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1년, 그러나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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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도예를 배운 지 1년이 되었어요.
그럼에도 여전히 저에게 도예는 어렵고 새롭고 어떨 땐 힘들고 그러다 재미있고
씁쓸한 좌절을 맛보기도 달콤한 기쁨을 맛보기도 하고 있어요.
이전에 붓시유를 배운 후 직접 유약을 사서 붓시유로만 유약작업을 했었는데
그러다 보니 원하던 대로 색이 안 나오기도 얼룩덜룩해지기도 했어요.
항상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는데 공방 원장님이 그런 저를 보시곤 어느 날
'덤벙시유하고 붓시유로 덧칠하면 좀 더 얼룩 없이 잘 나올 수 있을 거예요.'
저에게 덤벙시유를 해도 된다고 알려주셨어요.
이전까진 덤벙시유는 공방에서 해줘야 하는 것인 줄만 알았는데 제가 직접 해도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덤벙시유하는 방법도 배웠어요.
덤벙시유는 보통 커다란 플라스틱 통에 보관되고 있어요. 기물을 퐁당 담글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유약의 양이 적으면 막대기나 손으로 저어도 되지만 많을 경우에는 아무래도 힘이 드니 믹서 같은 기계를 이용해서 가라앉아있는 유약이 잘 섞이게 풀어주는 작업을 먼저 해야 해요.
(아, 물론 덤벙시유도 붓시유처럼 물시유를 먼저 해줘야 해요. 물시유를 먼저 해주고 덤벙시유작업 준비를 하면 돼요.)
유약이 잘 섞이면 기물을 유약에 덤벙 담가주면 되는데 기물의 사이즈나 모양에 맞는 덤벙시유용 집게를 이용해 기물을 집어준 후 담가주면 돼요. 만약 기물의 사이즈가 작아서 집게로 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손으로 잡아서 기물을 덤벙 담가주면 됩니다.
안 쪽까지 유약이 잘 들어갈 수 있게 옆으로 기울이면서 담가주는 게 좋아요. 그리고 유약이 안 쪽까지 잘 묻은 것 같으면 꺼내주면 되는데 안에 유약이 남아있지 않게 아래쪽을 향하게 꺼내서 조금 마를 수 있게 시간을 주는 게 좋아요. 살짝 마른 것 같으면 합판 위에 올려두면 되는데 집게의 날카로운 부분이나 유약이 흐르면서 마른 자국들이 있을 거예요.
그런 자국들은 유약이 더 마른 뒤 손으로 아주 살살 문질러주면 가루가 생기면서 구멍이 흐려져요. 자국들도 살살 문질러주면 옅어집니다.
만약 손으로 잡아서 덤벙시유한 경우는 손가락에 유약을 묻혀서 빈 부분에 톡톡 찍어 발라주면 돼요.
큰 자국이 아닌 이상 유약은 재벌하면서 녹기 때문에 자국이 어느 정도 사라진다고 해요.
너무 세게 문지르면 유약이 밀리거나 벗겨질 수 있기 때문에 정말 살살 힘을 거의 주지 않고 해야 해요.
만약 덤벙시유를 하다가 기물을 통 안에서 떨어트린 경우에는 그 충격으로 유약이 밀리거나 벗겨질 수 있기 때문에 아예 다시 해주는 게 좋다고 해요.
물로 유약을 다 닦아낸 후 물기가 날아가게 며칠간 기물을 말리고 다시 유약작업을 해줘야 예쁘게 유약이 나올 수 있다고 해요.
덤벙시유를 다 하면 이것도 동일하게 밑에 굽 부분에 뭍은 유약을 닦아내줘야 해요.
이렇게 덤벙시유까지 배운 저는 좀 더 유약작업의 폭이 넓어졌어요.
그렇게 나온 저의 도자기들을 보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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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벙시유로 무광백유를 발라 배경으로 깔아주고 접시 윗부분만 붓시유로 눈꽃유를 발라주었어요.
확실히 눈꽃유만 발랐을 때와 전혀 다른 색이 나오더라고요. 생각했던 결과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 제일 마음에 들게 유약이 나와줬어요.
이것도 덤벙시유로 무광백유를 발라 배경으로 깔아주고 윗부분에 눈꽃유를 발라준 건데 접시랑 다르게 색이 나왔더라고요. 접시는 눈꽃유가 많이 녹아 흘러내린 것 같았는데 이 미니화병은 거의 흐르지 않고 그대로 굳은 것 같았어요. 이건 제가 생각한 대로 유약이 나오긴 했어요.
이것도 덤벙시유로 무광백유를 발라 배경으로 깔아주고 포인트로 라벤더유약을 붓시유로 덧칠해 주었어요.
라벤더유약은 이번에 처음 사용해 본 거여서 녹아서 흐르면 어떡하지 걱정되었는데 그대로 굳어서 나왔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예쁘게 꼼꼼히 바를 걸 싶었지만 그래도 귀여워서 마음에 들었어요.
이것도 덤벙시유로 무광백유를 발라 배경으로 깔아주고 붓시유로 라벤더유약을 전체적으로 덧발라 주었어요.
부분 부분 포인트로만 발라줄까 싶었다가 전체적으로 발라준 거였는데 색상이 푸르스름하게 예쁘게 나왔어요.
자세히 보면 하얀 결정들이 보여서 마음에 들었어요. 다음에는 포인트로 부분 부분 발라주는 것도 해보려 해요.
이 그릇들과 잔은 붓시유로만 작업한 거예요.
녹색유를 배경으로 3번 발라주고 은하수유를 1번 이중시유로 한 거였는데
마지막에 덧바른 은하수유 때문인지 아니면 녹색유가 그런 건지 생각했던 것보다 유약이 밑으로 너무 많이 흘러내렸어요. 윗부분은 연하고 아랫부분으로 갈수록 진해지고 뭉쳐있는 유약을 볼 수 있어요.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르게 색이 나와서 정말 아쉬웠어요.
역시 배경으로 깔아주고 싶다면 덤벙시유를 해주는 게 가장 베스트인 것 같아요.
아니면 정말 시간을 들여서 꼼꼼하고 두껍게 붓시유를 해줘야 하거나요.
도자기를 배울수록 가장 어려운 건 유약인 것 같다는 점이에요.
중심잡기도, 물레성형도, 굽깎기도 쉬운 작업은 아니지만 과정과 결과가 눈에 보이고 확인이 가능한데
유약은 가마에 들어가서 나오기 전까지 어떤 결과가 나올지 확신할 수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결과물로 나왔을 때 더 감정이 좌지우지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매력적인 것 같기도 해요.
요즘의 저는 큰 기물을 만들기 위해 원통연습을 하고 있어요.
매번 작은 기물만 만들 수 없기도 하고 큰 항아리를 만들어 보고 싶기도 해요.
이렇게 또 다음 단계로 나아갈 준비를 하는 것이 요즘 저에게 큰 시련이기도 풀기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지만 두근거리는 설렘이기도 행복한 즐거움이기도 해요.
이렇듯 여전히,
저의 물레는 계속 돌아가고 있어요.
벌써 배운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 시작이라는 느낌으로
앞으로도 계속 끝나지 않을 저의 도예기.
다음에 또 덤벙, 소식 전하러 올게요.
그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