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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도혁 May 16. 2022

저는 갑자기 마케팅팀 팀장이 되었습니다.

첫 번째 어려움, 채용 

제목 그대로다. 눈 떠보니 갑자기 마케팅팀 팀장이 되었다.


2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팀장을 할 수 있으신지, 그리고 하고 싶으신지


인사 팀장으로부터  갑자기 훅 들어온 질문이었다.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지? 당황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답을 이어나갔다. "음... 할 수 있다고 자신할 문제는 아닌 것 같고, 저도 처음이니 해봐야 알지 않을까요? 그리고 하고 싶다고 하고, 하기 싫다고 하지 않을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제가 필요하다면 해야하는 거고, 해보면 잘하게 되겠죠."


그렇게 나는 갑자기 한 IT 스타트업 회사의 마케팅팀 팀장이 되었다. 그것도 경력 1년 5개월 만에 말이다.


팀장을 맡게 된 건 정말 갑자기였다. 기존에 마케팅팀을 끌어주던 팀장님이 갑자기 퇴사를 하게 되었고 우린 아무런 계획 없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었다. 당시 상황은 참 눈물 없이 보기 힘들 정도로 열악했다. 마케팅팀을 제외한 모든 팀들은 서울에서 근무하고 있었고 마케팅팀 세명만 부산의 작은 사무실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사무실 계약기간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고 당장 서울로 올라갈 지, 아니면 퇴사를 할 지 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다른 방도가 없었다. 일단 임시로 팀장을 맡았고 팀장 회의에 참석하고자 서울 출장을 온 날이었다. 


"대표님, 서울로 올라오겠습니다."


서울에서 더 큰 경험을 하라는 대표님의 말씀에 상경을 결심했다. 부산에서도 참 좋은 사람, 좋은 기회가 많았기에 고민이 많았다. 여러 선택지중에 어떤 방향이 좋은 길인지는 알 수 없었고 물론 지금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당시에 내가 끌리는 건 서울로 올라오는 거였고 내 결정을 번복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대표님에게 바로 확답을 드렸던 것 같다.


그렇게 서울에서 마케팅팀을 처음부터 다시 꾸려나가게 되었다. 


팀장은 나, 그리고 팀원도 나 혼자였다. 그렇게 한 달, 혼자서 마케팅 업무를 도맡아 진행했다. 혼자 일하니까 외로웠지만 돌이켜보면 이 때가 제일 편했던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재미는 없었다. 





"스스로 고민해 판단하고 알려주세요."


인사적인 부분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서 대표님께 도움을 청했다. 대표님은 어떤 역량을 가진 사람을 생각하고 계시는지, 저 말고 더 경력많은 팀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진 않는지 여쭤보았다. 돌아오는 대답은 "스스로 고민해 판단하고 알려주세요." 였다. 내 결정에 따라주시겠다고 충분히 생각해보고 알려달라 하셨다.  


내 결정을 존중해 주시겠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었지만 우리팀과 나를 이끌어줄 팀장이 필요한 건지, 아니면 내가 팀장을 하는 게 맞는 건지를 결정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팀 리딩 경험이 부족했기에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하지만 회사의 성장 속도나 여러가지 측면을 고려해봤을 때 우선은 팀장급을 뽑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고 해볼 수 있는데 까지는 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팀원 채용을 하기로 결절했고 앞으로의 팀 빌딩에 있어 큰 고민에 빠졌다. 


내가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채용을 진행했던 방식은 기존 마케팅팀 조직 구성의 문제는 무엇이었고 우리가 잘하던 것, 잘 못하던 것은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지금 우리 조직과 마케팅팀에는 어떤 역량을 가진 사람, 어떤 인재가 필요한 지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1. 우리 서비스, 제품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

2. 고객이 찾는 컨텐츠를 발굴해 풀어내는 능력이 좋은 사람

3. 마케팅이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이 일맥상통하는 사람

4. 새로운 시도에 대해 망설임이 적은 사람

5. 배움과 성장에 대한 욕심이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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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나열하다 보니 끝도 없었다. 나 조차도 모든 나의 바램에 해당하는 사람이 아니면서 좋은 사람이 들어오기를 희망했다. 돌이켜보면 참 이기적인 생각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채용은 생각보다도 더 쉽지 않았다. 마케터는 정말 많았지만 우리가, 그리고 내가 찾는 마케터는 많지 않았다. 채용의 중요성에 대해 정말 깊게 공감하기에 꼭 좋은 사람을 뽑고만 싶었다. 내가 팀원일 때는 다른 사람의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보며 객관적인 판단이 쉬웠던 것 같은데, 팀장으로서 바라볼 때는 오히려 판단이 더 힘든 느낌이었다. 당장에 채용이 급했고, 포트폴리오를 보다 보면 뭔가 드러나지 않은 장점이 있지 않을까? 괜한 관대함을 가지기도 했던 것 같다. 


채용을 진행해보며 느낀 점이 참 많다. 크게 3가지로 


1. 급한 채용은 위험하다.

이 정도면 내가 원하던 분이 맞지 않나? 이 분이 그나마 제일 괜찮은 거 같은데? 라는 생각으로 채용을 하지 마라. 정말 필요한 사람, 처음에 생각했던 사람을 뽑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타협 하지 말자. 채용은 타이밍이다. 그 타이밍을 기다릴 수 있는 여유가 있을 때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준다. 

 

2. 이력서와 포트폴리오에서 잘 보이지 않는 역량에 대해 관대함을 가질 필요는 없다.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는 지원자의 역량을 보며 우리와 핏이 맞는지 판단 할 수 있는 문서이다. 해당 문서 안에 담겨있는 역량이 뭔가 애매하고 부족하게 느껴진다면 그건 그냥 부족한 것이 맞다. 아쉬울 순 있지만 더 좋은 사람을 기다리자.    


3. 필요한 역량과 인재상에 대해 수치화 할 필요가 있다.

필요한 역량과 인재상에 대해 수치화하여 평가하라. 특히 있어빌리티에 낚이지 말자. '오, 이런 경험도 우리 회사에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이 든다면 그건 애초에 팀장인 내가 이번 채용에 있어 필요한 역량 정의를 정확하게 하지 못한 것이다. 평가하고자 하는 항목을 명확하게 하고 그 부분을 수치화하여 평가하자.

 



그렇게 채용에 대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총 3분을 채용했다. 사실 3분을 채용하는 것도 무려 4개월이 걸렸다. 힘들었던 만큼 이제 뭔가 제대로 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앞만 보고 성과를 향해 달리기만 하면 될 줄 알았다. 


허들이 이렇게나 많을 줄은 꿈에도 모른채...


투비컨티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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