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독한촌닭 Apr 05. 2024

2024 봄방학 6.

in 두바이

오만을 떠나서 다시 두바이로 돌아간다.  국경을 넘어가는데 또 또 또 이놈의 렌터카가 우리를 잡는다.  여행객렌터카면 내리라는 거다.  내려서 사무실로 들어가라는데 서류들을 주욱 보더니 폴리스페이퍼 폴리스페이퍼 이 말을 계속 반복했다.  처음엔 도대체 뭘 달랐는지 몰랐는데 엄마가 혹시 교통위반한 거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거 아닌가 했다.  워낙 큰 나라고 길도 넓어서 카메라가 엄청 많았기에 그런 것 같다.  

라마단기간이라 뭘 사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도 없고 주유소에서 파는 과자 아이스크림 이런 것만 먹으며  겨우 견디는데 에미레이트입국을 하니 어떤 사람들이 선물을 나눠줬다.  잘 모르지만 아마 홍보용인 것 같은데 어쨌든 국경 넘자마자 선물을 받으니 신기했고, 간단한 간식이었기에 감사히 먹었다.

국경 넘고 받은 선물

국경이 나뉘는 곳에 철조망도 있고 입출국절차가 까다로운걸 아빠는 이해하지 못한다.  아빠는 유럽연합에 살아서 국경을 넘을 때 아무런 제재를 당해보지 않아 당연히 중동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에 반해 엄마는 남한에 살아서 나라가 바뀌는데 이 정도 컨트롤은 당연하다고 한다.  나는 뭐 잘 모르겠고, 그냥 빨리 가고 싶다.  오늘 수하르에서 만났던 친구집에 가서 자기로 했단 말이야!!!!  무스카트에서 두바이까지 5시간 걸린다더니 8시간 만에 호텔에 도착해서 결국 친구집에 못 갔다.  그래서 또 울고불고 연기 좀 했더니 엄마가 이모랑 얘기해서 다음날 아침에 바로 데려다줬다.  그리고 그날 친구집에서 잤는데 대박은 그날 친구엄마아빠 두 분 다 비행가시고 없는 거다.  친구집에는 내니도 같이 사는데 그 필리핀내니아줌마가 친구랑 친구오빠를 돌봐줬다.  그것도 영어로.  더 대박은 친구집은 53층이었다.   태어나서 그렇게 높은 데는 처음 올라가 봤다.  시골 사는 우리 가족은 너무 신기해서 입이 떡 벌어졌다.  아빠는 여행 내내 핸드폰카메라만 쓰더니 친구집에서는 진짜 카메라를 꺼내서 사진을 막 찍었다.  촌스럽게...

어쨌든 나는 오늘 친구랑 파자마파티를 하려고 준비를 했는데 내니가 안 자는 거다.  내니 자는 거 기다리다 결국 친구가 잠들어버렸고 나도 야경 보며 잠이 들어서 우리의 파티는 실패했다(나중에 알고 보니 내니는 아이들이 잠들어야지 잔다고 했다).  

부르즈할리파와 두바이몰이 보이던 친구집

마지막날 두파이페스티벌시티몰에 가서 쇼핑하고 여행 마무리를 했는데 호텔 돌아와서 주차를 마치고 나니 엄마가 뛰어나가서 휴지통 붙들고 토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엄만 밤새도록 토했다.  저녁으로 호텔에서 먹은 뷔페 음식 중에 뭐가 하나 잘못된 것 같단다.  엄마가 아파서 우린 출국하지 못했다.  많이 쉬지는 못하고 딱 하루 엄마를 쉬게 하고 그다음 날 출국하러 공항에 갔는데 모든 비행기가 만석이라 집에 갈 수가 없었다.  렌터카도 이미 반납해 버렸는데... 엄마아빠랑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우리는 다시 두바이 친구집으로 갔다.  너무너무너무너무 신난다!!!!!! 친구는 친구엄마에게 자기가 받은 선물 중에 제일 좋은 선물이 내가 온 거라고 했다.  나도 하루 더 친구랑 같이 보내게 되어서 너무 좋았다.  엄마는 어제하루동안 물만 마셨고, 호텔음식은 쳐다도 보기 싫다며 조식 먹으러 가지도 않았다.  삶은 계란 흰자 하나만 먹었었는데 친구엄마가 한국밥을 해줘서 엄마가 아픈 이후 처음으로 먹고 힘을 냈다.  엄마가 아파서 또 못 먹어서 걱정이었는데 이젠 마음이 놓여서 친구랑 더 신나게 놀았지.  그러고 우린 다음날 독일로 돌아왔다.  암스테르담에서 출국해서 차 가지러 암스테르담으로 가야 하는데 엄마가 아파서 그냥 함부르크로 왔다.  낮비행이라 나는 안 자고 영화 보고 있는데 엄마가 승무원아저씨랑 얘기를 계속해서 들어보니 한국어로 얘기를 하는 거다.  아저씨는 헝가리사람인데 서울과 전라도 광주에서 5년을 살았고 LG전자에서도 일했었다고 한다.  엄마가 그럼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에서 일해야지 여기 있냐니까 한국업체는 외국인채용이 힘들다나 어쨌다나...

우리가 타고 온 비행기는 보잉이었다.  아빠가 비행기 탈 때 얘기해 줬는데, 에미레이트항공사에서 함부르크에 A380을 보내겠다며 비행기에서 내려서 공항으로 들어가는 통로를 3개 요청했단다.  함부르크공항은 못해준다고 했고 그래서 에밀레이트항공사는 함부르크에 A380 안 보내고 작은 보잉으로 보내겠다고 했단다.  그래서 우린 보잉을 탔는데 그 헝가리승문원분이 원래 자기는 퍼스트클래스 담당인데 이 비행기에 퍼스트클래스가 없어서 이코노미서비스 맡은 거라고 했다.  그러곤 우리에게 선물과 먹을 것들을 엄청 주셨다.

한국말하는 승무원분이 찍어준 사진과 선물들(선물더있음ㅎㅎ)

여행 내내 일어나던 일들이 퍼즐처럼 맞춰지고 뭔가 이어지고 하는 것들이 신기했다.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던 봄방학.  그중에 제일은 오만에서 두바이에 사는 친구를 만난 거다.

이 모든 일들을 계획하고 함께한 만난 적도 없고 목소리를 들은 적도 없는 예수님께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2024 봄방학 5.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