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연휴가 끝나고 업체 대표님과 상무님이 저녁을 함께하는 자리였다. 상무님께서 "3일 연휴는 참 애매합니다. 일을 잊기에는 너무 짧아요. 연휴가 길면 시간 흘러 일을 잊을텐데..." 대표님도 연휴와 휴일이라는 시간 동안 일을 잊기 위해 어떤 것을 하는지 대답하신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직급에 맞게 책임을 지기 때문인지 그 분들의 대화에 공감이 되었다. 누군가는 대기업 임원이고, 누군가는 유명한 업체의 대표인데 배부른 소리한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분명 휴식을 취해야 할 주말에 일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은 스트레스 받는 일이다.
난 육남매의 막내. 큰 형님께서는 자동차부품회사를 경영하신다. 규모가 큰 만큼 대표이사로서 책임이 막중하다. 어느 날 형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집에 소리도 빛도 들어오지 않는 암실을 만들어야겠다라고.. 새벽이 되면 작은 소리에도, 작은 빛에도 잠에서 깨고, 그 후 회사 일이 생각나서 잠이 들지 못하시기 때문이라고 한다. 내 돈이 아닌 회사의 월급을 받으며 신사업을 하는 나로서 형님의 그 말씀이 크게 공감된다. 나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무게를 버텨내고 계신다.
사회 초년생 때는 니 일, 내 일은 구분되어 있고, 우리 일은 자주 등장하지 않는다. 회사에서도 일에 대한 마음이 떠나 있는데 회사 밖에서 일을 생각하는 것, 휴일에 걱정하는 것은 '출근 그 자체'일 뿐이다. 누구나 이런 시절이 있었다. 필자도 그랬다. 그런데 일과 여가의 경계가 이제 사라졌다. 나이가 경계를 무너뜨렸고, 회사에서의 위치가 담벼락을 부쉈고, 가정에 대한 책임이 경계의 흔적조차 지워버렸다.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삶을 살수는 없다. 나이가 들기에, 책임지지 않으면 물러나야 하기에, 물러나서 창업을 해야 하기에 니 일, 내 일, 우리 일 경계가 없는 그런 입장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사장님은 왜 저러나, 팀장은 왜 일에만 미쳐있나라고 말하기 전에 그들은 무엇을 책임지고 있는지 볼 필요가 있다. 그들을 이해할 필요도 동정할 필요도 없다. 다만, 그들을 한심한듯, 측은한듯 바라보는 당신도 언젠가 일과 여가의 경계가 사라질테니.. 그때 난 왜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는지, 왜 난 준비되지 못했는지 후회할 수 있을테니...
그들의 짐이, 당신의 짐이 될 수 있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