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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독신 공감

독신으로 산다는 것 64 -홀로 술 마시는 이유

by 월영

사회에 나와 남에게 말하지 않았던 가장 힘든 일 가운데 하나가 눈물을 참는 일이었다. 유년시절부터 곧잘 울었고 지금도 왕왕 코끝이 시큰 거리는 상황에서 남에게 눈물을 보일까 염려할 때가 없지 않다.


이를 ‘나이브하다’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단지 여린 심성에서만 기인하는 게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연약함에서도 비롯된다. 또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가 보면 눈물을 통해 상대에게 뭔가 억울한 심정을 호소하려는 심리적 방어기제도 있다.


마흔을 넘긴 남자 성인이 남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일은 창피한 일이다. 특히 어떤 상대와 이야기를 하다가 울먹거리기라도 하면 이것은 일종의 항복이거나 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타인과의 경쟁과 그 경쟁의 승패에 따라 나의 일상의 안위가 보장받는 이 시스템에서 타인과의 대면 과정에서 감정을 제어하지 못해 울먹이는 것은 분명히 약점 잡힐 일이다.


사람들을 만나고 각자 자신의 조직 내 구성원으로서 이해관계의 당사자들로 대면하다 보니 종종 얼굴을 붉히며 말해야 할 때도 있다. 또 나이를 먹고 연차가 오르고 조직 내 감당해야 할 것들이 하나둘씩 생기면서 ‘남자 성인 어른 책임자’의 역할과 하중도 점점 커지고 있다.


‘남자 어른 책임자’에게 부여된 생존의 기본은 적어도 남 앞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가뜩이나 울음이 많았던 데다가 갈수록 취중에 감정이 격해져 눈물을 제어하기 힘들 때가 자주 생기고 있다. 생리학적으로 여성호르몬의 분비가 더 많아지는 시기라 그렇다고 하지만 속으로 민망하고 난감해 애를 먹곤 한다.


주변 지인들이 집에서 혼자 무슨 재미로 술을 먹느냐고 묻는다. 집에서 마시면 오히려 적게 마셔 과음하지 않는 데다가 바로 잘 수도 있어서라고 답한다. 그것은 일종의 ‘의전용’ 대답. 눈물 흘려도 민망하지 않아서 그렇다는 말은 이렇게 혼자 술을 마시며 스스로에게 털어놓는 솔직한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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