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8) English Delft
Cobalt is a divine color, and there is nothing as fine for putting an atmosphere round things.”
Vincent van Gogh, letter to Theo van Gogh, December 28, 1885
빈센트 반 고흐, 동생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 1885년 12월 28일
영국 전통 에프터눈티 세트에는 오이 샌드위치가 있다. 지금은 오이에 참치마요나 크림치즈를 곁들이기도 하지만, 전통적으로는 얇은 하얀 식빵 가장자리를 잘라 안쪽에 버터를 바르고, 오이를 얇게 썰어넣어서 가볍게 즐긴다. 첨가되는 소스도 없다. 오이는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에서 유래한 것이지만, 샌드위치 사이에 오이를 넣는 아이디어는 영국에서 나왔다. 상류층, 귀족들이 여름에 크리켓 경기를 보며 간단한 간식 먹는데 오이가 열을 식혀주는 데 도움이 되어 적합한 간식이었던 것이다. 또, 오이가 칼로리가 거의 없다고 생각하여 (실제로 수분이 95%) 귀족들이 저녁 식사 전에 부담 없이 즐기기도 했다. 반대로 노동계급층에서는 열량이 적은 음식을 먹기 보다는 한 번 먹어서 오랜 시간 버틸 수 있는 음식을 선호했다. 열량이 높은 튀김인 피시앤칩스 Fish&Chips는 우리나라 고봉밥 같은 음식이었을지도 모르겠다.
21세기 다이어트는 여러모로 발전하고 방법도 다양하여 오이 샌드위치로는 부족하다. 슬라이스된 오이를 감싸고 있는 빵도 다이어트의 적이라고 생각한다. 또, 식욕을 떨어뜨리는 데 도움을 주는 음식을 담는 그릇에 대한 연구도 한다. 주로 파란색은 감정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하여 음식과 조화로운 색이 되지 않아 파란색 식기를 쓰면 식욕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도 한다. 지금껏 우리는 BLUE 리서치 에세이를 통해 파랑의 흔적을 따라오며 파란 식기를 많이 접해왔다. 식사 중에도 체면과 의식을 지키며 즐겼을 옛 유럽의 왕족, 귀족, 상류층은 파란 도자기에 이런 생각지 못한 효과가 있는 것을 알았을까.
영국 주석유약도기 ENGLISH TIN-GLAZED POTTERY
주석유약을 씌운 영국 도기는 마치 에나멜 식기 느낌도 나고, 소성 중 가마 속에서 흐르다 멈춘 순간을 담아낸 것 같다. 그림은 정교함보다는 한 붓에 그려낸 흔적이 멋스럽고, 심플하지만, 해학이 담겨있다.
어떻게 옛사람들이 주석을 이용하여 도기를 만들었는지 정확히 알려진 바 없지만, 오래전 주석유약 도기를 사용한 예는 9세기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발견되었다. 그 이후 중세시대, 이슬람 도공들에 의해 스페인, 이탈리아 지방으로 주석유약도기가 소개되었다. 16세기에는 이탈리아 도공들이 독일 남쪽, 스위스,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그리고 룩셈부르크 지방으로 전파했다. 앤트워프 Antwerp는 당시 유럽 도자기의 중심이었는데, 16세기 2명의 도공(Jasper Andries, Jacob Jansen)이 영국 노리치를 거쳐 런던으로 이주하면서 그 이후 영국 브리스톨 지방 근처의 브리스링턴, 리버풀, 벨파스트, 랑카스터, 글래스고, 윈칸튼, 더블린 지방 등에 빠르게 영국 도기 생산이 퍼져나갔다.
ENGLISH DELFT VS DUTCH DELFT
주석유약 도기는 나라별로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렸다. 18세기 초까지 영국 주석유약 도기를 ‘갤리웨어 (Galleyware)’ 라고 하고 만드는 도공들은 ‘갤리포터스’라고 불렀다. 델프트웨어는 네덜란드 델프트도기가 유명해진 후 들어온 것이어서 이후에는 영국 델프트도기라 불렀다. 주석유약 도기는 프랑스에서는 일반적으로 파이앙스 faience,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도기는 마욜리카라 했다.
영국 델프트는 많은 부분에서 네덜란드 델프트웨어와 닮았지만, 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나 더치회사와는 달리 투명유를 쓰지 않았고 영국 리버풀 지방에서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에나멜을 사용해 장식하기도 하였다.
EVERYDAY DELFT 에브리데이 델프트
델프트웨어 중에는 장식을 위한 도기도 만들었지만 매일 사용하는 식기, 아이템을 만든 것이 많다. 타일, 머그, 접시, 와인병, 촛대, 술잔, 화병, 꽃을 꼽을 수 있는 벽돌모양의 화병 (Flower Brick)도 발견되고 있다. 일상 도자기의 발견은 곧 도자기 사용의 대중화를 의미한다. 영국인들의 일상에 녹아든 몇 개를 살펴보자.
◆ TILES
영국 델프트웨어에서 타일은 빠질 수 없이 중요한 아이템이다. 주석 유약 바닥장식 타일은 북유럽에서 16세기 초, 이탈리아에서 건너온 Guido da Savino라는 도공이 처음 만들었다. 16세기 후반까지는 영국에서도 직접 제조하거나 수입하다가 17세기 중반 무렵에 이러한 트렌드가 점점 사라지고 바닥 타일보다 훨씬 얇은 벽타일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벽난로 주위를 장식하는 용도로 사용했고, 인테리어에 타일을 처음 썼던 당시에는 큰 유행이 되었다. 지금도 영국 로열패밀리가 사용한 물품, 옷 등은 바로 매진될 정도인데, 이러한 벽난로 장식은 헤트루 궁 Het Loo Royal Palace에서 오렌지공 윌리엄 3세와 그의 아내 메리 2세가 사용해서 유행되었다. 메리 2세는 영국 공주로 건축과 landscape를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네덜란드로 시집 간 여왕 메리가 다시 영국에 방문했을 때 머물렀던 Hampton Court의 Water Gallery 또한 모두 타일로 장식되었다 한다. 영국에서는 욕실, 식품저장실 등 상대적으로 작은 공간에 타일이 장식되었다. 다이닝룸에도 때론 손을 씻는 워터바신(Water Basin) 에 타일이 장식되기도 하였다.
◆ CHARGERS
25~35cm의 크기의 커다란 접시와 볼의 형태의 기를 차저(charger)라고 부른다. 쟁반, 소반이라고 번역되어 성경에도 언급된 이 그릇은 서비스 플레이트와 같은 의미로 수프나 샐러드 플레이트의 밑부분에 받침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메인 코스를 담기 위한 그릇으로 쓰기도 한다. 그림이 많이 있는 것은 장식 용도로 대부분 사용했다.
블루대시차저(Blue-dash Charger)는 꽃, 애국심을 나타내는 모티브, 로열, 종교 등과 관계있는 주제로 파란색, 노란색, 오렌지 색 등으로 장식된 예가 많다. 주로 런던과 브리스톨 도공들이 만들어서 18세기 초까지 대량으로 생산되었다. 말을 타고 있는 찰스 2세(Prince of Wales), 윌리엄 3세 성경의 아담과 이브, 튤립과 백합, 과일과 포도가 있는 작품도 있다. 18세기 드로잉과 비교해보았을 때 섬세함은 떨어지지만, 자신감 있는 붓 표현과 18세기 포셀린 작품보다 더 해학적으로 표현되어있어 보는 이를 웃음 짓게 하기도 한다.
◆ FLOWER BRICK
플라워브릭(Flower Bricks)이라는 벽돌 모양의 꽃장식 화병으로 18세기에 유행하였다. 당시에는 이 플라워 브릭이 어떠한 이름으로 불렸는지 기록에 없지만, 꽃장식 화병뿐만 아니라, 잉크스탠드로 사용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사진과 같이 몇몇 플라워브릭 가운데에 잉크를 놓을 수 있는 큰 구멍과 깃털을 꼽아둘 수 있는 작은 구멍들이 여러 개나 있기 때문이다. 꽃다발을 꽂을 수 있는 요즘의 화병도 만들어졌지만, 꽃 한 송이 한 송이 따로 장식 할 수 있게 구멍을 낸 것이 인상적이다. 이 작은 구멍이 무엇보다 재미있다. 동그란 구멍에 마치 꽃을 표현한 것처럼 파란 붓으로 꽃잎을 표현하였다. 척박한 거리에 꽃들이 땅에 다닥다닥 힘겹게 꽃을 피운 것 같다.
파란색의 플라워브릭도 있지만, 영국 리버풀 지역에서 생산된 델프트는 노랑, 주황, 세이지그린, 남색, 보라, 진한 빨강 색상의 다양한 색 팔레트를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처음에 Thomas Fazackerly 라는 사람이 만들었다고 해서 이러한 종류를 특별히 Fazackerly라고 불리기도 한다.
◆ DRINKING VESSELS
영국은 술을 좋아하는 나라이다. 역사적으로 산업화를 겪다 보니 깨끗한 물이 귀해져서 술을 물 대신 마신 사회적 이유도 있지만, 술을 마시며 게임을 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일상이었다. 지금처럼 다트나 TV가 없었을 때이니, 재미있는 술잔을 만들어 술을 마셨다. 구멍이 뚫린 술잔, 퍼들링컵(Fuddling Cup)이라고 하는 3개의 술잔이 한꺼번에 붙어있는 술잔 등 게임 술잔, 델프트도기로 만들어진 병 모양의 술잔 등 모두 델프트도기로 만들어졌다. 도자기 술잔의 전통은 맥주 유리잔이 대중화되기 전까지 계속되었다. 영국의 저명한 소설가이자 언론가 조지 오웰(GerogeOrwell)은 1946년 2월9일 영국 일간지 이브닝 스탠다드(Evening Standard)에 기재했던 더 문 언더 워터(The Moon Under Water)라는 제목의 에세이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더 문 언더 워터’에는 특별한 술잔들이 있다. 펍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절대 맥주를 절대 손잡이가 없는 유리잔에서빙하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 유리병, 퓨터 머그잔 이외에 술집에는 딸기 모양의 분홍색 도자기 머그컵도 있는데… 내 생각에는 도자기 머그잔에 담아있는 맥주 맛이 가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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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영국 식기 트렌드 중 한 가지는 파란색을 이용해 자연스러운 붓 자국이나 우연으로 생긴 것 같은 느낌의 장식을 하는 것이다. 웨지우드의 자스퍼웨어인 블루 페블이나 1882Ltd.와 협업한 Faye Toogood의 인디고 레인 인디고 스톰 시리즈, Jenny with Deborah M Allen 또한 수채화의 느낌이 나는 파란 물결이 장식되어 있다. 포셀린의 발명으로 영국 델프트웨어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요즘 이러한 자연스런 수채화 도자기 장식 느낌이 델프트웨어를 연상시킨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파란색이라고 해서 식욕을 떨어뜨릴 것 같지는 않고, 심플한 디자인에 전통과 컨템프러리 감성이 살아있는 색이 그 반대의 효과를 나타낼 것 같다. 나 또한 갑자기 파란색 식기에 오이 샌드위치가 먹고 싶어 글을 마무리하고 오이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을 생각에 신이 난다.
참고문헌
Garner, F.H., English Delftware, Faber and Faber, 1948
Carnegy, Daphne, Tin-glazed Earthenware, A&C Black/Chilton Book Company, 1993
Archer, Michael, Delftware: the tin-glazed earthenware of the British Isles. A catalogue of the collection in the Victoria and Albert Museum. London: HMSO, in association with the Victoria and Albert Museum, 1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