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을 위해 알아두면 좋은 얕고 넓은 지식
3편에 걸쳐서 비즈니스의 구성 요소에 대해 설명해 드렸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기업 내부에서 새로운 사업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전개되는지 신사업 개발 과정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기업은 ‘사업’이라는 활동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조직이 유지됩니다. 기업은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하나 이상의 사업을 하는 것이죠. 그런데 그 사업이 늘 좋을 수만은 없습니다. 스마트폰이 그 많았던 MP3 Player를 대체해버린 것처럼, 새로운 기술이나 대체재로 인해 수요가 급속도로 줄어들 수도 있고, 경쟁이 너무 치열해져 수익성이 악화되어서 사업을 접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때론 소비자의 소비 패턴 변화가 제품 판매의 저조로 이어져 사업이 위기에 닥치는 경우도 생기죠.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기업은 주력 사업 조직 외에 신사업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운용합니다. 그런데 많은 기업이 신사업을 외치고 때론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지만 성공한 사례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익숙한 업에서 사업을 하다가 새로운 영역에서 다시 고객에게 매력적인 상품을 팔고 경쟁을 이겨낸다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죠.
그래도 기업은 익숙한 치즈에 길들여지지 않고, 새로운 치즈를 찾기 위해 미로를 향해 발을 내딛습니다. 그런 도전 정신이 비록 실패로 끝난다고 할지라도 시장을 이해하고 조직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것만이 살길이라는 것을 조직은 알기 때문입니다. 결코, 주어진 치즈에 만족해서는 국경과 업종의 경계가 무너지는 무한경쟁의 시대에 결코 살아남을 수 없을 것입니다.
사업은 어떻게 발굴할 수 있을까요? 사업 발굴에 왕도가 있을까요? 제가 신규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신사업 발굴 방법론을 한창 공부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그 방법론에 따라 오랫동안 자료를 정리해보고 아이템을 도출했었는데요. 지금 돌이켜보니 딱히 권장할만한 방법론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업의 방법론에는 ‘왕도가 없다’라고 결론 내리고 싶습니다. 매력적인 사업 아이템을 찾기 위해 한 가지 방법을 고집하기보다 아래에 정리해드리는 다양한 방법을 모두 활용해보시는 게 좋습니다. 특히나 조직 구성원들이 각자의 방식과 지식에 기반을 두어 다양한 아이템을 찾아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업 아이템은 대부분 조직 내부 구성원이 찾아냅니다. 구성원은 크게 경영진, 직원, 전담 조직(신사업개발팀)으로 나뉠 수 있는데 경영진이 사업 아이템을 지시하는 Top-Down 방식과 직원이 아이템을 발의하는 Bottom-up 방식이 있습니다. 아이템을 발의하는 시작점은 다르지만 결국 사업에 대한 구체화는 조직 내부의 실무자들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구체화한 아이템은 하부조직에서 상부 조직으로 몇 단계의 보고와 검토 과정을 거쳐 사업으로 추진됩니다.
직원이 아이템을 발굴하는 과정에도 장단점이 있습니다. 시장, 고객, 기술에 대한 이해가 높다면 성공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그렇지만 경영진의 투자 승인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죠.
대기업 같은 경우 기본적으로 조직 구조상 서너 단계의 보고 과정을 거쳐야 하고 재무나 경영기획과 같은 스태프 조직의 사업 타당성 검토도 받아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자네 돈으로 사업하면 이렇게 하겠냐?’라는 말을 듣기도 하고 ‘이런 게 사업이 되겠어?’라는 공격도 받게 되어 심적으로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그래서 웬만한 열정이 아니고서는 이런 힘들고 더딘 과정을 거쳐 가기가 힘듭니다. 그 과정에서 관여하는 조직과 사람이 많아질수록, 검토 단계가 복잡해질수록 초기 의도와 전혀 달라지거나 처음보다 더 구체화하고 정교해지기도 합니다.
경영진이든 직원이든 누가 아이템을 발의하든 간에 아이템을 찾는 방식은 아래와 같이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이 방법도 보편적으로 쓰는 방법일 뿐 절대적인 방법은 아닙니다.
소비자의 욕구나 불편한 점을 해결해 주는 것은 모든 제품과 서비스의 존재 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가 망치를 사거나 더 나아가 드릴이라는 제품을 사는 것은 드릴을 소유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액자를 걸려고 벽에 구멍을 뚫기 위해서죠. 즉, 모든 제품과 서비스는 고객의 문제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존재하며 소비자는 그것을 돈으로 지불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즈니스의 모든 시작점은 고객의 충족되지 못한 욕구나 해결되지 못한 문제를 발견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음악을 즐기는 중요한 수단이 라디오에서 LP, 카세트, CD Player, MP3 Player 그리고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변화되었던 이유도 사용자가 느끼는 불편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기술과 제품이 진화되었던 것이죠.
그러므로 고객을 이해하고 고객의 문제를 찾아내는 것이 사업 아이템을 찾아내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입니다. 물론, 그 고객을 다 만나볼 수도 없고 고객이 어떤 문제를 가졌는지 찾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사업을 발굴하는 담당자조차 고객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막막해할뿐더러 고객 자신도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죠. 가장 기본적이지만 가장 어려운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업은 새로운 시장에서 잘 모르는 고객을 정의하고 그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찾느라 골머리를 앓느니 잘 아는 기술에 의존하게 됩니다. 고객은 통제하기 어려운 영역에 있지만, 기술은 기업의 손에 있기 때문이죠. 기업은 새롭게 떠오르는 기술(Emerging Technology)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언론, 콘퍼런스, 리서치 회사에서 뜨거운 감자로 등장할 뿐만 아니라 최고경영자나 임원들이 자주 듣게 되는 기술이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최근 큰 화두가 되는 것이 딥러닝이나 머신러닝 같은 지능형에 관련된 기술입니다. 기업들은 이를 활용할 영역이나 사업 거리를 찾는 데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전 수많은 ‘~페이’시리즈를 만들어 냈던 간편결제 기술도 마찬가지였죠.
이 방식은 기술 우위적인 사고방식에 빠져 수요가 지속적으로 이어지지 않아 시장이 형성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나 기술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기술적 구현의 성숙도가 높지 않아 대규모 투자가 들어갈수록 신사업의 수익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커지죠. 또한, 대부분 기업이 높은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하므로 경쟁이 심화되어 ‘승자의 저주’에 빠지기 쉬운 방식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손쉬우면서 안전한 방법을 선택합니다. 바로 경쟁사가 진입한 사업 모델을 후발사업자로서 그대로 모방하는 것이죠. 소위 미투(me-too) 전략이라고도 하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사업모델 베끼기에 가깝습니다. 경쟁자가 진입해서 성공할수록 베끼기 유혹은 더 커집니다. 왜냐하면,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지 모르지만 분명 시장은 존재하기 때문이죠.
최소한 시장은 있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고, 무엇보다 ‘경쟁사가 하니까 우리도 해야 한다’는 논리가 쉽게 먹혀들 수 있는 방법입니다. 그래서 투자를 받기가 쉬우면서 누군가 표준 모델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실행하기도 쉽습니다. 또한, 선도 기업의 인력을 스카우트하면 되기 때문에 인재를 확보하는 것도 어렵지 않죠.
그런데 문제는 실행하기는 쉬워도 수익을 내기는 무척 어려운 방식이기도 합니다. 후발 사업자로 진입한다는 것은 지속해서 수요가 늘어나지 않는다면 일단 시장을 나눠먹기 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그리고 많은 경쟁 기업이 뛰어들수록 수익은 악화될 가능성이 커지죠. 그래서 베끼기 쉬운 모델은 결코 매력적인 모델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기존 경쟁 사업자뿐만 아니라 신규 사업자들도 쉽게 베낄 수 있다는 것은 진입장벽 자체가 견고하게 구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죠.
이 방법은 잘 모르는 고객이나 기술에 의존하기보다 내부에 축적된 역량이나 자원에 집중하는 방법입니다. 필자는 1번과 4번이 가장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축적된 역량이나 자원을 정확하게 인식한다는 것은 기업이 사업을 통해 영위하는 업(業)의 본질을 이해하고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과 고객을 찾아낸다는 것이죠.
현재 스마트폰의 액정유리 소재로 유명한 코닝사의 고릴라 제품이 탄생하게 된 것도 코닝사가 유리에 대한 연구개발 역량을 새롭게 떠오르는 스마트폰 시장에 적용함으로써 엄청난 시장을 잡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산업 구조를 분석하여 가치사슬(Value Chain)을 통합하는 모델은 인터넷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 업종은 특정 기업이 생산, 공급, 유통 등을 모두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사슬처럼 각자 고유의 역할을 수행하는 연속적인 사슬처럼 구성되어 있는데요. 이를 가치사슬(Value Chain) 또는 가치 시스템(Value System)이라고 부릅니다.
신용카드 결제 시장이 카드사 – VAN사 – 가맹점으로 이어지고 제조업체가 부품 공급사 – 조립업체 – 판매업체 등으로 구성되는 것도 업종별 가치사슬의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l 미디어 시장의 가시사슬 사례
가치사슬은 나름대로 업종 내에서 효율적이고 최적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것을 통합한다는 것은 기존 구조가 뭔가 비효율적으로 되어 있어서 통합을 하면 더 효율적이거나 비용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IT 기술이죠.
IT 기술은 거래 대상자의 상호 간 탐색 비용을 줄이거나 거래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해 줍니다. 중고거래를 위해서 중고거래 카페를 찾으면 거래 대상자를 쉽게 찾을 수 있고, 배달 음식점을 찾기 위해서는 배달앱을 설치하면 되고, 택시를 부르기 위해서는 카카오택시 앱을 설치하면 되는 것처럼 IT 기술은 거래 대상자를 찾거나 거래하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서 플랫폼 비즈니스를 등장시켰습니다.
구글과 네이버 같은 기업은 전통 광고 시장의 가치사슬을, 아마존과 이베이 같은 기업은 전통 유통 시장의 가치사슬을 통합시킨 것이라 할 수 있죠. 에어비앤비는 숙박 시장의 가치사슬을 통합 시킨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여전히 많은 사업가는 가치사슬 통합을 통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치사슬 통합을 통해 엄청난 비효율을 제거함으로써 발생시킨 부가가치가 거대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을 보아온 경험들이 있기에 더더욱 이 모델에 집착하는 것일 수도 있겠죠.
2000년 초반을 휩쓸었던 인터넷의 발달과 2010년경을 휩쓸었던 스마트폰 열풍을 이을 새로운 IT 기술이 등장한다면 어쩌면 또 다른 가치사슬 통합이 빅뱅처럼 이뤄질 날도 올 것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신사업의 투자는 어떻게 이뤄지고 어떤 과정을 거쳐 사업화되는지에 대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글 ㅣ 강석태 차장 ㅣ LG CNS 블로거 [‘아이디어 기획의 정석’ 저자]
['초보, 예비 직장인을 위한 직장 생활 백서' 연재 현황]
[1편] 직무에 대한 이해
[2편] 직무는 사업에 의해 결정된다
[3편] 직무가 직장 생활을 결정한다
[4편] 직무 개발 방법_점을 연결하라
[5편] 조직이란 무엇인가
[6편] 직장 상사가 곧 회사다
[7편] 기업의 조직 문화
[8편] 직장 생활과 보고
[9편] 직장인에게 보고가 왜 중요한가
[10편] 보고를 잘하기 위한 방법
[11편] 보고서를 잘 쓰는 법
[12편] 직장 생활과 이직
[13편] 이직에 대해 알아둬야 할 사실
[14편] 성공적인 이직을 위한 경력자 이력서 쓰는 법 #1
[15편] 성공적인 이직을 위한 경력자 이력서 쓰는 법 #2
[16편] 21세기는 비즈니스 모델의 시대
[17편] 비즈니스 모델을 알면 기업이 보인다
[18편]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
[19편] 비즈니스는 어떻게 구성되는가? (1)
[20편] 비즈니스는 어떻게 구성되는가? (2)
[21편] 비즈니스는 어떻게 구성되는가? (3)
[22편] 비즈니스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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