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백서
매우 복잡하고 험난한 산을 오른다고 가정해봅시다. 아마 여러분은 본능과 이성을 오가는 순간순간의 판단에 기초해서 길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고생과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여러분은 목적지에 도착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자신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다시 그 험난한 산을 가야 하거나 온 길을 다시 돌아가야 한다고 가정해보죠. 그렇다면 자신이 걸어 길을 기억에 의존하는 것은 큰 문제를 야기할 것입니다. 여러분은 뭔가 자취를 남겨두거나 기록을 남기기 위해 애를 쓰실 것입니다.
직장에서의 일도 마찬가지죠. 매일 완전히 새로운 일을 한다면 모르지만 대부분의 일은 반복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길 저 길을 찾아 헤매지만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면 하나의 길로 연결되는 것이죠.
필자는 5년 전부터 노트 쓰는 습관을 가진 후 현재 5가지 유형의 노트를 쓰고 있습니다. 처음에 노트를 쓸 때에는 부자연스럽고 업무에 도움이 되는 줄 몰랐는데 5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은 노트가 없으면 불안함을 느낄 만큼 노트는 업무에 있어서 필수가 되었습니다. 또한 그 동안 업무의 성과를 높이거나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노트 메모가 강력한 힘을 발휘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현재 쓰고 있는 5가지 유형의 노트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노트 메모에 익숙하지 않다면 1번 노트부터 쓰시는 연습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회의에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오갑니다. 때론 결론 없이 갑론을박이 이어지는가 하면, 마치 한 사람이 결론 내리는 것처럼 참석자가 모두 동의하는 결론에 다다르기도 하죠. 회의 노트라는 것은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참석자가 하는 말을 핵심 문장 위주로 요약하여 정리하는 것입니다. 마치 회의록과 같은 것이죠.
왜 회의록처럼 요약해서 정리해야 할까요? 회의에 참석해보면 메모 없이 경청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기억력이 좋다면 그렇게 해도 됩니다. 그런데 대부분 일에 치이고 여기 저기 회의에 불려가다 보면 경청했다고 하더라도 며칠 만 지나면 금방 잊어버리게 되죠. 메모는 당연히 이런 기억의 보조 장치로서 훌륭한 역할을 해줍니다.
그리고 대화를 요약하는 실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말하는 것을 다 적을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상대방의 대화를 다 듣고 이해를 한 후 이를 간략하고 명확하게 문장으로 정리하는 연습을 꾸준히 하면 당연히 보고서 문장을 작성하는 능력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문장 작성법을 별도의 시간을 내서 연습할 필요 없이 회의실에서 꾸준히 해보시면 됩니다. 분명 큰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노트메모 팁 ①] 회의 핵심 내용을 단축형 문장이나 그림으로 표현해보면 사고를 구조화시킬 수 있다
저는 출근을 한 후 10분 정도 To-Do 노트라는 작은 노트를 꺼내 오늘 해야 할 일의 목록을 적습니다. 제가 직접 해야 하는 일과 팀원에게 지시해야 할 일이 나누기도 하고, 긴급한 항목은 별도로 표시를 해둡니다. 또한 노트에는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할지 간략하게 메모도 적어둡니다.
많은 일을 동시에 처리하다 보면 중요한 일 보다 급한 일 위주로 하게 되거나 잘 풀리지 않은 일은 은연 중에 뒤로 미루게 됩니다. 문제는 급한 일부터 하다 보면 늘 바쁘게 일하는데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생기고, 해야 할 일을 뒤로 미룬다 한들 언젠가 임박해서 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 생기게 되죠.
[노트메모 팁 ②] 하루 10분만 생각하면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이렇게 매일 쓰는 To-Do 노트는 바쁜 회사 일 속에서 일의 균형, 우선 순위 선정, 효율적인 일 처리 방법을 미리 설계해보는 중요한 역할을 해줍니다.
보고서를 쓰는 역량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요? 비싼 강의? PPT를 계속해서 만들어 보는 것? 제가 권해드리는 가장 좋은 연습방법은 바로 “보고서 만들기 전에 노트에 미리 써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파워포인트로 보고서를 만들 때 슬라이드에 작업을 바로 하지 말고 중요한 핵심 메시지가 무엇인지, 이것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 배치된 각 영역을 문장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문장 대신 그림으로 표현한다면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를 미리 써보는 것이죠.
보고서 작성지시를 받자 마자 바로 PPT를 열어 문서 작업을 하다 보면 논리의 전체 구성을 제대로 보기 힘들 뿐만 아니라 납득 시키기 위한 스토리 구성 방식을 특정한 방식으로 편향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비어있는 노트에 펜으로 미리 써보는 것은 편향 없이 보고서를 어떻게 전개시킬지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이죠. 이런 생각의 힘은 실제 문서 작업이 진행될 때 더 강력한 설득의 힘으로 작동하게 됩니다.
[노트메모 팁 ③] 슬라이드 만들기 전 스케치를 미리 해보면 문서를 간결하고 설득력 있게 구성할 수 있다
회사에서는 끊임 없이 아이디어를 요구하죠. 회의 시간 마다 숙제처럼 아이디어를 제출하는 일도 보통 스트레스가 아닙니다. 그렇지만 업무에 있어서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가 필요한 것도 현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조직 내에서 아이디어를 잘 내는 창의적인 인재가 인정을 받게 되죠.
그런데 아이디어는 원할 때마다 튀겨내는 팝콘 기계와는 다릅니다. 아이디어는 평소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유레카(Eureka)’를 외치려면 평소에 꾸준히 고민하고 메모해두어야 합니다.
저는 아이디어를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 평소 고민하던 문제,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정리하는 1,000가지 아이디어 노트가 있습니다. 4년 정도 7권의 노트를 썼는데 이 노트에 약 600개의 아이디어를 채워두었습니다. 아이디어 노트에는 회사 업무에 관련된 아이디어들이 많이 메모되어 있어서 실제 업무에 적용하기도 합니다. 아이디어 노트를 꾸준히 기록하다 보면 업무의 문제를 보다 명확히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문제를 실제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어서 업무에 큰 도움이 됩니다.
[노트메모 팁 ④] 문제를 명확히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 풀을 만들 수 있다
직장 생활과 특정 업무를 오래하다 보면 직장인에게 경험과 노하우가 생기게 되죠. 그런데 이를 자신만이 아는 것은 너무 아까운 일입니다. 이를 제대로 콘텐츠화해서 타인으로부터 전문가로 인정을 받고 또 후배들을 육성하는데 교육자료로 쓴다면 좋겠죠.
직무노트는 이런 오랜 경험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노트입니다. 저는 16년 동안 서비스기획과 비즈니스 모델 디자인 업무를 하다 보니 나름대로 서비스 기획 방법론이나 신사업 개발 방법론이 머리 속에서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이것을 노트에 메모해두어 나중에 회사 블로그 원고 소재로 쓰거나 책 출간을 위한 원고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노트메모 팁 ⑤] 자신만의 업무 노하우를 체계화시킬 수 있고 통찰력을 키워준다
아직은 두서없이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하는 것이라 포스트잇에 키워드만 적어두는 수준입니다. 단편적인 키워드라도 적혀있는 포스트잇이 점점 늘어나다 보면 한 페이지를 구성할 것이고 이것은 다시 회사 블로그 원고가 되겠죠. 그 원고가 축적되면 저의 첫 책이었던 ‘아이디어 기획의 정석’처럼 한 권의 책 소재가 될 것입니다.
회사라는 조직의 구성원으로, 비즈니스의 부분적인 역할로만 본다면 자신의 일이 하찮게 느껴지거나 중요하지 않은 일로 여길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떤 일이든 의미 없는 일은 없습니다. TV에서 보는 생활의 달인들은 그런 소소한 일들을 자신만의 노하우와 열정을 가지고 남들이 결코 따라 올 수 없는 고수의 경지에 오른 것이죠. 자신이 하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고민하고, 열정을 쏟아 붓는다면 각자의 영역에서 달인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노트는 그런 의미에서 자신이 고수의 경지에 이르게 하는 중요한 도구라 생각합니다. 일에 치이느라 놓쳐버리는 정리의 시간을 노트를 통해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노트 메모는 사소한 일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하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