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득원 Nov 01. 2024

가을방학의
<가을방학>이 말하는 바

홀로 있되 서럽지 않기를, 그러러면 우선 말이야

가읠방학의 앨범 '가을방학' 중

10번 트랙 '나비가 앉은 자리'를 듣는다. 


꽃을 좋아하진 않지만 때로는 꽃을 안고 싶기도 한 변덕과

눈치 없이 달콤한 건 싫음에도 네 곁에 앉고 싶다는 모순이 낯설지 않다. 


선물 같은 거 필요 없다고 말하던 어제와 생일인 오늘,

빈손으로 방에 들어올 때의 마음이 다를 테다.




2

나비가 앉은 자리/ 가을방학


꽃향기를 좋아하지는 않아

하지만 때로는 나도 꽃을 안고 싶어

눈치 없이 달콤한 것은 싫어

하지만 이 순간 난 네 곁에 앉고 싶어

늘 꿈꾸던 건 홀로 있되 서럽지 않은 것

깃털같이 나비처럼 바람결을 탈 것

진한 색깔 향기를 좇아가지 않는 것

앉는다면 바로 그 자리에 활짝 피게 할 것


넌 내 세상을 바꿀 거야

네 등 뒤로 감춘 꽃다발 하나면 아마 충분할 것 같은 걸

한없이 높은 곳으로 올라가

어린 소년 시절 깜빡 놓쳐버린 헬륨 풍선처럼 아득히 아련히 


늘 꿈꾸던 건 홀로 있되 서럽지 않은 것

깃털같이 나비처럼 바람결을 탈 것

진한 색깔 향기를 좇아가지 않을 것

앉는다면 바로 그 자리에 활짝 피게 할 것


넌 내 세상을 바꿀 거야

네 등 뒤로 감춘 꽃다발 하나면 아마 충분할 것 같은 걸

한없이 높은 곳으로 올라가

어린 소년 시절 깜빡 놓쳐버린 헬륨 풍선처럼 아득히

어린 소년 시절 깜빡 놓쳐버린 헬륨 풍선처럼 아득히 아련히.



@dok.won_



3

변덕과 모순을 인정하면 마음이 좀 가벼워진다.

그래서 바람결을 탈 수 있고 허상 좇기를 그만둘 수 있다.

내 현재에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내가 이렇게 변할 수 있던 건 '너' 덕분이다.


'너'의 존재와 네 등 뒤에 있을 거라 짐작하는 꽃다발이 내 세상을 바꿨다.


'너'가 나비이고 내가 자리일 것이다. 

홀로 있되 서럽지 않은 것이라니. 모든 이가 원하는 것 아닐까 했다. 

그러려면 우선 내가 밉지 않아야 할 텐데 그건 또 쉬운가. 


일을 마치고 돌아온 집에서

양말과 옷을 벗은 다음 제자리에 정리하고

샤워를 하는 일도 번거롭고,

이불을 펴서 눕고만 싶은 마음을 그저 보듬기만 할 수 있을까.


'너'를 보며 어린 시절에 하늘로 떠나보냈던 헬륨 풍선을 생각한다. 

아득하고 아련하게 높은 곳으로 사라진 풍선처럼

'너'와 만나기 전의 나를 떠나보내는 중이다.


나는 '너'와 함께 있는 이 시간이 행복하고 불안하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변하는 건 순간이다.

너와 함께 있으면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 진다.

가치관과 신념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고집일 뿐일지도 모른다고

'너'로 인해 돌아보게 되었다.



4

늘 꿈꾸던 건, 홀로 있되 서럽지 않은 것이었다.


너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나를 사랑하는 일을 배우고 있다.

홀로 살아갈 힘은 나로부터 나와야 하므로.

그건 위태롭지만 높은 마음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너로 인해 내 세상은 바뀌었고 계속 바뀔 것이다. 




5

젊음을 이만큼이나 밝고 서정적으로 그린 앨범이 또 있을까.




아무도 나를 이해할 수 없다는 젊은 치기 (샛노랑과 새빨강 사이)


부모님과 한 집에 살고 있는 젊은 이의 담담한 고백 (동거)


세상에서 내가 제일 불행한 것 같지만 그래도 괜찮다는,
나는 익숙해졌고 잘 살 수 있는다는 어린 시절의 패기 (곳에 따라 비)


산책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사는 젊음이 있다,
적은 양의 체념과 많은 양의 희망이 뒤섞인 태도로 즐거운 마음으로 (속아도 꿈결)


불꽃처럼 사랑하고 전소될만한 것이라야 취미라 부를 수 있다는 그녀, 

그녀를 통해 전하는 젊음의 특권 (취미는 사랑)


비극과 희극을 모두 가진 건 우리뿐이라는 믿음으로 읊조리는 젊은 사랑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


다정한 마음으로 잠든 당신을 바라보는 젊은 이의 속마음 (이브나)


지나간 사랑을 떠올리는 일이 이제는 버겁지 않은 조금 더 성숙해진 젊음 (3X4)


어린 시절의 사랑을 떠올리는 맑은 웃음, 그건 그 시절의 순수함을 추억하는 뿌듯함 (인기 있는 남자애)


'너'의 존재로 인해 바뀐 세상과 계속 바뀌어 갈 세상에 대한 기대감 (나비가 앉은 자리)


특별한 사람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별한 사람이 된다는 걸 깨닫는 젊음의 어느 한 길목 (가을방학)


나의 고통을 지켜보는 너, 세상을 나 위주로 보는 젊은 시선 (호흡 과다)




다짐과 고백, 패기와 희망,

특권, 사랑, 불안, 성숙, 기대, 고통을 대하는 태도 등

많은 이야기를 하는데 중심 화자는 모두 '젊은 이'다.


어린이도 어른도 아니지만 여전히 모르는 것도,

신기한 것도 많은 청춘들의 반짝임을 절묘하게 포착한 수록곡들이다.


사실 어느 정도 머리가 크고 나서는

어린이와 어른의 경계를 꽤 오랫동안 헤매는 것 같은데

때 그 심정들을 이렇게 낱낱이 묘사해 놓으니

동질감과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몇 년 동안 이 앨범을 찾아들었던 건

아직 그 경계에 서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