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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영 Jun 24. 2024

송이가 말을 하는 것도 아닌데

혼자

집에 있으면

뭐 하냐  

   

송이가

말을 하는 것도

아닌데

안 심심하냐?     


다른 사람은

몰라도     

애 키우신 

기혼자분들     


자녀가 

갓난아기였을 때


응앵 응앵

소리만 내도

방긋 웃던     

그 시절     

잊으셨습니까     


흑.



코로나19 당시에 일이다. 바이러스 감염병의 특성상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상의 많은 일들이 삽시간에 어그러졌다.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거나 행여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었으면 홀로 자가격리를 해야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혼자 있어야 하는 경험을 반강제로 할 수밖에 없었다.      


싱글라이프 십수 년째라 재택근무나 자가격리 같은 변화가 아주 힘들지만은 않았다. 부어라 마셔라 하던 회식 문화도 자취를 감췄고 출근이라도 하면 일찍 집에 가는 것이 당연했던 그때의 상황이 일정 부분 내심 반갑기도 했다. 하지만 몇 달 정도에 그칠 것 같았던 코로나19 상황은 예상보다 길어졌고 이런 ‘닫힌 상황’에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때 어느 신문에서 흥미로운 기사를 읽었다.      


정신과 의사들이 봤을 때 말 못 하는 반려동물에게 말을 거는 건 이상행동이 아니지만 만에 하나 반려동물이 먼저 말을 걸어온다면 이건 정신적으로 이상행동에 속하는 것이니 바로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라는 내용이었다.      


코로나19로 생전 처음으로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자칫 사람들의 정신건강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이를 감지할 수 있는 증상 중 하나가 바로 반려동물과의 관계. 즉 반려동물이 사람인 양 말을 건넨다고 착각하는 것이란다. 일종의 망상장애의 시작이므로 꼭 병원에 가보라는 조언이 담긴 기사였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다행히 함께 사는 반려묘 송이가 내게 말을 걸어오진 않았다. 집에 처음 왔던 2017년 가을부터 지금까지도 송이는 내게 말을 걸진 않는다. 내가 송이에게 출근 전에 집 잘 지키라 당부하고 퇴근해선 혼자 뭐 했냐고 물어볼 뿐이다. 하지만 송이는 자기 기분대로 가끔은 야옹거릴 뿐 대개는 들은 체 만 체한다.       

  

송이와 나는 사람의 말로는 영원히 대화를 할 수 없을 것이다. 만에 하나 내가 송이와 대화를 한다고 생각한다면 내 정신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방증일 테니 굳이 송이와의 대화를 위해 내가 내 정신줄까지 놓고 싶진 않다.      


그렇게 언어적 소통이 불가능한 대상과 한 집에서 산 지 어느덧 8년 차에 접어들면서 여전히 신기한 게 있다. 비록 말로는 소통할 수 없는 사이임에도 여전히 송이가 나와 눈을 마주치며 가르랑 거린다거나 작게 냐옹할 때마다 마음에서 무언가 저릿한다는 점이다. 그 저릿함에 감전될 때마다 약한 곰팡내처럼 스며든 가벼운 우울들이 휘발되곤 한다. 아직 말 못 하는 갓난아기의 해맑은 웅얼거림만 봐도 얼굴에 햇살이 퍼지는 젊은 부모들의 표정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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