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9) Wedgwood Blue: Jasper
자스퍼웨어는 웨지우드에서 1770년대 발명한 흙의 한 종류로 약 1200도에서 소성하는 스톤웨어이지만, 포셀린의 한 종류나 도기라고 하기도 한다. 흙이 독특하고 다른 곳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웨지우드만의 빛이다.
웨지우드에서는 1774년 수천 번의 시도 끝에 무유 스톤웨어 흙을 완성하는데 기본은 백색계열의 흙으로 색이 쨍하지 않고, 그중에서도 파랑은 파스텔 톤의 고상한 색으로 웨지우드 블루라고도 불린다.
자스퍼라는 이름은 벽옥 광물의 이름을 따라지었다. 실크로드의 교역품으로 알려져 있고 대표적인 자스퍼 흙의 파란색뿐만 아니라 빨강, 노랑, 갈색, 그린 등의 색을 가지고 있다. 사실은 빨간색이 가장 많다고 한다. 오래전 웨지우드 인턴을 하면서 자스퍼 컬러 팔레트를 선물로 받았는데, 그것을 만지작거리며 생각해보니, 다양한 자스퍼의 색은 광물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에 대한 역사적인 근거는 없지만 우연인 듯 필연인 듯 돌의 빛이 흙으로 표현된 것을 보니 서로 다른 재료를 넘나드는 빛의 흔적이 놀라울 뿐이다.
또한 자스퍼는 릴리프 장식이 들어간 웨지우드에서 만든 그 스타일 자체를 나타내는 말로도 쓰이는데 정교하게 부조로 조각된 스프리그sprig는 주로 하얀색으로 색이 들어간 기물 색 위에 붙여서 무유소성한다.
스톤웨어
엷은 파랑, 진한파랑, 초록, 라일락, 노랑, 검정, 하양
무유소성
18세기 영국에서는 건축에서부터 고대 그리스와 로마 양식의 표현이 건물, 인테리어, 장식품 등에 모두 사용되었고 18세기 후반에 점점 더 열기가 올라서 19세기는 신고전주의(neo-classicism) 시기가 온다. 자스퍼웨어에서도 장식은 신고전주의 양식을 대부분 따랐는데, 부조를 만들고 몰드를 각각 따로 만들어 흙에 반 건조되었을 때 부착하는 방식을 이용했다. 자스퍼로 만들어진 도자기는 화병, 카메오, 초상화 메달리온, 단추 등 매우 다양했다.
SPRIG 스프리그
낮은 부조를 조각하고 몰드를 만들어, 흙을 밀어 넣어 장식을 만드는 기법으로 이 장식을 이용해 다른 흙에 부착하는 방식을 말한다.(Sprigging/Sprigged Decoration) 비슷한 방법으로는 Pâte-sur-pâte(Paste on Paste)가 있는데 스프리깅이 몰드를 사용해서 장식하는 자스퍼와 달리, 이는 붓으로 일일이 슬립을 얹혀가며 장식하는 고도의 기법이다. 자스퍼웨어에서는 대부분 스프리깅 기법을 이용해 장식한다.
UNDERCUTTING 언더커팅
스프리깅 기법으로 만든 부조를 치즈 상태(반 건조상태)의 기물에 붙이고 특별한 도구로 마무리하는 작업을 말한다. 초창기 자스퍼웨어는 언더커팅 기법이 많이 사용되었는데 이 과정을 거쳐야 부조의 깊이감이 살아나고 직물, 천 같은 부분의 특징이 더 살아나도록 마무리 할 수 있다.
POLISHING 연마
소성 후에 기물이 ‘Lab’으로 들어가면 메달리온, 버튼, 장신구 제품, 컵 안쪽, 찻잔 접시 가장자리 등을 아주 부드럽게 만드는 기법으로 자스퍼웨어의 반투명한 특징을 더 돋보이게 한다.
종류
화병, 촛대, 피겨린, 흉상, 화분찻, 동물 피겨린, 찻잔 세트, 초상조각, 카메오, 메달, 주얼리(반지, 담배상자, 스카프 핀, 머리핀, 시계, 칼 장식, 시계, 열쇠, 코트 단추 등)
웨지우드의 창립자 조사이어 웨지우드의 동상을 자세히 보면 무엇을 들고 있다. 그것은 로마 시대 (AD 1–AD25) 카메오 유리로 만들어진 포틀랜드 바스(Portland Vase)를 따라서 도자기로 만든 꽃병이다. 포틀랜드 바스는 지금의 웨지우드 브랜드가 있게 한 일등공신으로, 우리가 이번 호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 자스퍼웨어의 일종이다. 웨지우드 브랜드 내에서는 블랙 바살트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Basalt는 영어로 현무암이라는 뜻이다.
바살트를 자스퍼웨어의 일종으로 보기도 하는데, 웨지우드 이전에 전통적으로 스태퍼드셔 주에서 이집션웨어라고 불리던 검은색 도자기가 있었다. 웨지우드가 퀸즈웨어를 만들던 도기 조합비를 기본으로 더 진하고 깊은 웨지우드만의 검은색을 만들고 바살트라고 이름을 지었다. 자스퍼웨어와 같은 기법으로 기물을 만들고 장식을 해, 바살트가 먼저 생산되었지만(1767년~)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기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넓게는 자스퍼웨어라고 불리는 이유이다. 엄연하게는 따로 분리해서 보아야 하지만, 자스퍼와 비교하기 위해 포트랜드 바스를 통해 소개해보겠다.
원래 유리로 만들어진 포틀랜드 바스는 영국 대영박물관(The British Museum)에 1810년부터 전시된 유명한 화병이다. 처음에 이 화병은 16세기 후반에 로마 근처의 알렉산더 세베루스 (Emperor Alexander Severus) 왕 무덤에서 발견되었는데 이탈리안 바베리니스(Barberinis) 패밀리가 사들여서 바베르니 바스(Barberini Vase)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것이 다른 소유자들을 거쳐 18세기 후반 소유자였던 포틀랜드 튜크(The Dukes of Portland)의 이름을 따서 지금까지 포틀랜드 바스라고 불린다. 그리고 18세기에 웨지우드가 자스퍼(Jasper)로 만들기 위해 잠시 빌리는 형식으로 대관 되었다고 한다.
원래는 유리였던 화병이 도자기로 만들어진 일화는 한 편의 영화와 같다. 이 꽃병을 실제로 본 사람들은 이것이 2000여 년 전 1세기에 유리로 만들어진 병이라고 하는 점에서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점이 바로 18세기에 웨지우드에 인상에 깊이 박혀 도자기로 재해석하게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은 바다와 같이 깊은 색감에, 표면에 장식된 하얀 부조는 투명하면서도 상아로 만든 재질처럼 느껴진다. 부조의 깊이에 따라서 바탕이 되는 짙은 검은색의 흔적이 묻어 나온다. 유리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직접 보고도 믿을 수 없을 정도이다.
누가 보아도 그리스 로마 신화, 신고전주의의 단어와 딱 맞는 그러한 기품을 지닌 유리병이다. 유리병이지만 차가운 느낌 보단 따뜻함이 더 도는 이러한 작품이, 과연 도자기로 어떻게 표현될 수 있을는지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내가 잠시 그 시대의 웨지우드가 되어서 잠시 생각에 빠져본다. 지금의 기술로도 이 유리병을 도자기로 구현하려고 하면 엄청 어려운 일일 텐데 200년 전은 어떠했을까?
필자가 느끼기에는 사실상 웨지우드 이후로 산업도자의 혁명은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 이미 웬만한 산업 도자 기술들은 웨지우드가 다 완성해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당시 도자기 신기술을 많이 발명했던 도자기 천재 웨지우드는 달랐다. 조사이어 웨지우드, 그의 아들 조사이어 2세, 다른 아티스트들 그리고 공장 내 모델러가 4년 동안 매달려서 자스퍼(Jasper)로 만드는 시도와 실험을 계속했다. 계속되는 실패 속에 웨지우드는 이 실험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도 하였다. 웨지우드 박물관에 가면 그 당시 시도했던 실패작들도 전시되어 있는데, 가마 온도가 높아서 보글보글 흙이 끓은 흔적, 카메오 유리처럼 하얀색 자스퍼 흙과 검은색 흙이 서로 붙지 않고 계속 떨어지는 상태가 지속되었다. 이런 고생 끝에 1789년 9월 드디어 첫 번째 에디션이 성공했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정한 흙색과 분리 현상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동안 도예가로 활동한 나의 경험에서 본다면 이러한 실험 속에서 생기는 좌절감은 정말 클 것 같다. 21세기에 진행되는 프로젝트라고 해도 포틀랜드 바스를 도자기로 만드는 노력은 화학자, 공학자, 도예가, 전문가들이 함께 실험해야 할 큰 융합 프로젝트이다. 이러한 좌절을 딛고 계속 실험을 하고 다시 고치고 또 실험하는 수년의 세월은 단순히 열정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며, 도자기, 불, 안료, 재료에 대한 엄청난 지식이 필요했을 것이다. 당시 대단한 히트를 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의 부분으로, 현재에도 사용되고 있는 웨지우드 백 스탬프를 살펴보면 단순하지만 포틀랜드 바스의 형태가 웨지우드 이니셜 W와 교묘하게 섞여 있다.
필자가 공장을 방문했을 때는, 많은 도자기 영국 공장들이 그러하듯, 생산비의 이유로 이미 공장 대부분이 제3 국으로 옮겨갔다. 프리스티지(Prestige) 라인이라 불리는 자스퍼 웨어는 여전히 물레를 이용해 예전에 만들었던 그 방법대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복잡한 핸드 메이드 제품들은 영국 공장에 남아 있지만, 자동화가 가능한 제품들은 다른 나라에서 만들어지고 있었다.
참고문헌 및 링크
웨지우드뮤지엄 http://www.wedgwoodmuseum.org.uk
Mankowitz, Wolf., Wedgwood, Spring Books: London, 1966(1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