로 위기상황 속에서 '협치'라는 관행을 이유로 과거와 같이 발목잡힐 시간이 없다는 정당성을 내세웁니다. 통합당이 굳이 협조하지 않더라도 상관없습니다.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소기의 성과를 확인한만큼, 야당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과실을 모두 차지할 수도 있습니다.


통합당이 주장하는 '협치=과실을 달라'는 뜻과 같습니다. 177석의 슈퍼여당에 이대로 주도권을 내준다면 통합당이 들어갈 틈은 갈수록 없어집니다. 과실은 상임위원장이 될수도 있고, 각 사안에서 자신을 협상파트너로 상대해달라는 뜻도 있습니다.


협치 프레임은 민주당의 '독주' '오만함' 프레임을 씌우는데 효과적입니다. 177석의 여당이 통합당을 배제한채 국정운영을 한다면 자연스럽게 민주당은 독주와 오만함 프레임에 갇히게 됩니다. 여당이 통과시킨 법안이 경제활력을 불어넣지 못할 경우, 이러한 실기 역시 통합당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협치는 "우리의 얘기를 좀 들어다오. 시간을 좀 주면 안되겠냐. 과실을 함께 나누자"라는 뜻과 같습니다. 통합당이 보수의 재건을 위해서는 주도권을 지나치게 뺏기지 않으면서, 할말은 하는, 대신 민주당과 적당히 타협해야하는 3가지 숙제를 풀어야 합니다. 


현재 상황상 칼자루는 민주당이 쥐고 있습니다. 일하는 국회라는 프레임 자체가 선점하는 이미지가 협치에 앞서고 있습니다. 통합당이 민주당에 협조하지 않으면 현재와 같이 높은 정부여당의 지지율에서, 통합당은 일하지 않는 정당이란 이미지를 갖게 될 수 있습니다. 5일 통합당 의총에서 개원에라도 협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은 이러한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이 주도권을 이끌고 가는 상황에서 잘못하면 통합당에게는 또다시 '발목잡기'라는 말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통합당이 총선에서 대패하고 김종인 위원장이 있는만큼 통합당이 선제적으로 민주당에 반대하기는 힘든 상황입니다.


민주당은 당분간 주도권을 행사할 것입니다. 통합당이 민주당의 주도권 행사에서 어떤 빈틈을 찾을지 주목해봐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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