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먼스 마케팅의 한계 여부는 업무 우선순위 설정에 달려있다.
개인의 경험이 바탕이 된 글로 주관적인 견해가 많이 들어가 있는 글입니다. 업계 특성상 정답이 없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 감안하고 읽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들어가며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이 중요해지고, 실시간으로 각종 전환율 지표들을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 환경이 구축되기 시작하면서 데이터 기반의 마케팅, 즉 퍼포먼스 마케팅이 큰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직관이 아닌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 결정을 하고 성과가 좋은 매체에 마케팅 예산을 집중하며 각종 지표들을 개선해 나갈 수 있게 된 것이죠.
하지만 최근들어 퍼포먼스 마케팅의 한계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들리곤 합니다. "돌고돌아 결국은 컨텐츠가 답이다"라는 말이 마케터들 사이에서 자주 언급되는 걸 보면 퍼포먼스 마케팅의 한계에 대해 다들 한번쯤은 생각해보는 것 같습니다.
보통 퍼포먼스 마케팅의 한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들어보면 "리소스 투입을 중단하면 아웃풋도 현저히 감소하는게 퍼포먼스 마케팅이다", "개인정보가 중요해지면서 각종 매체들의 정책 변경으로 인해 광고 성과가 많이 떨어졌다" 등의 근거를 제시하곤 합니다.
물론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각종 광고 매체 성과들이 전체적으로 떨어지고 있고 마케터가 꾸준히 리소스를 투입하지 않으면 광고 퍼포먼스는 그새 떨어지고 마니까요. 하지만 이러한 근거로 퍼포먼스 마케팅에 한계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퍼포먼스 마케팅의 핵심 업무를 각자가 다르게 정의하기 때문에 나오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위에 물어보거나, 마케터 면접에 들어가 "퍼포먼스 마케터가 하는 일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라고 물어보면 이런 대답이 가장 많이 들려오곤 합니다. "퍼포먼스 마케팅이요? 음... 광고 성과 최적화 하는 일 아닐까요?"
많은 마케터들이 퍼포먼스 마케팅의 메인 업무를 '광고 성과 최적화'로 정의하곤 합니다. 실제로 여러 기업의 채용 공고를 봐도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요. 퍼포먼스 마케터의 주요 업무가 광고 성과 분석 및 최적화, 각종 지표 개선 작업에 많이 쏠려있는 듯 합니다. 관련 자료들이나 강의들을 들어봐도 광고 세팅 방법, 광고 성과 개선 방법 등의 내용들이 많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생각하는 퍼포먼스 마케팅의 핵심 업무와 그에 따라 퍼포먼스 마케터가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적어보고자 합니다. 퍼포먼스 마케터로 일하다 보면 흔히 빠질 수 있는 ROAS 지표의 함정을 예시로 들어가며 글을 써볼까 합니다. 다른 지표들은 추후에 작성을 해보겠습니다.
미리 드리고 싶은 말을 적자면, 이 글을 읽고나서 '그동안 내가 지표의 함정에 빠졌었구나, 이게 퍼포먼스 마케팅의 한계였어'라고 단편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아니라 퍼포먼스 마케팅의 역할을 다르게 볼 수도 있구나 정도로 받아주셨으면 합니다.
쉽게 빠질 수 있는 ROAS 지표의 함정 (ROAS : 광고에 지출된 비용 대비 발생한 총 매출액)
퍼포먼스 마케터들이 종종 빠지는 지표의 함정 중 대표적인 것이 ROAS 입니다.
가끔 이런 질문들을 받기도 합니다. "ROAS 잘 나오는 매체 하나만 추천 받고 싶은데 뭐 없을까요?", "ROAS 몇 % 정도 나오세요? 이정도면 ROAS 수치 잘 나오는 건가요?"
이러한 질문들은 사실 정답이 없는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이런 질문이 나오는 이유는 ROAS 지표가 그만큼 의사결정에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고, 잠깐의 성과 부스팅을 통해 단편적인 문제 해결이 급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ROAS는 업종마다, 서비스마다, 매체마다, 시기마다, 상황마다, 또 다른 어떤 변수마다 다릅니다. 어떤 분야의 서비스이고 어떤 매체인지에 따라 다르며 고관여/저관여 제품, 성수기/비성수기, 이벤트/프로모션, 예산의 크기에 따라서도 달라지는 지표입니다.
만약 페이스북 Paid 광고를 돌리는데 ROAS가 300%가 나왔고, 이를 나름 괜찮은 성과라고 판단했다고 해보겠습니다. 하지만 이게 페이스북 광고 매체가 우리 서비스에 잘 맞다고 생각하여 예산을 증액할 수 있는 판단 근거가 될 수 있을까요?
저는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페이스북 매체 보다 더 성과 좋은 매체가 있지는 않을까? 지금 나오는 ROAS 300%가 페이스북만의 성과가 맞을까? 이미 다른 매체를 통해 충분히 구매 의사가 있었던 고객이 우연히 구매 전 페이스북 광고를 봤기 때문에 성과가 좋게 나오는 건 아닐까?
물론 이런 생각들을 잠시 내려두고 정말 성과가 좋은 매체라고 판단했다고 해보겠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 의사결정도 참 어렵습니다. 성과가 좋았던 이유가 콘텐츠를 잘 만들어서인지, 타겟을 잘 설정해서인지, 기본 문구나 제목의 카피가 좋아서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개선해 나가기 위해서는 꽤나 많은 가설 수립과 테스트, 회고의 과정들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ROAS가 직관적으로 나오는 서비스이고 전환 목적의 광고를 많이 돌린다면 그나마 의사결정이 빠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앱설치 목적의 광고라던지, 인지 목적의 광고인 경우를 생각해보면 판단하기가 더욱 어려워집니다. 특정 광고를 집행했을 때, CPI(앱 설치 1회에 들어간 비용) 성과는 좋더라도 CPA(특정 행동 1회에 들어간 비용) 성과가 안 좋을 수도 있고, 해당 광고로 들어온 고객들의 LTV(Life Time Value : 고객 생애 가치)나 리텐션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 외에도 정말 다양한 이유로 인해 우리는 의사결정의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요.
여러 광고 매체들이 광고 성과를 과하게 측정하여 보여주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매체 입장에서야 당연히 광고주가 광고를 많이 할 수록 좋기 때문에 성과를 좋게 보여주려고 하겠지만 이를 분석하는 마케터 입장에서는 간접 전환, 직접 전환, 성과 기여 모델 등을 어떻게 바라보냐에 따라 광고 성과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보다 정확한(?) 광고 성과 분석을 위해 많은 기업들이 고도화된 어트리뷰션 툴을 사용하는 것이기도 하죠.
한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면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앱 스크린샷 AB테스트(스토어 상의 앱 설명 이미지)를 세팅한 다음날부터 갑자기 Organic (자연 유입) 으로 들어온 고객들의 앱 내 이벤트 수가 크게 감소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앱 스크린 샷 AB테스트(어떤 앱 스크린 샷에서 앱 설치가 더 잘 일어나는가) 결과는 신규 세팅한 앱 스크린 샷이 더 성과가 좋게 나오고 있던 상황이라, 도대체 왜 Organic 지표가 이렇게 떨어졌는지 의문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테스트중인 앱 스크린샷 이미지가 설치 전환율은 높였을지 몰라도 앱 내 이벤트 전환율은 높이지 못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추후 내린 결론은 동일 기간에 진행했던 검색광고의 T&D가 개선됨으로 인해, 기존에 Organic으로 들어왔을 고객이 광고를 통해 더 많이 유입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서비스로 자연 유입될 가능성이 충분하였던 고객이 광고를 클릭하여 들어온 경우 광고 성과로 측정되기 때문에 우리는 광고 성과에 대해 과대 평가를 하는 실수를 할 수 있는 것이죠.
ROAS 안 나오니까 예산 좀 줄일게요
ROAS가 또 함정이 많은 판단 지표인 이유에는 광고 예산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10만원 광고비로 5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 보다는 1000만원의 광고비로 3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이 훨씬 좋다는 건 누구나 알지만 이를 ROAS 지표로 비교했을 때에는 10만원 광고비로 50만원의 매출을 올린 것이 좋아 보이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ROAS 지표만 보고는 아무런 판단을 할 수 없는게 사실입니다.
마케팅 예산을 늘리다보면 광고비를 더 이상 쓰기 힘들거나 광고비를 증액하는 것이 오히려 손해인 지점이 올 수 있습니다. 이를 흔히 광고 예산 한계점이라고 부르곤 하는데 저는 이 지점 전까지는 빠르게 광고 예산을 증액해가며 서비스를 확장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어느정도의 확장을 하고나서 광고 소재, 전달 메시지, 타겟, 세팅 방법 등을 더 깊게 테스트하며 ROAS 를 최적화해나가는 작업에 몰두하는 게 서비스를 빠르게 키우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물론 특정 광고 매체가 얼마나 우리 서비스와 핏이 맞는지를 파악하는 것도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 예산을 증액해 나가는 것 외에 광고 성과 최적화 작업 역시 동시에 진행되어야 합니다.
다만, 여기서 하고 싶은 말은 한정된 시간 속에서 세부적인 메시지 하나, 단어 하나, CTA버튼 하나까지 가설을 세워가며 AB테스트를 하고, 이러한 업무에 더 큰 우선 순위를 잡아가는 것에 대해서는 한 번쯤 뭐가 더 좋은 방향인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말입니다. 특정 매체 내에서만 무한 AB테스트를 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업무로 가져가게 되면 더 큰 임팩트를 낼 수 있는 마케팅을 진행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네이버 검색광고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검색광고(키워드 광고) 매체에서 퍼포먼스 마케터들은 더 좋은 성과를 위해 소재 테스트, 확장소재 테스트, 입찰가 관리 등을 통한 최적화 작업을 진행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키워드 확장이 더 임팩트가 크고 우선적으로 가져가야 할 업무일 수 있습니다. 또한 검색어 기반의 광고가 잘 통한다 싶으면 우리 서비스가 의도가 있는 고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제품일 가능성이 크고, 따라서 다른 검색광고 매체로 확장하거나 바이럴마케팅, SEM마케팅 등으로도 빠르게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반복적인 테스트보다 어떻게 하면 서비스를 빠르게 키울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뭐 어떻게 하라는 건데?
지금까지 ROAS 지표를 바라볼 때 빠질 수 있는 함정에 대해 적어보았습니다. 이렇게 글을 적으면서도 그대로 실천하기 힘든 이유는 바로 우리 모두가 한정된 예산을 운영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다양한 매체로 확장하여 테스트를 해보려고 해도 저희에게 주어진 예산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기존 매체들에서 최소한의 예산으로 최대한의 성과를 얻어내야만 하죠.
하지만 한정된 예산을 깰 수 있도록 의사결정자를 설득하는 과정에 좀 더 시간과 노력을 써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아니면 광고비를 덜 쓰고 최대한의 마케팅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우선적으로 가져가보는 건 어떨까 생각합니다.
업무 우선 순위를 설정할 때에는 지금 우리의 현 상황과 목표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광고비를 많이 쓰고 있는 상황에서 광고 최적화가 잘 안되어있다면 성과 개선을 위한 업무들이 임팩트가 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광고비를 많이 쓰고 있지도 않은데 광고 성과 최적화 작업을 우선 순위로 잡아버리면 아무리 성과를 개선한다 하더라도 투여한 시간 대비 큰 임팩트를 가져갈 수는 없는 것이죠.
따라서 업무 우선순위를 정할 때에는 퍼포먼스 마케팅적인 접근보다는 좀 더 넓은 범위에서의 마케팅적인 접근 방식을 통해 업무 우선순위를 설정해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광고 성과 최적화에서 조금만 시선을 돌려도 해야 할 일들과 할 수 있는 일들이 정말 많기 때문입니다.
항상 고객을 쫓으며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지, 임팩트가 큰 일은 무엇인지를 묻고 또 물어보는 연습을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