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가르치지 못하고, 조직이 키우지 않는 시대에
며칠 전 일이다. 어느 봄날 저녁, 대학생 딸아이가 소파에 누워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옆에 두었던 노트북 화면에는 ChatGPT가 열려 있었고, 그 아래엔 ‘사회학 과제 초안’이라는 문서 파일이 띄워져 있었다.
“과제 다 했어?” 하고 묻자 딸은 대답 대신, “응, ChatGPT가 초안 뚝딱 만들어 줘서, 이제는 다듬기만 하면 돼”라고 웃으며 답했다.
나는 웃지 못했다. 딸을 나무랄 생각도 없었지만, 마음 어딘가에 작은 불안이 피어올랐다. ‘생각을 훈련받지 않은 채, 도구의 도움만으로 성장한다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어진 질문은 이렇다. ‘이 아이들이 조직에 들어왔을 때, 무엇을 기반으로 성장하게 될까?’
지금의 대학은 ‘AI와 함께 자란 첫 세대’를 마주하고 있다. 이미 고등학생 때부터 GPT를 활용해 요약, 번역, 답변을 받아왔고, 대학 과제조차도 AI와 협업하여 작성하는 게 일상이다. 반면, 수업에서는 교수들이 여전히 ‘강의 중심, 시험 중심’의 방식에 머무르고 있다.
그 결과, 학생들은 AI를 유능한 조력자로는 활용하지만, 자신은 학습의 주체로 서지 못한다. 결국, 비판적 사고는 사라지고, 질문은 줄어들며, 깊이 있는 대화는 사라진다.
한 교수는 “요즘 학생들은 과제를 내줘도 진짜 자기 생각은 안 써요. 단락이 다 고르게 매끄러운데, 무색무취해요”라고 말했다. 실은 AI가 써준 글을 베끼기만 했기 때문이다.
생각은 ‘행위’인데, 우리는 이제 ‘대신 생각해 주는 기계’를 너무 빨리 받아들였다.
교육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할 때, 조직이 이를 보완해 주어야 했다. 그러나 요즘 기업은 신입을 뽑아도 육성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 “요즘 애들은 보고 배워야지”라며 리더들은 침묵한다. ‘일은 배우는 것’이 아닌 ‘처리하는 것’이 되었다.
더 큰 문제는 여기에 있다.
신입은 AI를 빠르게 다루지만, 문제의 본질을 느리게 이해한다. 반면 기업은 AI로 인해 더 빠른 생산성과 성과를 기대한다. 이 간극이 무서운 속도로 벌어지고 있다.
로펌은 신입 변호사의 숫자를 줄였고, 컨설팅펌은 주니어 채용보다 프리랜서 AI 오퍼레이터를 활용한다. 이제 기업은 “신입은 비용일 뿐, 성과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위해 신입을 뽑는가?’
이런 상황을 단지 ‘AI의 부작용’으로 돌리긴 어렵다.
문제는 AI가 아니라, AI 시대에 맞는 교육과 육성의 부재다.
과거에는 지식의 축적이 곧 경쟁력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지식의 ‘활용’과 ‘해석’, 그리고 ‘의문 제기’가 훨씬 더 중요해졌다.
하지만 지금의 대학과 기업은 여전히 20세기의 틀에 머물러 있다.
질문을 던지는 훈련 없이, 의심 없는 학습만 계속되고 있다.
AI는 답을 줄 수 있지만, 질문의 방향은 인간만이 설정할 수 있다.
이제 리더에게 필요한 역량은 ‘지식 전달자’나 ‘성과 관리자’가 아니다.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가”를 알려주고, “AI와 인간이 함께 일하는 방법”을 설계해 주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렇기에, 나는 이 책을 통해 ‘AI 시대의 주니어 육성법’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책상머리 이론이 아니라, 27년 동안 다양한 산업에서 전략과 사람 사이를 오가며 느낀 생생한 현실에서 길어 올린 고민들이다.
이 연재는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이어질 것이다.
AI가 차려준 밥상 앞에서, 어떻게 스스로 질문하는 법을 가르칠 것인가?
데이터가 넘쳐나는 시대에, 방향은 어떻게 설정하는가?
조직은 주니어의 성장을 기다릴 수 있는가, 설계해야 하는가?
: AI가 차려준 밥상에 익숙한 사람들
대학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
생각은 위임하고, 답만 추구하는 태도
AI와 함께 커온 Z세대의 장단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