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필요한 순간
코로나 바이러스 참 꺼질 듯이 꺼지지 않는다
이전과 비교하면 많은 부분이 달라졌으나
내 생활권에서 가장 크게 체감되는 곳은
아무래도 극장이다
매달 극장에서 적어도 두 편,
많게는 여섯 편까지 보던 씨네필이
지금은 한 달에 한 편을 볼까 말까 하다
일상의 관성은 무시할 수 없는지
슬슬 극장이 그립다
로비에서 나는 달콤한 팝콘 냄새를 헤집고
어두워진 상영관으로 들어가 앉으면
그곳은 오로지 나만의 새로운 세상이었다
많은 영화들의 개봉이 자동적으로 연기되었고
이에 나름 반사이익을 얻게 된 영화가 있다
그건 바로 <1917>
<1917>은 2월에 개봉하였는데
현재도 상영하며 박스오피스 10위권에 안착 중이다
물론 이 현상이 경쟁작의 부재 덕분만은 아니다
<1917>은 개봉 전부터
기생충의 오스카 경쟁 작품이니
처음부터 끝까지 원테이크로 진행되니 등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단지 롱테이크와 오스카 노미네이트로 표현되기에
아까울 정도로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1917>을 보면서 가장 감탄했던 부분이
슬픔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한 목적을 가지고 달려가던 전우가 죽었을 때
남은 사람이 슬퍼하는 방식을
시체를 끌어안고 오열하는 것으로 나타내지 않는다
사실 전쟁영화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장르 특성상 전쟁의 참혹함을 보여주기 위해
사용되는 장치들이나 감정선이 뻔하게 흘러갈 때가 많다고 느낀다
그런데 <1917>을 보고
내 편견이 한 꺼풀 벗겨져 버렸다
인간의 존재 그 자체를 증명하며
임무를 수행하는 '스코필드'의 모습을 보면
그저 숭고하다 라는 말밖에 안 나온다
글을 쓰니 한번 더 극장에서 <1917>을 보고 싶다
영화는 역시 극장에서 볼 때 가장 빛을 발휘한다
영화관은 과거의 영광을 회복하지 못할까?
나는 사람들이 다시 영화관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며 가슴 떨리는 순간들을 잊지 못하기에
나는 영화의 힘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