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속가능경영의 문법이 바뀐다
최근 한국회계기준원(KSSB)이 마련 중인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의 윤곽이 드러나며 국내 ESG 경영은 중대한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2026년 이후로 예정된 의무화 일정과 IFRS S1·S2와의 정합성 확보는 이제 ESG가 '하면 좋은 홍보'가 아닌 '반드시 입증해야 할 재무적 가치'로 편입되었음을 의미합니다.
KSSB 기준이 ISSB(IFRS S1, S2)와 높은 수준의 정합성을 갖춘 것은 매우 고무적입니다. 이는 국내 기업들이 해외 투자자들과 소통할 때 동일한 '데이터 문법'을 사용하게 됨을 뜻합니다.
지배구조-전략-위험관리-지표 및 목표라는 4대 핵심 요소를 축으로 하는 공시 체계는 기업 내부의 의사결정 프로세스 자체를 재설계하도록 요구합니다.
특히 제101호 추가공시사항은 한국 특유의 정책 환경(정부 지원 사업 등)을 반영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합니다. 이는 글로벌 기준을 준수하면서도 국내 기업만의 차별화된 지속가능성 스토리를 시장에 전달할 수 있는 전략적 도구가 될 것입니다.
의무 공시 시점이 연기된 것을 '시간을 벌었다'고 안도하기엔 상황이 녹록지 않습니다. 공시의 핵심은 '결과'가 아닌 '데이터의 신뢰성'에 있기 때문입니다.
Scope 3의 도전: 온실가스 배출량 등 전 산업 공통 지표가 의무화됨에 따라 공급망 전체의 탄소 데이터를 관리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습니다. 이는 단순한 산출을 넘어 공급망 실사 대응 역량과 직결됩니다.
법적 책임의 무게: 경제계가 우려하듯, 정량화된 비재무 정보가 사업보고서 수준의 공신력을 갖게 될 때 발생할 수 있는 '그린워싱' 리스크와 법적 분쟁 가능성에 대비해야 합니다. 지금의 유예기간은 '휴식'이 아니라, 데이터 거버넌스와 내부 통제 시스템(Internal Control)을 구축해야 하는 골든타임입니다.
산업계에서 제기하는 사업보고서(3월)와 지속가능경영보고서(6월)의 발행 시차 문제는 단순한 행정적 불편함이 아닙니다. 이는 재무 데이터와 비재무 데이터의 결합(Integrated Reporting)을 위해 기업 내부의 결산 프로세스가 완전히 통합되어야 함을 시사합니다.
또한, 외부 검증 비용과 시스템 구축 비용은 중단기적으로 수익성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비용'으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고도화된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갖춤으로써 자본 조달 비용(Cost of Capital)을 낮추는 투자로 인식하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의 확정은 우리 기업들에게 '투명성의 시험대'이자 '경쟁력 재편의 기회'입니다.
데이터 통합 시스템 구축: 엑셀 기반의 수동 관리를 벗어나, 실시간으로 환경·사회적 지표를 트래킹할 수 있는 디지털 ERP 체계로 전환해야 합니다.
공급망 협력 강화: 공시 의무가 대기업부터 시작되지만, 그 데이터의 완성도는 협력사(중소·중견기업)의 데이터 수준에 결정됩니다. 공급망 전체의 ESG 역량 상향 평준화가 시급합니다.
이사회 역량 강화: 공시 체계의 첫 번째 요소인 '지배구조'를 충족하기 위해, 이사회가 ESG 리스크를 실질적으로 감독하고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실질적인 거버넌스 작동이 필수적입니다.
결국, 새로운 공시 기준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기업만이 글로벌 자본 시장에서 '신뢰할 수 있는 투자처'라는 강력한 지위를 확보하게 될 것입니다.
참고기사
전경련 글로벌 ESG 공시 기준 우리 기업에 과도한 부담 우려 |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