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10) Bleu du Sevres
석고를 영어로 플라스터 Plaster라고 한다. 한편, 영국에서는 석고를 조금 더 길게 Plaster of Paris라고도 부른다. 처음에는 그 이유를 잘 몰라서 특정상표가 고유명사가 된 것처럼 파리에서 생산되는 상표인가 막연한 추측만 했다. 어떤 이들은 프랑스에서 석고몰드를 이용한 도자기 제작방식을 발전시켰다고 해서 그렇게 부른다고도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은, Plaster of Paris라는 이름은 도자기 제작에 쓰이는 석고가 프랑스 파리 몽마르트 석고광산에서 채굴되었다고 해서 그렇게 불린 것이었다. 몽마르트 언덕에 석고라니. 여행에서도 파리에서 석고의 흔적조차 본 적이 없는데 상상도 안되었다. 사실 파리는 예전부터 석고와 석회암이 풍부한 곳으로 1886년 반 고흐가 그린 ‘몽마르뜨 언덕의 광산과 풍차 Montmartre the Quarry and Windmills’ 라는 그림도 있다. 그림 아래쪽에 보이는 하얀색 부분이 석고광산을 묘사한 것이다. 석고 광산에서 채굴된 석고는 몽마르트 풍차에서 빻았다고 한다. 풍차에서 크루아상이나 바게트에 쓰이는 밀가루만 빻는 것이 아니었다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도자기를 만들며 석고를 사용한 사람이라면 석고가 얼마나 쉽게 부스러지는 지 알 수 있다. 지금은 건축기법이 많이 발달해 몽마르트 지역에 건물이 많지만, 당시에는 약한 석고층을 보강할 수 없어서 잘 무너져 건물이 들어서지 못했다고도 한다.
#프랑스낭만도자기
세브르 도자기를 요즘 ‘인스타 감성’으로 이야기하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프랑스 도자기에서 느끼는 감성과 달리 도자기 제작과정은 낭만적이지만 않다. 노동의 결과는 아름다움으로 표현되지만, 그곳에 느낌 가는 대로 마음이 가는대로 도자기 만드는 사람은 없다. 단계마다 철저한 계획과 실험이 선행되고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면 제품화된다. 설령 즉흥적인 느낌의 붓 자국이 있을지라도 그 표현 뒤에는 철학과 스토리가 있다. 다만, 몇 백년을 거치며 체계화된 공정과정과 색, 흙 조합 레서피 등이 모두 기록으로 남아있는 까닭에 밖에서 바라보는 도자기 만드는 과정은 꽤 낭만적이라고 할까. 이 낭만은 복합적인 결과이지만, 세브르의 색은 그 출발점이 된다.
1) 파이앙스 Faience
16세기에 프랑스에는 이탈리아 파엔자 Faenza로부터 ‘파이앙스 faïence’라고 불리는 새로운 도자기가 전해졌다. Blue 시리즈 (7),(8)에 소개된 델프트 도기와 같이 산화주석이 첨가된 불투명한 유약을 도기위에 시유하고 장식하는 기법이 바로 파이앙스이다.
이탈리아 도공들이 이주하면서 16세기 말 프랑스 중부의 느베르 Nevers에는 최초로 요업소가 자리 잡게 되었다. 1750년까지 프랑스 도공들은 파이앙스 도기를 가르켜 ‘de grand feu’ 라고 했는데 에나멜로 장식하는 값비싼 제조기법인 ‘petit feu’의 반대말이다. 성형된 기물에 유약을 입히고 그림을 그려 한 번에 고온에 소성하는 방법이다. 델프트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방식으로 도기표면에 나타낼 수 있는 색은 하얀색, 파란색, 초록색, 노란색, 보라색 빛이 나는 흑색, 황토색으로 한정되어있었다. 한 시대의 ‘잇템‘으로 찬란하게 꽃피우던 파이앙스는 자기의 발전과 함께 자연스럽게 그 자리를 내어주게 되었다.
2) 자기 Porcelain
유럽의 자기 제작은 주로 왕실 중심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이루어졌다. 익히 알려진 대로 프랑스 국왕 루이 15세와 그가 사랑했던 마담 퐁파두르는 포셀린의 열렬한 지지자였다. 당시 프랑스에서는 여전히 포셀린 흙을 만드는 필수 요소인 고령토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을 때였지만, 그럴수록 더욱 지원이 필요하다고 여겼다. 흥미롭게도 당시 프랑스에는 생클루 Saint-Cloud와 상티 Chantilly 도자기요업소가 있었는데 그 둘을 제치고 뱅센느 요업소 Manufacture de Vincennes 의 제조를 장려하기로 하고 1745년부터 왕실에서 지원한다. 1751년 마담 퐁파두르는 뱅센느에서 보다 현대적이며 매력적인 기법을 만들도록 주문하고 로카유양식을 더욱 발전시킨다. 1756년 공장은 세브르 지역으로 옮겨오고, 1759년 국왕 자신이 유일무이한 소유자라고 선포하고 지금까지 세브르는 프랑스 국가 소유로 남아있다.
세브르는 프랑스 파리 남서쪽 지역 오드센주에 있는 현존하는 세계 유일의 유럽 관요로 1740년 설립되어 단 한 번도 민간에 운영권이 넘어간 적이 없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가보겠지만, 필자가 다녀온 때는 바캉스 시기라서 공장이 일반인에게 개방되지 않았다. 공장을 가보지 못했지만 대신 박물관은 꼼꼼히 둘러볼 수 있었다.
박물관은 Pont de Sèvres 지하철역에 내려 걸어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이다. 메트로 역에 내리면 도자기 고장답게 세브르 공장을 소개한 그림 타일을 볼 수 있다. 박물관을 들어가면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이 영상으로 도자기 만드는 체험이다. 굉장히 세세한 공정을 배우며 나만의 도자기를 가상으로 만들어볼 수 있다. 세브르 도자기 만드는 과정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Manufacturing Technique of Soft-paste Porcelain
1) 화병 디자인 및 스케치
2) 흙 준비하기 (Frit 73%: Alicante Soda, Calcined gypsum, Alum(whiteness), Salt, Sand from Fontainebleau Calcareous earth(body of porcelain) 27% : Marly Limestone from Argenteuil, Chalk, Water)
3) 흙반죽은 8~10달 동안 와인통에 담아 숙성시킨다.
4) 흙이 준비되면 물레와 같은 기계인 맨드럴 Mandrel에 놓고 모양을 잡아 형태를 만든다.
5) 날카로운 도구를 사용해서 형태를 마무리한다.
6) 화병 손잡이, 바닥 등은 몰드를 이용해 따로 제작하고 꽃은 손으로 직접 만든다.
7) 각 부분을 연결한다.
8) 1100~1200도에서 초벌소성한다.
9) 사포를 이용해 매끈하게 다듬는다.
10) 에나멜러enameller는 에나멜을 준비한다.(Sand from Fontainebleau, water, potasth, vinegar, soda, Lead Oxide)
11) 에나멜 시유 후 900~1000도에서 재벌한다.
12) 족제비 털로 만든 두꺼운 붓를 이용해 색을 칠하고(stippling) 다시 900도에서 굽는다.
13)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꽃이랑 잎사귀 등에 색을 입힌다. 아라비아 고무액을 살짝 섞어서 사용
계속 여러번 번조한다.
14) 계속되는 소성 중에 에나멜이 부드러워지고 색이 잘 나타난다. 색을 바르면 바를수록 올라와서 어떤 장식은 약간의 낮은 부조처럼 나타나기도 한다.
15) 마지막으로 수금을 입힌 후 700도에서 굽는다.
16) 가마에서 꺼내면 금은 무광이기 때문에 잘 문질러서 광을 내고 마무리한다.
Bleu en Lapis
Bleu en Lapis는 어둡고 깊은 남색 계열로 약간의 보라색 느낌도 나는 파랑이다. 18세기 전반에 걸쳐 유행했던 색으로 뱅센느 포셀린 공장에서 사용했던 초창기 색을 ‘en bleu lapis’ 혹은 ‘M. Helot’s bleu.‘ 라고 불렀다. 파란색을 내는 스톤 라피스 라줄리 Lapis Lazuli에서 색 이름이 유래했고, 중국의 청화안료를 따라 만들었다고 전해 내려온다. 초창기 색이라 그 후의 안료보다는 고르지 못한 것이 특징이고 무유 소성된 기물에 바로 색을 입혔다.
Bleu de Sèvres
1778년 세브르에서 사용하는 시그니처 파란색을 이야기한다. 넓은 붓을 이용해 기물위에 얇은 레이어를 만들고 말리고 그 위에 입히는 것을 반복하면 blue granite라고 불리는 두꺼운 층이 완성된다. 처음 칠할 때는 붓 자국에 의한 스크래치가 나타나지만 3번 정도 반복하여 레이어 만들면 혼합되어 독특한 깊은 색으로 표현된다.
Beau Bleu / Bleu Nouveau
세브르 특유의 깊고 어두운 파란색으로 유약을 소성한 후에 장식한다. 1768년부터는 이 색을 beau bleu라고 하고 1763~68년 사이에는 bleu nouveau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Bleu Céleste
스카이 블루 색으로 영어로 번역하면 heavenly blue 즉, 천상의 빛이다. 오묘한 파란색이 인상적인데 Saxon Blue 혹은, Saxon Green에서 유래한 것이다. 색손 블루, 그린은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독일 마이센 포셀린 공장에서 유래한 색이다. 1750년에 세브르에서 일하기 시작해서 화학실에서 세브르 색을 담당 한 Jean Hellot이 마이센 공장에서 있었을 당시 사용한 색으로 마이센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측된다. 이 색은 루이 15세가 주문한 다이닝 서비스를 위해 처음 만들어졌다. 1753년이 되어서야 베르사유 뉴 이어 세일에 처음 진열된 색으로 세브르 색 중에서도 가장 비싸다고 알려져 있다. 이 영롱한 파란색을 내기 위해서 원료도 외국에서 수입하는 것은 당연했고 들어가는 노동력과 화학식도 다른 파란색과는 달랐다 한다.
세브르 박물관에는 상설전시도 진행하는데 2014년에는 피카소의 도자기 상설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사진 촬영이 허락되지 않아 사진을 남길 수는 없었지만, 작가가 사용했던 도자기 몰드뿐만 아니라 도자기작품과 발전양상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다량의 작품을 선보였다. 작년 2017년에 열린 ‘L’Expérience de la couleur‘도 눈여겨볼 만하다. 퐁피두센터 등 유명 도자기 기관 등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한 결과를 전시한 것으로 작가들이 세브르도자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페인팅, 사진, 유리, 섬유, 건축, 디자인, 화장품, 푸드 등으로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도자기를 컨템프러리 아트 컨셉 안에서 다른 재료에서 어떻게 재해석할 수 있을지 보여주는 전시였다.
세브르 박물관을 둘러보다 보면 색은 장식의 일부뿐만 아니라 하나의 주제로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세브르의 색을 담은 형태는 오래되고 지금은 박물관 속 유리상자 안에서 진열되어 있지만, 그 빛은 사용자의 역사와 함께 농익었다. 세브르 도자기에는 앞서 다룬 시그니처 파란 계열 뿐 만 아니라, 퐁파뒤르 부인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분홍복숭아 색을 닮은 퐁파두르의 로즈 Rose Pompadour, 애플그린 베르폼 Vert Pomme, 노란 수선화의 뜻을 지닌 Jaune Jonquille도 있다. 어느 하나 고귀한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이 없다. 화려함 뒤에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하다. 도자기를 단순히 실용적인 그릇, 장식품으로 생각하기에는 흙이 써 내려간 역사와 색이 남긴 흔적이 우리에게 많은 속삭임을 들려준다. 알고 보면 정말 재미있는, 도자기 색에 담긴 그 속삭임을 이어나가 보자.
참고자료
- Joanna Gwilt, French Porcelain for English Palace: Sevres from the Royal Collection, Royal Collection Publications, London, 2009
Carl Christian Dauterman, Sevres Decorative Porcleain, The Metropolitan Bulletin, May Issue, 1960
- 프랑스 도자 명품전, 국립중앙박물관, 통천문화사, 2000
- The French Porcelain Society, http://www.thefrenchporcelainsociety.com/about-us/ground-colours
- Cité de la Ceramique https://www.sevresciteceramique.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