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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에서는 신사업 아이템이 사업화가 되기까지 기업 내부에서 어떤 과정을 거치며, 어떻게 투자 결정이 이뤄지는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조직 내에서 사업 아이템을 선정하게 되면, 사업화를 위한 구체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사업은 반드시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아이디어 수준의 사업이 비즈니스로서 타당한지를 면밀히 검토하고, 그 결과를 경영진에 보고하여 사업 추진 여부를 승인받아야 합니다.
조직 내부의 관점에서 보면, 사업 모델 구체화를 통해 실제 비즈니스가 작동하는 데 필요한 자원과 조직 그리고 해야 할 일(Task)을 미리 정의합니다. 그래야 시장에서 경쟁자가 따라잡을 수 없게 빠르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작업을 해야 하다 보니, 사업 구체화 과정은 개인보다는 TFT나 신사업 전담조직이 맡게 됩니다. 각 분야의 전문 지식과 경험을 가진 인력이 비즈니스 내부 요소(제품, 생산자원, 비용, 수익 모델)와 외부 영향 요소(고객 동향, 경쟁자, 대체재)를 여러 각도에서 살펴보고 아이디어 수준의 사업 아이템을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정교한 청사진으로 그려내는 것이죠.
사업을 정교화하는 과정에서 다루는 항목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신사업이 추구하는 가장 본질적인 업(業)을 정의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것을 구성원들이 이해할 수 있는 간결하고 명확한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이죠. 그 문장을 통해 신사업을 승인하거나 실제 신사업을 추진할 구성원들이 동일한 목표를 향해 움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쟁이 없는 시장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시장에는 반드시 경쟁이 존재하고, 설사 신사업이라 하더라도 국경을 넘어선 새로운 경쟁자들이 끊임없이 등장합니다. 이러한 경쟁에서 시장을 빼앗고 유지할 수 있는 경쟁 우위 전략은 사업의 추진과 유지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신사업을 추진하는 단계에서 수립하는 이런 전략을 Go-To-Market 전략이라 고 합니다.
비즈니스에서 수익을 발생시키는 요소는 유형의 제품이거나 무형의 서비스입니다. 제품과 서비스에는 가격이 붙어 상품이라는 형태로 고객에게 판매되고, 고객은 그 대가로 돈을 지불하게 되죠. 결국, 기업의 인프라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생산 또는 제공 기반이 구축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기반은 수요의 증감에 맞춰 늘리거나 줄일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이것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오프라인•온라인의 유통망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유통망을 직접 구축할 것인지, 외부 유통망을 활용한 것인지에 따라 필요한 자원, 인력, 소요되는 비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여 고객에게 전달되는 과정까지 인건비, 재료비, 마케팅비, 운반비 등 수많은 비용 요소가 발생합니다. 그중에는 제품의 생산에 직접 영향을 주는 직접원가가 있을 것이고 회계팀, 인사팀과 같이 기업이 갖춰야 할 기본 요소로 인해 발생하는 간접원가도 있을 것입니다. 이를 비용이라 합니다.
사업은 이런 비용 규모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하고 이것을 수익 모델을 통해 예측해야 합니다. 이는 투자된 돈이 언제 회수될지 손익분기점(BEP)을 예측하는 신사업 재무 분석에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신사업을 추진할 조직과 필요한 인력의 충원 계획을 수립합니다. 조직 내부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는 자원이나 활동은 외부로부터 매입하거나 제휴를 통해 해결해야 합니다. 매입해야 할 자원을 정의하거나 제휴 업체를 타진하는 것도 필요한 과정이라 할 수 있죠.
사업을 구체화하면, 신사업 투자를 위한 내부 보고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조직 규모가 클수록 보고 과정과 투자 승인 과정은 복잡해지죠. 보고는 일반적으로 의사결정 라인을 거치게 되는데 요. 예를 들어 <팀 → 그룹 → 담당 → 사업부 → 본부>와 같이 상위 조직으로 올라가는 형태입니다. 물론 보고 단계가 매우 단순하게 운영되는 기업도 있습니다. 신사업의 경우 빠른 의사결정과 속도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보고 과정을 단순화시키는 것은 업계의 큰 추세이기도 합니다.
보고한다는 것은 사업을 진행할지 말지 의사 결정을 받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신사업은 돈이라는 투자를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사업에 있어서 돈의 흐름은 인체에서 혈액의 흐름과 같기 때문에 당연히 재무 분석이 가장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신사업이 기업을 위기에 빠뜨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투자 규모가 커질수록 유관 조직도 관여할 수밖에 없고, 리스크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진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의사결정에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됩니다. 일반적으로 신사업 개발 과정은 짧게는 6개월에서 1년 이상이 소요됩니다. 그렇게 많은 시간을 투자했음에도 상당수의 사업 아이템은 투자 보류되거나 투자를 받지 못하는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신사업이 점점 중요해지면서 기업들은 신사업 투자를 위한 별도의 예산을 반영해두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연초에 그런 계획을 수립하게 되죠. 그런데 신사업 아이템이 기업이 원하는 시기에 등장해주진 않습니다. 즉, 예산을 수립하는 시점과 신사업 아이템이 등장하는 시점이 같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신사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기업에서는 이미 확정된 예산을 소진하기 위해 사업 타당성이 낮은 사업 아이템에 투자를 해버리거나 좋은 사업 아이템을 찾았는데도 불구하고 예산이 없어서 흐지부지되어 버리는 경우가 발생하게 됩니다. 결국, 신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아이템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져야 하고, 적기에 투자가 이뤄져 빠르게 전개할 수 있는 것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영진으로부터 신사업 투자에 대한 최종 승인을 하게 되면 사업 준비 단계에 진입하게 됩니다. 해당 사업을 추진할 조직을 구성하고 인력을 확충합니다. 적게는 몇 명에서 수십 명이 이 과정에 개입하게 되는데요. 영업, 기획, 마케팅, 생산, 개발 등의 전문 직무를 보유한 인력들이 각자의 역할에 맞게 상용화를 위한 준비를 합니다.
만약 온라인 기반의 플랫폼 비즈니스를 준비한다면 플랫폼을 개발할 것이며, 하드웨어 제품을 판매하는 비즈니스라면 시제품 개발과 상용화 제품 개발을 준비해야 합니다. 사업 준비단계는 제품 개발과 인력 확보, 유통망 확보 등이 필요해 적어도 6개월 이상이 소요됩니다.
사업 준비 단계는 이미 사업은 시작된 것이지만, 다만 고객에게 판매될 첫 제품을 만드는 데까지 준비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때까지는 대부분 돈을 쓰는 과정입니다. 인력 운영을 위해 인건비를 써야 하며,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제품 개발비나 재료 구입비, 생산시설비 등을 지출해야 하죠. IT 기반의 플랫폼이라면 서버를 구매하고, 데이터베이스나 솔루션을 구매해야 합니다.
사업 준비단계는 아직 시장에 출시되기 전 단계로서 예측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일들입니다. 그 제품이 시장에서 가치가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죠. 또한, 조직의 구성이나 운영이 최적화되지 못한 상태입니다. 왜냐하면, 어떤 활동들이 시장에서 성공 요소가 될지 모르기 때문에 필요한 활동을 모두 수행할 수밖에 없죠. 그래서 이 단계에서는 조직이나 비용에 비효율적인 항목들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판매가 가능한 첫 제품 또는 서비스가 출시되는 시점이 사업이 전개되는 단계라 할 수 있습니다. 고객에게 제안하고 실제 판매가 이뤄지며 그것이 매출로 이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비밀리에 추진되던 사업이 이제 링 위에 등장하여 경쟁자와 경쟁을 하게 되는 것이죠.
사업 준비 단계에서 충분히 준비했다면 좋겠지만, 대부분 사업은 그렇지 못합니다. 고객이 제품을 차별적으로 인식할지, 고객의 실제 니즈가 무엇인지, 그리고 비용을 지불할 만큼 가치 있게 느끼는지는 현장에서 알 수 있게 되는 것인데요. 그것을 제대로 충족시킨 제품을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수요를 충족시킬 만큼 공급 시스템이 되어 있지 않아 난감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그 수요를 경쟁자들이 노리게 되고 시장이 매력적일수록 경쟁자가 급속도로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러한 이유로 인해, 사업을 추진하는 조직은 확장의 유혹에 빠지게 됩니다. 확장의 유혹은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조직이 사업의 조기 성과 유혹에 빠져서 범하기 쉬운 오류로 대표적으로 아래와 같이 구분할 수 있습니다.
● 조직 확장 유혹
: 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인력을 불필요하게 확장하는 것으로 운영의 비효율성을 유발하게 됩니다.
● 제품 확장 유혹
: 고객에게 판매하는 과정에서 고객의 다양한 니즈가 발견되어 제품의 라인업을 단기간에 늘리거나 기능을 확장해서 차별화를 시도하는 유혹입니다.
● 유통망 확장 유혹
: 단기간에 많이 팔기 위해 자체 유통망 뿐만 아니라 제휴 유통망 등을 통해 제품 공급을 늘려버리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확장에는 반드시 비용이 따른다는 것입니다. 조직의 확장은 인건비의 상승과 업무의 비효율성을 초래하고, 엉뚱한 일을 벌여 비용을 낭비하게 만듭니다. 제품의 확장도 제품의 개발이나 관리에 비용을 유발하게 되고 유통망의 확장도 동일한 결과를 가져오죠.
결국, 사업의 전개 과정에서 확장의 유혹으로 지출 비용은 예상보다 훨씬 커지지만, 확장으로 인해 벌어들이는 기대 수익은 예상보다 훨씬 적어져 적자가 급속도로 증가합니다. 이로 인해 손익분기점이 너무 멀어져 버려 사업을 위기에 빠뜨리게 만드는데요. 이를 죽음의 계곡(Death Valley)라고도 부릅니다.
l 죽음의 계곡(Death Valley)
그래서 사업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기 위해 조직은 사업과 관련된 지표를 만들어 관리해야 합니다. 회원이나 가입자수, 구매자 수, 회전율, 매출, 이익 등을 중요한 지표로 만들어 체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사업의 현재 위치나 나아갈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것이죠.
이러한 죽음의 계곡을 넘어서면 사업은 도약 단계로 진입합니다. 시장에서 수요가 급증하는 호재를 맞아서일 수도 있고, 전략이 시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여 경쟁자가 손해를 버텨내지 못하고 물러남으로써 매출이나 이익이 급속도로 증가할 수도 있습니다. 저처럼 사업을 만드는 담당자 입장에서는 한숨 돌리는 시점이라 할 수 있죠.
그러나 이렇게 도약할 수 있는 사업은 극히 드뭅니다. 1,000여 개의 사업 아이템 중 10개가 사업화에 성공한다면 사업의 성공은 그 10개 중 한 개가 될까 말까 합니다. 그런데도 기업은 성장을 위해 또는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고 거기에 투자를 해나가고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신사업 계획서는 어떤 내용으로 구성되며 어떻게 작성하는지에 대해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글 ㅣ 강석태 차장 ㅣ LG CNS 블로거 [‘아이디어 기획의 정석’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