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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코치 Mar 29. 2018

33편. 회사와 당신의 거리

직장생활백서

‘앞 자리에 좀 앉아!’ 


우린 오래 전부터 앞자리보다 뒷자리를 선호했습니다. 학교에서도, 학원에서도, 예비군 훈련에서도, 민방위 훈련에서도 뒷자리를 먼저 차지하는 게 당연했습니다. 멀리 떨어져있어서 질문도 없을 것 같고, 선생님 매서운 눈을 피해 딴짓도 할 수 있으면서 교실의 상황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뒷자리가 주는 여유. 어쩌다 운이 나빠 늦게 도착하면 부담을 가득 안은 채 앞자리에 앉았던 학창 시절 기억이 납니다.  



‘회사와의 거리’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오랜 시간 누적된 습관 때문일까요? 회사에서도 각종 행사나 회의에서 가급적 리더로부터 멀리 떨어져 앉으려는 습관이 좀처럼 고쳐지지 않습니다. 가까이 앉으면 숙제를 받듯이 우발적인 업무를 받을 것만 같고, 왠지 내 말과 행동 때문에 트집 잡힐 듯한 불안함이 생겨 당연히 떨어져 앉아야 한다는 본능이 작동하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이런 경험을 하시나요? 이것이 바로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회사와의 거리’입니다. 


‘회사와의 거리’는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일까요? ‘회사와의 거리’는 물리적인 거리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회사 자체가 어떤 의미에서 추상적인 개념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에 ‘회사와의 거리’도 추상적으로 정의하는 편이 옳을 것입니다. 그러려면 ‘직장인이 일상에서 인식하는 회사란 무엇인가?’부터 정의해야겠죠. 이를 단순히 정의하자면 ‘회사 내에 자신부터 대표이사에 이르는 공식적인 보고라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보고라인이란 회사마다 차이는 있겠으나 조직도에 따라 ‘팀원 → 팀장 → 담당 → 사업부장 → 대표이사’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사안에 대해 보고해야 할 의무를 가질 뿐만 아니라 인사와 관련된 평가를 하는 조직 체계를 의미합니다. 이것은 회사 운영에 가장 중요한 조직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개인 입장에서도 이 보고라인에 의해 개인 평가, 승진 가능성 등 직장 생활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되죠. 엄밀히 말하면 회사가 승진을 시키는 게 아니라 보고라인에 있는 직속상사가 승진을 결정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회사와의 거리 = (보고라인에 있는) 직속 상사와의 거리”라는 표현이 본질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죠. 


 

현실에서 직장상사가 어렵다는 것은 드라마에서 보는 장면과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팀장과 같이 직책이 올라도 임원과 같은 직장상사가 어렵습니다. 임원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사장님을 가급적 피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직장상사와의 물리적 거리는 가까울지언정 심리적 거리는 결코 가까워질 수 없다는 것이 직장인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인가 봅니다. 그러다 보니 모든 직장인들은 본능적으로 직장 상사와 떨어지려고 합니다.

 

그런데 심리적인 거리는 그렇다 치더라도 물리적인 거리마저 멀어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습관적으로 직장 상사를 멀리해도 별다른 불이익이 없을까요?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상사와 멀어질수록 당신이 인정받을 가능성은 낮아진다 

흔히 능력 있고 열심히 일한다면 회사에서 저절로 인정받는다고 생각합니다. 일리 있는 말입니다. 분명 개인의 역량이 뛰어나면 가까이 하지 않아도 긍정적인 평판에 의해 주위 동료뿐 만 아니라 리더로부터 인정을 받게 되죠. 그런데 이런 법칙은 조직 규모가 커지거나 상위 조직으로 올라갈 수록 제대로 작동할 가능성은 낮아집니다. 



왜 그럴까요?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구성원이 많아질수록 리더와의 거리가 멀어지기 때문입니다. 즉, 리더가 조직 상황이나 구성원에 대해 속속들이 알 수 없게 되는 것이죠. 특히 상위 조직의 리더일 경우에는 구성원을 접할 기회 자체가 급속도로 줄어들게 됩니다. 규모가 큰 조직일 경우 구성원의 얼굴이나 이름조차 모르는 상황도 생깁니다. LG CNS의 경우 팀은 평균적으로 20~30명, 상위 조직인 담당조직은 200 ~ 300명, 사업부는 1,000명 이상으로 구성됩니다. 


그러므로 담당 직책을 가진 경우 한 명씩 점심식사를 한다고 가정하면 꼬박 1년이 걸리게 되는데 구성원이 무엇을 잘하는지 어떤 성과를 냈는지 일일이 기억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요? 그 조직을 몇 년 동안 이끌었다면 가능하겠죠. 이런 현실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간담회와 같은 공식 행사를 통해 자주 소통하려고 하지만 보고나 회의 등 업무도 병행해야 하는 현실에서는 공식 행사만으로 구성원을 제대로 아는데 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어떤 회사에서도 벗어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리더와 거리를 가까이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당신의 역량이나 성과는 타인의 평판에 의해 결정되어 버립니다. 즉, 리더가 평소 소통하던 직원일 경우 자신의 판단에 의존하지만, 잘 알지 못하는 직원일 경우 직장상사나 동료들에게 의견을 기반으로 판단해버리게 되는 것이죠. 자신에 대한 평가가 주변에 의해 결정된다면, 그것도 부정적으로 인식된다면 당사자입장에서는 너무 억울하지 않을까요? 


이것은 승진과 같이 개인 직장생활을 결정하는 중요한 자리에서도 영향을 끼칩니다. 당신이 수 백 명의 조직을 이끄는 리더라고 가정해보죠. 매년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승진 대상자 심사 자리에 평가 점수 결과가 동일한 두 명의 직원이 있습니다. A는 당신과 자주 소통하였는데 B는 일년에 두세 번 봤을 정도로 잘 모릅니다. 이 중에서 단 한 명만 승진할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결과는 간단합니다. B의 승진 여부는 A의 승진 여부에 의해 결정이 됩니다. 왜냐하면 A는 승진 대상자 여부를 리더가 판단할 수 있지만, B는 승진이 적절한가에 대한 판단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오로지 A의 승진 대상자로서 적합 여부에 따라 결론이 나오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리더(=회사)와의 거리는 자신이 제대로 인정받을 가능성과 반비례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행사장에서 했던 상무님의 말씀이 모든 직장에서의 현실이라는 것이죠.  



리더가 그런 것을 해야 하지 않냐고 반론하실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공정한 인사와 평가를 위해서 리더는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리고 회사의 각종 제도나 시스템은 그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그것만으로 역부족일 수 있습니다.  



여러분도 언젠가 조직의 리더가 될 것입니다. 다양한 구성원들을 거치다 보면 불행히도 여러분들과 먼 거리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구성원들을 목도하게 될 것입니다. 만약 그들이 저만치 떨어져있으면서 ‘왜 나를 몰라주냐?’라고 소리치면 여러분은 어떤 마음이 들까요? 리더로서 소임을 다하지 못해 ‘미안합니다’라는 생각이 들까요?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라’ 


직장에서 승진이 중요하지만 승진을 위해 정치적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자신의 능력이나 성과에 비해 과도한 인정을 받는 것도 경계해야 할 일입니다. 그런데 자신의 능력이나 성과에 비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 받는 것도 억울한 일입니다. 직장에서 리더와의 멀어지려고 의도적으로 노력하셔서는 안됩니다. 너무 가까워서도 안되지만 애써 먼 거리를 유지하면서 자신을 투명인간화 할 필요는 없습니다. 뒷좌석에 기대고 앉아서 누군가에게 인정 받을 거라고 안일하게 믿고 계셔서도 안됩니다. 그럴수록 여러분이 제대로 인정을 수 없게 됩니다. 



또한 조직이 제대로 운영되고 업무가 제대로 처리되기 위해서라도 조직 리더와 가까이 있어야 합니다. 여러분의 일이 이뤄지게 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리더의 힘이 현실적으로 필요합니다. 만약 그 동안 먼 거리에 있었다면 당신의 새로운 제안이나 의견이 반영될 가능성도 낮아지게 됩니다. 제안을 받아 들이느냐를 결정하는 것도 평소 리더와 얼마만큼 신뢰가 쌓여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이상적인 거리를 제시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각자의 주관에 따라 달라지기에 현실적으로 어렵겠죠. 다만, ‘만약 앞자리에 앉았다면 정말 큰일이 났을까?’라고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쩌면 직장에서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앞자리의 불편함은 막연한 두려움이 만들어 낸 것이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직장상사와 가까워지는 것은 직장 상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을 위해서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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