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를 버릴 때 자라는 회복탄력성

실패를 허용하는 가정이 단단한 아이를 만든다

by 이연숙 박사

#자녀교육 #회복탄력성 #에세이 #완벽주의


강남 한복판에서 27년간 수많은 상위권 학생들을 지도하며 가장 안타까웠던 순간은, 아이들이 단 한 번의 실수에 무너져 내릴 때이다.


부모들은 아이가 상처받지 않고 꽃길만 걷기를 바라는 마음에 완벽한 로드맵을 짜고 장애물을 미리 치워준다. 하지만 실패를 차단당한 온실 속의 완벽주의는 아이의 마음 근육을 치명적으로 약화시킨다.


완벽주의는 성장의 동력이 아닌 독이다


영국 바스 대학교(University of Bath)의 심리학자 토마스 커런(Thomas Curran, 2019)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현대 청소년들의 완벽주의 성향은 과거 어느 때보다 높으며 이는 심각한 우울과 불안으로 직결된다.


완벽주의에 빠진 뇌는 '실수=실패=가치 없음'이라는 파국적인 공식에 갇힌다.


시험에서 한 문제를 틀리거나 단톡방에서 작은 갈등이 생기면, 이를 성장의 기회로 삼지 못하고 자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해버리는 것이다.


완벽함에 대한 강박은 아이의 전두엽을 마비시키고, 끝없는 불안과 회피를 만들어내는 독이다.


깨어진 틈새로 빛이 들어온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의 심리학자 리처드 테데스키(Richard Tedeschi, 1996) 교수는 큰 시련이나 상처를 겪은 후 오히려 심리적으로 도약하는 현상을 '외상 후 성장(Post-Traumatic Growth)'이라고 명명했다.


회복탄력성(Resilience)은 바닥에 떨어져 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가질 수 없는 근육이다.


상처 없이 매끈하게 자란 나무는 작은 태풍에도 쉽게 부러지지만, 비바람을 맞고 가지가 꺾여본 나무는 그 흉터를 중심으로 더 굵고 단단한 옹이를 만들어낸다.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실패하지 않는 법이 아니라, 실패했을 때 안전하게 바닥을 딛고 다시 튀어 오르는 법이다.


실패를 축하하는 식탁을 만들어라


아이의 완벽주의를 깨고 회복탄력성을 키워주려면 가정의 문화부터 바뀌어야 한다.


100점을 받아온 날보다, 뼈아픈 실패를 겪고 돌아온 날을 더 따뜻하게 맞이해야 한다.

"오늘 어떤 실수를 했고, 거기서 무엇을 배웠니?"라고 묻는 식탁의 대화가 아이의 뇌 구조를 바꾼다.


잘 읽는 아이, 스스로 질문하는 아이, 땀 흘려 몸을 움직이는 아이는 결국 어떤 시련 앞에서도 자신만의 서사를 써 내려갈 힘을 가진다.


완벽한 부모가 되려는 강박을 내려놓고, 아이의 서툰 실패를 묵묵히 응원하는 든든한 관찰자가 되어야 한다.


상처받고 깨어지며 자신만의 궤적을 그려가는 우리 아이들의 모든 진화 과정은 그 자체로 눈부시게 아름답다.

작가의 이전글[공지]브런치 책방 입고 기념 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