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직장인. 당신도 저자가 될 수 있다
② 책과 저자에 관한 흔한 오해
③ 책 쓰려면 이것부터 준비하라
④ 본격적인 책 쓰기 도전
⑤ 저절로 팔리게 만드는 책 홍보 기술
이번 글에서는 책을 본격적으로 써나갈 때 무엇이 필요하며, 어떤 순서로 쓰면 좋은지, 그리고 어떤 점에 주의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직장인이 책을 쓰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을 뽑으라면 당연히 시간입니다. 하루의 절반 이상을 회사에서 보내야 하는 직장인에게 시간만큼 부족한 게 없을 것입니다.
게다가 야근이나 회식이 상시적으로 이뤄진다면 책 쓰는 시간을 내기란 무척이나 어렵죠. 휴식 시간도 부족한 마당에 책상에 앉아서 장문의 책을 쓴다는 것은 집필한 책의 수준은 고사하고 책 분량 자체를 채워 넣기도 힘든 일입니다. 그러므로 책을 쓰려면 절대적인 시간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시간이 매일 꾸준히 확보되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책 쓰는 일은 결코 단거리 경주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충분해도 막상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써 보면 청산유수처럼 잘 써지는 날이 있고, 한 문장조차 써내려 가는 게 힘든 날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실제 작업량에 비해 훨씬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게 됩니다.
이럴 때면 글이 잘 써지지 않더라도 무조건 책상에 앉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자리를 비우게 되면 글을 쓰는 흐름은 끊어지고, 손을 놓는 순간 책 쓰는 일은 요원해집니다.
만약 이렇게 하는 게 어렵다면 제가 했던 방법처럼 회사 블로그나 개인 블로그에 원고가 될 만한 소재로 원고 소스를 자주 써두는 게 좋습니다. 저는 LG 블로그와 LG CNS 블로그의 임직원 블로거로 활동하며 글을 기고했습니다. 책을 썼을 때 블로그에 써 둔 내용들이 요긴하게 쓰였습니다.
그러므로 어떤 방식으로든 꾸준히 콘텐츠를 어딘가에 적어 두시길 바랍니다. 이렇게 써 둔 콘텐츠를 적절히 편집하면 책의 주요 내용으로 활용하기에 딱 좋습니다.
사내블로거 활동을 통해 틈틈이 작성한 글로 책의 주요 내용을 채웠습니다.
스토리 전개는 책 소재를 좀 더 구체화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노트나 메모장 또는 엑셀을 활용해서 어떻게 책 내용을 구성할 것이며, 어떤 내용을 쓸 것인지 대략적으로 스케치하는 과정이죠. 책 전체의 흐름을 미리 잡아보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내용 일부분이나 문장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지도를 펼쳐 놓듯 책의 전체 그림을 미리 그려본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구성하는 이유는 책 내용이 탄탄해질 수 있도록 기초를 다지기 위해서입니다. 너무 국소적인 내용에 집중하다 보면 책 내용 전체가 편협한 내용만 다룰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죠. 한 건물을 지을 때 뼈대를 먼저 만드는 것처럼, 전체 목차와 스토리를 보면서 글을 쓰면 내용을 좀 더 체계적으로 구성할 수 있습니다.
저는 주로 엑셀을 이용해서 스토리를 구성했습니다. 엑셀을 활용하는 이유는 스토리를 구성할 때 새롭게 추가하거나 빼기도 쉽고 주요 내용을 작성하여 수정하기가 매우 용이하기 때문이죠. 엑셀을 이용한 스토리 구성은 워드나 PPT 또는 종이를 활용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 책이 나온 후에 이 스토리 구성을 다시 보면 많은 부분이 바뀌긴 했지만, 충분히 도움이 되는 방법이었습니다.
스토리 구성에 활용한 엑셀 포맷으로, 전체 내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엑셀로 만든 스토리 구성 포맷은 크게 대제목, 소제목과 주요 내용으로 구성됩니다. 대제목과 소제목은 책 목차에 해당하며, 주요 내용은 실제 이 제목에 어떤 내용을 쓸 것인지 간략하게 한 줄 정도의 문장으로 미리 써 보는 겁니다. 이렇게 만든 엑셀 포맷은 반복된 리뷰를 통해 계속 수정해야 합니다. 책 쓰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전에 스토리를 어느 정도 체계적으로 구성해야 문장을 써 내려가기가 한결 쉬워지기 때문이죠.
전체 구성이 잡히게 되면 문장을 작성하면서 동시에 출판사와 스토리 구성에 대해 협의를 하는 게 좋습니다. 문장을 많이 써 둔 상태에서 협의를 하면 출판사의 수정 요청으로 인해 원고를 다시 써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책의 1장에 대한 부분은 사전 협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출판사 편집 담당자의 경우 많은 원고를 검토해봤기 때문에 책 스토리 구성에 대해 좋은 조언을 얻으실 수 있습니다.
스토리 구성이 뼈대를 만드는 과정이었다면 문장을 쓰는 과정은 살을 붙여 가는 과정이라 하겠죠. 뼈대를 잘 만들었다고 해도 문장을 매끄럽게 써 나가야 독자가 쉽게 이해하고 책에 관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문장을 쓰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다음과 같이 단계 별로 작성해 보시길 바랍니다.
한 장에서 시작된 원고는 수십 페이지에서 수백 페이지로 늘어납니다. 원고 분량이 늘어날수록 전체 내용을 한눈에 보기 어렵고 작업된 곳을 찾기가 어렵게 되죠. 또 수십 페이지 정도 되면 심리적으로 기존 원고 분량 때문에 문장을 이어나가는 게 어렵고 부담스러워질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땐 소제목을 기준으로 개별 워드 파일을 나누고 그 파일에만 집중적으로 원고를 써 나가는 게 훨씬 좋습니다. 폴더에서 해당 파일만 찾아 원고 작업을 하면 되기 때문이죠. 이때 원고의 파일명은 다음의 규칙으로 만드는 게 좋습니다.
완결된 원고 파일명: 1.2.소제목(페이지수)_완결.doc
작업 중 원고 파일명: 1.3.소제목(페이지수)_작업중.doc
작업 예정 원고 파일명: 1.4.소제목(페이지수)_작업예정.doc
소제목을 기준으로 개별 워드 파일로 작업 후 취합하면 원고 작업이 수월해집니다.
이렇게 개별로 분리된 워드 파일에 하나씩 문장을 작성해 나가더라도 생각만큼 문장이 잘 써지지 않을 때가 생깁니다. 이럴 때는 노트에 내용을 간략하게 써 보시는 게 좋습니다. 저는 보고서나 블로그 글을 쓸 때 이야기의 핵심 내용을 노트에 미리 적어보는 습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노트에 미리 써 보면 대략 어떻게 이야기를 전개해 나갈 것인지 감을 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원고의 핵심 키워드와 내용을 노트에 미리 적으면 문장 쓰기가 수월해집니다.
노트에 적은 내용을 워드에 키워드 문장만 옮겨 씁니다.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는 욕심을 부려 문장을 완성하려 하지 마시고 한 문장의 핵심 내용을 아래와 같이 워드에 적어둡니다. 중요한 것은 소제목 역할을 하는 것과 내용을 색으로 구분해 두시면 메시지의 상관 관계를 이해하기에 좋습니다. 그리고 나서 개별 키워드 문장을 하나의 완성된 문장으로 잇고, 다시 개별 문장을 덧붙여 나가면 효율적으로 문서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문장은 가급적 짧게 써야 독자가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문장이 길어지면 불필요한 조사가 많아질뿐더러 문장 자체의 구조가 복잡해져서 맥락을 이해하기 어려워집니다.
개별 원고 파일이 어느 정도 완성되면 대제목을 기준으로 개별 파일에 나눠져 있던 원고를 취합합니다. 이때 파일 규칙도 ‘대제목번호_대제목_페이지수_작성완료 여부’와 같은 규칙으로 파일명을 저장합니다.
페이지 수를 표시하는 이유는 해당 문서가 전체 페이지 수에서 어느 정도 비중이 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입니다. 대제목을 기준으로 원고가 취합이 되면 반드시 출판사의 편집담당자와 원고를 리뷰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단계에서 실제 원고의 수정이 많이 이뤄지기 때문이죠.
원고 전체 페이지가 작성되어 하나의 워드 파일에 합쳐지면 목차 기능을 통해 전체 목차를 뽑아봅니다. 전체 목차를 보면서 원고의 세부 내용을 조정합니다. 원고에 오타가 없는지, 문장은 자연스러운지, 보강할 내용이 있는지를 찾기 위해 몇 번 반복해서 읽어봐야 합니다. 최종 원고가 되기 전에 출판사에 미리 보내 내용에 대해 전반적으로 함께 검토하는 과정도 필요하죠.
이 때부터는 저자의 관점보다 독자의 관점으로 냉철하게 읽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필요하면 출력해서 읽어 보거나 한적한 곳에서 천천히 읽어보는 것도 관점 전환에 도움이 됩니다.
원고에 들어갈 이미지나 삽화 등은 별도의 파일로 분리해 출판사에 보낼 수 있게 관리합니다. 그림은 저작권 이슈가 있을 수 있으므로 미리 출판사와 저작권 이슈에 대해 협의하는 게 필요합니다.
퇴고는 원고 내용이 확정된 가운데 문장에 문제가 없는지와 사용된 단어가 적절한지를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것입니다. 특히 글을 쓰다 보면 은연 중에 특정한 단어나 조사를 반복적으로 쓰게 되는데, 이런 것들을 수정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원고에 대한 퇴고는 다양한 방식으로 가능합니다. 출판사에서 대행해주기도 하고, 저자 스스로 하기도 합니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지인에게 교정을 맡기는 것도 방법입니다. 저는 출판사 편집인과 함께 퇴고 과정을 진행했습니다.
원고 본문이 모두 완성되면 마지막에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씁니다. 프롤로그는 일반적으로 이 책이 필요한 이유나 책의 주요 내용이 무엇인지 요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에필로그는 이 책에서 핵심적으로 강조하고 싶은 마무리 글이라 보시면 됩니다. 특별한 양식이나 내용이 규정된 것이 아니니까 자연스럽게 하고 싶은 말을 쓰시면 됩니다.
저는 제 책에서 본문은 아이디어가 왜 필요하고, 어떻게 구체화시키는 것인지 사례와 방법을 써 나가다가, 에필로그에서는 ‘아이디어가 현실이 되기까지는 절실함이 가장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그 어떤 방법론과 이론을 많이 알고 있어도 아이디어를 실현해 보겠다는 바램이 없다면 아무 소용없다는 메시지를 에필로그에 쓴 것이죠.
책의 호감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제목과 표지 결정은 초보 저자에게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출판사에서 대부분 제목 후보와 표지의 시안을 보내주기 때문에 정해진 범위 내에서 결정할 수 밖에 없죠. 물론 저처럼 디자인에 문외한인 경우 정해준 시안에서 그나마 나은 것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부분은 출판사와 잘 협의하는 게 필요합니다.
원고를 쓰다 보면 용량이 커질수록 워드 에러가 자주 발생합니다. 적게는 몇 시간에서 며칠 째 작업한 원고가 날아가버리면 그 허무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앞서 제가 원고의 소제목으로 나눈 것이 작업의 효율성이란 측면도 있지만 실제 작업한 파일이 날아가도 다른 원고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물론 대제목 중심으로 파일이 취합될 때는 더더욱 원고의 보관이나 백업이 중요합니다.
전 일반적으로 파일을 아래와 같은 규칙으로 저장해둡니다.
아이디어기획의정석_원고_20170403_강석태_출판사2차리뷰.doc
이렇게 저장된 파일을 열어 작업할 때는 다시 다른 이름으로 아래와 같이 저장합니다.
아이디어기획의정석_원고_20170403_강석태_3차리뷰용작업.doc
소소해 보이는 이 습관이 원고 작업을 한 순간에 날려버리는 것을 막아주는 현명한 방법입니다. 또한, 네이버 클라우드와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에 동기화 시켜서 파일을 분리하여 자동 저장해두는 것도 매우 좋은 방법입니다. 꼭 추천 드리는 방법이니 명심하세요!
이렇게 책 쓰는 방법에 대해 정리해보았습니다. 실제 써 보시면 제가 설명 드린 것보다 훨씬 어렵고 힘든 과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지식을 자산으로 만든다는 마음으로 평소 한 줄씩 써내려 간다면 그 길이 의미 있고 설렘이 가득한 여정이 되리라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직장인 여러분! 당신도 저자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 도전해 보세요!
『아이디어 기획의 정석』(도서출판 타래)의 저자. LG CNS에 재직 중이며 14년 동안 서비스 기획 및 신사업기획 업무를 맡고 있다. 노트북을 매일 끼고 살지만, 종이 위에 그려지는 그림과 글씨에 더 큰 매력을 느낀다. 지금껏 수만 장의 문서를 만들었지만 여전히 읽는 이가 저절로 납득할 수 있는 문서를 만드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