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신으로 산다는 것 4
'유부남들의 충고'

독신의 소소함에 대하여

by 월영

1.

유부남들은 열에 여덟은 부러워한다. 그리고 열에 여섯은 장가가지 말라고 한다. 서너 명 정도 그래도 장가가는 게 좋다고 하는데 한참 신혼이거나 혹은 나보다 연배가 많은 어르신들이 그런 말씀을 하시지 또래 유부남들에게서는 듣기 어렵다.


그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것은 ‘자유’다. 여기서 자유란 자기 멋대로 유흥을 즐길 수 있다는 게 아니다. 의외로 소박하다. 그저 집에 들어갔을 때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적어도 집안 내 행동에 대해 잔소리를 듣지 않는 것. 그리고 자기를 위해 뭔가를 사거나 돈을 쓸 때 눈치를 보지 않는 것. 나 외에 다른 사람을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 이러한 홀가분함이 그들이 생각하는 자유다. 독신에게는 사실 이런 게 일상이긴 하다.


2.

외롭다고 묻지만 둘이 살아도 안 외롭다고는 말들 못하더라. 오히려 둘이 있는 데 더 외로워지는 게 문제다. 혼자 있을 때는 당연히 외로운 거다. 문제는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을 때 생긴다.


외로움이란 기본적으로 누군가 소통할 대상이 없을 때 증폭된다. 하지만 적당한 선을 유지한다면 과거에 비해 익명의 공간에 기대어 누군가와 소통할 기회는 오히려 지금 더 많아졌다. 이곳 같은 인터넷 게시판도 그렇고 SNS도 그럴 것이다. 잘 살펴보면 함께 살아서 더 답답하다며 호소하는 사람들이 이외로 많다. 그런 걸 보면서 상대적으로 위안을 찾는다. 그래 나는 남 때문에 내가 힘들지 않잖아. 하면서.


세상 힘든 일이 가난하거나 아프거나 인 경우도 있지만 사람 관계가 실은 가장 어렵다. 아예 관계가 없으면 그로 인해 힘들진 않다. 적어도 중간은 가는 셈이다.


3.

그럼에도 독신으로 사는 것이 또 남들이 마냥 부러워할 일만은 아니다. 사람이란 게 본래 그렇게 만들어졌는지 몰라도 특히 남녀 간의 화학작용에서 오는 그 본래적인 친밀감은 다른 모든 것들을 무용지물로 만들기도 한다. 어떠한 환각제보다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며 세상의 이런저런 고통이나 신경 쓸 일들을 무력하게 만든다. 여기에 뭔가 ‘의미’까지 부여가 되어 삶에 대한 우울이나 회의가 들어올 틈을 막아버리기도 한다.


독신으로 산다고 해서 그런 화학작용을 못 느끼는 것은 아니다. 다만 결혼 등의 생활에 비해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또 부자가 되는 것, 명예를 얻는 것 등등은 내 팔자에 없는 일이라고 쉽게 체념도 되는데 ‘행복한 결혼생활’ 만큼은 마음속으로 쉽게 포기하기 어렵다. 독신이란 ‘행복한 결혼생활’마저 포기한 상황일 수 있다. 그렇다면 내가 이 세상에서 이룰 수 있는 게 뭔가? 고민하기 시작하면 스스로 초라해질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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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란한 가족의 행복한 모습을 담은 김경민 작가의 작품ⓒ월영


4.

결혼에 대해서도 독신에 대해서도 딱히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진 않았던 듯싶다. 막연히 좋아했던 이성이 있었고 스쳐 지나갔고 그러다 처음으로 이 사람이구나 싶었던 인연도 만났다. 그때 벌써 서른 후반이 되어 있었고 어느새 또래에서 혼자 사는 이가 드물다는 것이 새삼스럽게 됐다. 다른 인생이 시작될 줄 알았지만 결국 제자리로 돌아와 홀로 집에 있다.


그럼에도 딱히 삶이 불행하거나 서글픈 것은 아니다. 세상엔 저마다 다른 인생들이 있고 평균 분포 안에 들어가도 또 그 안에서 여러 갈래의 인생들이 나뉜다. 사십 대 접어들어 혼자 사는 것이 10만 명 중에 한 명, 혹은 1만 명 중에 한 명 꼴로 아주 특이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런저런 가정 문제로 힘겨워하며 결혼을 후회하는 이들이 독신에 비해 더 많을지 모른다.


5.

어쩌면 인생 100세 시대 이십 대와 삼십 대에 결혼하는 게 더 비합리적인 일 일수도 있다. 남들은 누리지 못했던 30대의 자유를 누렸다고 생각하면 크게 억울할 것도 없다.


다시 사랑을 하고 인생을 함께 걷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사그라진 것도 아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게 아닐까 싶다.


그저 차분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야겠다는 다짐. 무엇이 인생에서 중요한 것인지 잊지 않으려는 노력. 누군가 곁에 있건 없건 좀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바람과 실천.


그러다 보면 또 누군가 나에게 와 꽃이 되고 향기가 되겠지. 설령 그런 인연이 오지 않는다면 내가 누군가에게 그리 다가갈 수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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