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7일의 글.
혼자 멀뚱이 서있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때 한 사람이 지나갑니다.
반가운 마음에 손을 들어 인사를 건넵니다.
그런 내 모습을 본 그 사람이 소스라치듯 놀라며 외칩니다.
“당신 위험하게 뭐 하는 짓이에요.”
“저는 그저 인사를 건넨 것뿐이에요.”
“당신 손에 칼이 들려있잖아요.”
예리하게 날 선 고함에 깜짝 놀란 나는 고개를 젓고 그것은 암기가 되어 날카롭게 파고듭니다.
“당신의 손을 보세요.”
당황한 손 끝 차가운 감촉이 느껴집니다. 낯선, 예리하게 갈린 하얀빛과 같은 칼이 내 손에 쥐어져 있습니다.
어쩔 줄 몰라하는 나에게 어디선가 나타난 다른 사람이 천둥과 같이 외칩니다.
“지금 위험하게 뭐 하시는 거예요!”
“이건 제 칼이 아니에요.”
떨리는 내 목소리에 오히려 화가 난 듯 그것은 벼락이 되어 모든 것을 뒤흔듭니다.
“당신이 들고 있는 건 총이에요.”
순간 생전 맡아본 적 없는 쇠의 비릿한 냄새가 코 끝을 스쳐 지나갑니다.
어느새 내 손에는 낯선, 초라하고 낡은 빛바랜 한 자루의 총이 쥐어져 있습니다.
두려워진 나는 눈을 감고 외칩니다.
“이건 제 총이 아니에요.”
탕-
총성과 같은 내 외침은 닿는 곳 없이 메아리치듯 공허하게 울립니다.
메아리가 잦아들 때 즘 알 수 없는 누군가가 멀리서 외칩니다.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있어요. 당신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아.”
감았던 두 눈을 살며시 뜹니다. 내 두 손은 공허하기만 합니다. 무너지는 감각.
보이지 않는 총.
사라진 칼.
텅 빈 손.
적막.
마치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나는 왜 이곳에 서있었나요.
내 손에는 무언가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모르겠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건지 이미 떠나간 건지
알 수 없어 주변을 둘러봅니다.
다시 혼자가 되었습니다. 어쩌면 처음부터였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