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습관] 25년 11월 마지막주차 기록
#이직
나는 로봇회사 임원으로 이직을 결정하고, 회사는 임원 및 조직 발표를 하였다.
임원 인사 발표 후 팀장 발령을 내기 때문에 스스로 면팀장하겠다고 말해야 했다.
이직이기 때문에 누구에게 먼저 말해야 하나, 언제 말해야 하나 고민했던 것도 잠시
직장상사가 어디선가 소문을 듣고 직접 면담을 요청했다.
조직 전배로 생각했던 상사는 이직이라는 말에 당황한듯 했다.
자초지종 사유를 말씀드렸으나 귀에 들어오지 않나보다.
사유는 간단했다.
‘자동차부품 중견기업을 운영하시는 형님이 로봇 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저에게 로봇회사에서 경험을 쌓으라고 했다.’
면담은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면팀장도, 이직도 10분으로 결정났다.
17년을 다닌 회사라도, 30년을 다닌 회사라도 이런 상황은 변함이 없다.
오래 다녔으니까 면담이 오래 될거라는 것은 자기 착각일 뿐이다.
그런 면에서 난 그동안 준비를 잘 해왔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대기업이었으나 대기업 답지않게 조직문화도 좋았고
무엇보다 나에게 많은 성장의 기회를 준 우리 회사에 대해 깊이 감사한다.
10년 더 다닐거라 생각했는데 여기서 하차하게 되니 너무나 아쉽다.
#면직
금요일 퇴근 길에 아는 팀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번 조직 개편에서 10여년을 했던 사업팀에서 손 떼고 신규 팀을 맡으라고 상무가 지시를 했나보다.
그녀는 화가 나고, 답답한 상태로 ‘나한테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퇴근 길이라 자초지종 들을 수도 없고, 경험상 어떤 상황인지 대충 짐작이 가서 월요일에 다시 이야기 하자고 했다.
또한 나도 생각 좀 해보겠다고 했다.
생각해볼게 없었다. 그 일을 너무 오래했다.
어쩌면 타이밍을 지나쳤을 수도 있다.
팀장으로서 그 사업을 너무 빠삭하게 알고 있고, 요령도 피울 수도 있고, 성과를 낼 수도 있다.
내가 오래 했으니, 내가 이 사업을 총괄하고 있으니 내것 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어쩌면 구성원들은 그런 팀장에게 불만이 있을 수 있고
직장상사는 정체된 사업과 조직에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회사에서 내 것이 있을 수 있을까..
이미 가져간 월급 밖에 없다.
의자도, 노트북도, 하드디스크의 데이터도, 심지어 동료와 팀원도
모두 회사 것이다.
내 것은 내 몸 뚱아리와, 내 지식과, 그동안 받았던 월급뿐이다.
그러니 월급을 잘 써야 한다.
#안부
대기업 서울자가 김부장을 보면 김부장이 사고를 친 후 대리기사로 일하면서 팀원을 마주치는 상황이 발생한다.
쓰레드에 과한 설정이다 아니다를 두고 논란의 글이 많았지만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은 김부장의 퇴사 후 팀원들의 반응이었다.
셋 중 누구도 김부장에게 안부를 묻거나 식사 한번 대접하는 장면은 없다.
임원을, 리더를 지낸 선배들을 만나보면 현실에서도 이런 일은 자주 일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재직하고 있을 때 그렇게 가깝게, 살갑게 대하던 후배들은 퇴사 후 연락이 없고
전혀 예상 못했던 사람들이 연락오고 밥 한끼 사준다고 한다.
작은 권력이든 큰 권력이든 권력의 생리를 본능적으로 활용하는 이들이 가까이 다가온다. 마치 꽃의 꿀을 탐하듯
충성을 맹세하고 귀담아 듣고, 신경써주기 때문에 싫어할 수 없다.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게 아니라 꿀을 탐하듯 권력을 탐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아니 안다고 해도 그게 오래 갈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벌은 항상 올 것이라 생각한다.
팀원 중에 한명이라도 밥 한끼, 술 한잔 기울였으면 어땠을까?
김부장이 그렇게 외롭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꼰대같은 김부장이 팀원으로서 좋을린 없다.
다만 모두가 한번은 그런 처지에 처해질 수 있다.
사는데 있어서 밥 한끼, 술 한잔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