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상담

4학년 1학기

by 독한촌닭

난 4학년이 되었고, 학부모 상담을 했다. 아주 다행히도 상담전날 아빠가 배가 아프다고 했고, 상담당일 아침에 동생이 토를 해서 정말 정말 운 좋게도 나는 엄마랑 둘이서만 상담에 갔다.

선생님도 더 온사람 없냐며 한번 더 쳐다보셨다. 언제나 그렇지만 상담은 너무너무 긴장되고 떨리고 무섭다. 오늘은 이상하게도 우리 담임선생님과 수학선생님까지 함께 계셨다. (참 나를 이뻐해 주시던 수학선생님은 출산휴가를 가셔서 지금은 다른 수학선생님이 계신다) 늘 그렇듯 3가지 주제로 상담을 하는데 첫 번째는 역시나 수업시간 태도 관련이다. 나는 사실 수업시간에 혼자 그림 그리고 딴짓하고 옆에 애들이랑 떠들고 놀고, 공부는 주로 하지 않는다. 선생님이 이건 해야 한다, 여기까진 마무리해라 하고 계속 주의를 주면 나는 겨우 하는데 잔소리 듣기 싫어서 귀찮아서 그냥 휘리릭 해서 내고 만다. 그런데 오늘 선생님이 집요하게 물었다. 도대체 왜 그러는지 이유를 생각해 보라고 답을 달라고!

그래서 나는 그냥 잘 모르겠어하고 한국어로 대답했더니 엄마가 선생님께 잘 모르겠다네요 하고 말해줬다. 선생님이 계속 그런 식으로 하면 혼자서만 공부하도록 옆에 아무도 못 앉도록 하겠다고 하셨다. 근데 수학선생님이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도대체 수업시간에 하라는 건 하나도 안 하는데 테스트를 하면 늘 잘하냐고, 그걸 보면 수업시간에도 잘할 수 있다는 거라고 수업시간에도 좀 집중해서 잘해달라고 하신다. 엄마가 집에서 늘 수학을 시키는 것도 있고, 지난여름 한국에서 학교를 다녔을 때 반학년 낮은 친구들이 수학을 하는 걸 보고 나니 내가 지금 여기 독일 촌구석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은 정말 아직 1, 2학년 수준인걸 나는 이제 안다. 그래서 사실 학교 독일수학은 좀 쉽기도 하고 다르기도 해서 하기가 싫다. 수학선생님이 숙제를 내주셨는데 깜빡하고 안 챙겨 왔었는데 세상에 담임선생님도 아니고 수학선생님이 그걸 아시고 내 서랍에서 책을 꺼내서 우리 엄마한테 전해주면서 이거 숙제라고 해달라고 하는 거다.... 안 봐도 안다. 난 집에 가서 엄마한테 죽었다. 첫 번째 주제가 끝나고 다음 주제는 수업시간에 참여하는 문제였다. 나는 관심이 있으면 계속 물어보는데 시시해서 관심 안 가는 주제면 그냥 알아서 논다. 선생님은 그걸 아시고 관심 없는 주제라 하더라고 계속 참여해서 묻고 대답하라고 주의를 주셨다. 세 번째 주제는 남을 잘 돕는지에 관한 거였는데 나는 내가 잘 돕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선생님이 너는 친구나 누구든 아주 잘 돕는 학생이라며 좀 더 자신을 가지라고 했다.

그리고 선생님이 내 제일 친한 친구인 카타린과 짝이 될 기회를 한번 더 주시며 엄마아빠의견도 묻겠다고 하셨는데 엄마아빠는 한 번에 거절했다. 엄마는 공부 잘하는 아이랑 같이 앉으라고 한다.

선생님 말씀이 끝났는데 상담시간 15분이 끝나지 않고 남았고, 질문이 있냐고 하셔서 엄마가 유나 독일어는 어떠냐고 좀 나아졌냐고 물었다. 선생님이 유나레벨이 여기서 여기까지 올랐다고 말할 순 없지만 조금 좋아지긴 했다. 그렇지만 읽고 쓰는 것, 특히 쓰기 연습은 너무 부족하니 많이 시켜달라고 하셨다. 요즘 나는 일본만화책 읽는데 엄마가 읽는 거는 만화책이라도 많이 읽으니 됐는데 쓰기는 어떡하냐고 만화책 읽고 따라 쓰라고 한다. 엄마는 참... 내가 읽는 일본만화책은 전부 로맨슨데 그걸 부끄럽게 어떻게 따라 쓰냐고....

어쨌든 오늘 상담은 무사히 마쳤고, 엄마는 또 아시아엄마답게 공부와 관련된 것만 물어봤다고 이불킥을 했고, 내가 남을 잘 돕는 좋은 아이라고 많이 칭찬해 줬다.

학교에 걸려있는 내그림 - 요즘 내가 읽은 만화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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