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코치 Mar 02. 2018

32편. ‘경력사원’ 회사에 안착하려면

직장생활백서

현재 몸담고 있는 직장을 정년까지 다닐 수 있다고 확신하는 분들이 얼마나 될까요? 고도 성장의 시대에 회사와 생사고락(生死苦樂)을 함께한 아버지 세대가 일선에서 물러난 시점부터 종신고용이라는 신화는 이제 옛말이 되었습니다. 신화의 몰락은 당시 제가 대학 3학년이던 1997년 IMF 사태부터 시작되었죠. 20년이 지난 지금은 특수한 영역이 아닌 이상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회사를 평생 다닐 것이라 생각하는 직장인은 이제 드물게 되었습니다. 



고용의 구조가 변화하는 데는 많은 요소들이 영향을 주었죠. 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사람의 역할을 대체하고, 지역을 넘어 산업까지 넘나드는 시장 경계의 파괴는 기업의 생존 예측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그런 환경의 변화에 맞춰서 직장인들도 이제 이직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라 능력을 인정받고 개인 성장을 위한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누구나 한 번쯤은 경력사원이 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죠. 



저는 2002년부터 직장생활을 시작하여 2018년까지 세 번의 이직을 했습니다. 그러니 경력사원이라는 세 번의 경험은 나름대로 조직이 어떻게 돌아가고,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조직에 경력사원이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본능적인 가르침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 개인 경험과 주변 지인들의 사례를 통해 경력사원이 이직한 회사에 빠르게 정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써보겠습니다.



“굴러온 돌” 경력사원은 무엇이 취약할까?


‘굴러온 돌’이라는 표현이 껄끄럽게 느껴지겠지만 일개미 군단처럼 각자의 역할을 맡아 바쁘고 부단하게 움직이는 기업 내부 조직의 관점에서 보면 과한 표현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반드시 ‘박힌 돌’을 빼버릴 필요는 없지만 빗질에 쓸려나가지 않는 박힌 돌이 되려면 나름의 공간에 정착을 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지인도 없고’, ‘내부 프로세스도 모르고’, 게다가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황에서라면 회사에 정착하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경력사원 경험을 해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내부 프로세스나 담당자를 모르는 데도 ‘그런 것도 모르냐’고 핀잔을 받을까 봐 혼자 속앓이를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왠지 두터워 보이는 직원들 간의 관계에 ‘우리 동료 합시다’라고 애써 친한 척 하는 것도 어색할 따름입니다. 더욱이 입사 전에 생각했던 일과 다른 업무를 배정받는다면 ‘이 일은 나와 맞지 않다’고 직장 상사에게 정당한 요구를 하기도 힘들게 됩니다. 



그런 와중에 ‘이미 실력을 인정 받고’ ‘회사를 잘 알고’ ‘인맥 네트워크가 탄탄한’ 동료들과 경쟁하여 인사고과를 좋게 받는다는 것은 ‘일을 굉장히 잘하는 우수 인재’라 해도 단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경력사원으로 입사를 했을 때 초기 기간 동안 조직에 안착하거나 적응하지 못하면 또 다시 다른 회사 경력사원으로 새 출발을 반복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경력사원으로서 경력만 쌓는 게 아니라 마치 오래 회사에 다닌 것처럼 회사에 빠르게 안착할 수 있을까요?



소프트 랜딩 규칙 1. 반드시 3개월 안에 회사를 파악할 것!


여러분이 경력사원으로서 입사를 했더라도 경력사원으로서 예외를 인정 받을 수 있는 시간은 언제까지 일까요? 전 개인적으로 100일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100일 이후에도 ‘경력사원이니까’ 모른다는 꼬리표가 붙어있다면 초기 적응에 실패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 시기가 지나면 오히려 동료들이 불편해하고 귀찮아하게 됩니다.



반드시 100일 안에 회사 업무나 조직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파악해둬야 합니다. 조직도나 구성원의 이름, 그리고 회사의 내부 업무 규정을 집중해서 파악하셔야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자신의 일에만 집중한 나머지 반드시 알아야 할 조직 생활의 기본적인 사항을 몰라 조직 내에서 겉도는 경우가 자주 발생합니다. 꽤 오랜 시간을 회사에 다녔지만 기존 구성원들과 융화되지 못하고 일만 하는 겉도는 상황이 나오는 것이죠. 만약 그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조직 내에서 큰 성과를 내지 않는 이상 인정받기가 힘들게 됩니다. 



조직을 파악해야 하는 것은 회사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아야 여러분이 어떤 직원으로 인식시킬 것인지 방향을 잡을 수 있죠. 거기에다가 시장의 상황이나 고객까지 잘 안다면 금상첨화라 하겠습니다. 

일은 당연히 잘 해야죠. 그런데 당신은 일을 잘 할 것이라 뽑은 경력사원입니다. 못하면 안됩니다. 그런데 기존 동료들이 일하면서 알게 된 조직의 특수한 특성, 온 몸으로 전달받는 내부의 분위기, 그리고 일을 통해 알게 된 수많은 정보를 어떻게든 따라잡아야 합니다.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은 조직 내에서 있으나 마나 한 존재로 자신의 위치를 고립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을 조직 내에서 알리고 싶다면 회사가 가지고 있는 자산을 잘 활용하셔야 합니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각종 제도를 잘 활용하면 짧은 시간에 여러분을 알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저는 LG CNS 홍보팀에서 운영하는 사내 블로거 제도를 많이 활용했습니다. 또한, 사내경진대회에도 적극적으로 참가하여 회사 내에서 개인 브랜드를 알리는데 활용했죠. 실제 경력사원으로서 빠르게 안착하여 그 효과를 톡톡히 본 케이스에 해당됩니다. ‘성과를 잘 내서 빛나는’ 경력사원도 있겠지만 회사에서 좋아하거나 잘 할 수 있는 능력을 활용할 수 있다면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 경력사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소프트 랜딩 규칙 2. 회사를 관두어도 만나고 싶은 ‘동동친’을 만들 것!


동동친이란 제 나름대로 정의한 ‘동성 동료 친구/를 뜻합니다. 물론 꼭 동갑내기 친구일 필요는 없습니다. 형이나 동생이 될 수도 있겠죠. ‘동동친’을 간단하고 명확하게 정의하자면 학창시절 친구처럼 ‘회사를 그만두어도 친구처럼 만날 수 있는 직장동료’를 말합니다. 쉬울 것 같지만 쉽지 않은 일이 친구를 만드는 것이죠. 나이가 들수록 더 어려워집니다. 



전 회사에서 수백 명의 직원들과 아는 사이지만 정말 터놓고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동동친’이 네 명 있습니다. 그리고 ‘형-동생’ 하는 사이도 있습니다. 사내블로거 활동을 하는 김OO책임, 카카오톡 주문 서비스(톡주문) 사업을 하면서 심적 도움을 많이 받았던 강OO책임님.. 이런 분들은 제가 스트레스 받고 힘들 때 그냥 수다를 떨 수 있는, 그러면서도 위안이 되는 그런 친구 같은 존재입니다. 그 분들의 공통점은 회사를 그만두더라도 동네에서 만날 수 있는 편한 친구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외롭지 않고 든든한 직장생활을 위해서는 동동친이 필수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요? 전 그냥 진심을 다해 동료를 도우면 ‘동동친’이 저절로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경력이든 아니든 좋은 사람을 마다할 동료는 없을 테니까요. 그리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람 관계를 확장해보시길 바랍니다. 좋은 친구를 만드는 데는 정답은 없을 테니까요.



소프트 랜딩 규칙 3. 회사를 옮긴 것이 후회되어도 3년은 버틸 것!  


새 출발하는 마음도 잠시 회사를 어느 정도 알게 되면 ‘이게 잘 한 선택일까?’라는 회의가 들게 됩니다. 특히 조직 내에서 겉돌거나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을 할 경우에 그런 고민은 더 깊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또 다른 탈출을 꿈꾸게 되죠. 그리고 그것을 합리화하기 위한 이유를 찾기 시작합니다. 바로 조직에 대한 불평이 시작되는 것이죠. 그런데 이직이 후회된다면 또다시 다른 선택을 해야지 왜 버티라고 말씀 드리는 것일까요?



3년 동안 버티라고 말씀 드리는 것은 조직을 충분히 이해하는데 필요한 시간 때문입니다. 또한 조직이 당신을 완전하게 파악하는데도 그 만큼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여러분이 보지 못한 회사 내 좋은 인맥, 성장의 기회, 회사의 자산이 분명히 존재하며 반대로 조직이 보지 못한 당신의 역량, 잠재성이 있다는 것이죠. 서로를 몰라 발생하는 그 간극을 메워나가는 과정과 절대적인 시간이 3년입니다.



만약 그런 과정과 시간을 가지지 않고 또다시 다른 탈출구를 찾는다면 습관적인 도피성 이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아무리 도피를 해도 낙원 같은 회사는 거의 없습니다. 겉보기에 좋아 보이는 회사라 하더라도 그 속에 부대낌이 있고 말 못할 고민이 있는 법입니다. 회사가 나를 어떻게 대해주길 바라는 것보다 자신이 조직을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지 그것에 초점을 맞추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경력사원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했다 해도 입사한 회사는 자신이 선택한 결과입니다. 싫든 좋든 그 선택의 결과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주도적으로 변화시키도록 노력 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몇 살까지 일하실 생각인가요? 전 막내가 아직 어려서 적어도 70세까지는 일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10년 정도 지나면 80세까지 일해야 한다고 생각이 바뀔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부득이하게 여러 회사를 거칠 수 밖에 없을 테고, 또 다시 경력사원으로 새 출발을 해야겠죠. 그땐 아마도 이렇게 정리해둔 글들이 도움이 많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제 막 경력사원이 되었다면 여러분이 어떻게 조직에 안착하는지 스스로 기록해보시길 바랍니다. 언젠가 그 기록이 다시 필요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http://blog.lgcns.com/1652


매거진의 이전글 31편. "평판" 당신의 직장생활을 결정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