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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코치 Apr 01. 2016

1편.대학에선 절대 알려주지 않는 직무!직무란 무엇인가

초보예비직장인을 위한 직장생활 백서 1편

제가 지난 3년 동안 LG CNS 블로거 활동을 하면서 썼던 글을 다시 돌아보니 '보고서 잘 만들기, 파워포인트 활용법' 등 직장 생활에 필요한 업무 기술에 대한 글이 대부분이었는데요. 이번 편부터는 직장 생활을 이제 막 시작했거나 취업을 준비 중인 학생들에게 유용한 ‘직장 생활 전반에 대한 지식’을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직장이라는 곳이 어떻게 구성되고, 어떤 일을 하고, 조직은 어떻게 작동되고, 어떤 일을 성취해야 하는지 사업의 관점과 조직의 관점에서 써나갈 예정입니다.  



오래 다녀도 가끔은 이해(?)되지 않는 곳이 직장이기에 어쩌면 제가 쓰는 글이 직장생활의 피상적인 면만을 다루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원 졸업 후 14년이란 시간 동안 3번의 이직, 4개의 회사, 3,700일의 근무 일수를 통해 체득한 경험이 직장 초년생, 대학생, 취업 준비생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분들이 직장의 본질을 이해하고,자신에게 맞는 직업과 직장 선택 및 진로 방향 설정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 직장 생활 백서 연재 글 주제 ] 


1. 직무 – 대학에선 절대 알려주지 않는 직무! 직무란 무엇인가?

2. 조직 – 조직은 어떻게 구성되고 운영되는가?

3. 보고 – 직장 생활의 절반을 소모하는 보고. 보고. 또! 보고.

4. 회의 – 회의와 소통의 상관 관계

5. 경력 – 직장인의 경력 개발 방법론

6. 승진 – 만년 과장, 만년 대리.. 피할 수 없는 승진의 법칙

7. 이직 – 절을 떠나야 하는 중이 명심해야 할 세 가지 사실

8. 사업 – 기업의 존재 목적은 사업이다

9. 재무 – 돈의 흐름을 알아야 망하지 않는다

10. 관계 – 갑과 을.. 그리고 직장인의 인맥에 대하여

여러분은 직무, 직급, 직책을 구분할 수 있나요? 이 세 가지를 간단히 정의한다면 ‘직무 =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는가?’ ‘직급 = 얼마나 경력을 가지고 있는가?’ ‘직책 = 어느 규모의 조직을 이끄는가?’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세 가지는 직장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조직의 구성 요소인데요. 



직장을 다니기 전에 가장 많이 접하는 단어는 대리, 과장, 부장, 팀장 같은 직급이나 직책입니다. 드라마에서도 흔히 나오고 일상에서도 많이 듣는 단어인데요. 그래서 학생들도 어느 직급이 높은지, 팀장은 뭘 하는지 정도는 어렴풋이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직무에서 발생합니다. 면접이든 채용 공고에든 직무라는 단어를 많이 접하게 되는데 딱히 직무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흔히 접하는 마케팅, 영업, 기획이라는 직무도 단어만 이해될 뿐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아리송합니다. 직무에 대한 단어는 많은데 왜 정작 직무에 대해 제대로 가르쳐 주지는 못하는 걸까요?  


그 이유는 직무라는 것이 업종, 산업에 따라 종류가 다르고, 동일 직무라 하더라도 사업 영역에 따라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직무를 간단히 설명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직무는 산업의 변화, 새로운 업종의 출현으로 새롭게 만들어지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직무를 직장인이 이해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며, 한 사람이 여러 직무를 수행하는 경우도 많지 않아 다른 직무에 대해 자세히 알기도 어렵습니다. 결국 자신이 프로젝트나 팀 업무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된 직무 외에는 다른 직무에 대해 알기란 어려운 것입니다. 


또한, 기술 직무와 같은 직무는 업무 자체의 특성이 반복적이면서 정형화된 패턴이 있지만 환경 변화에 따라 업무가 변경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신사업 개발이나 서비스 기획 같은 직무는 사업 아이템이 무엇인지, 어떤 사업 모델인지에 따라 해야 할 일 자체가 유동적으로 변경됩니다. 그래서 기술 직무와 다르게 직무를 명쾌하게 설명하기 힘든 것이죠. 


그래서 대학과 기업에서 직무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일을 통해서 직무를 배워나갈 수 밖에 없고, 이를 위해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한 것이죠. 

용어를 이해하고자 할 때 용어 자체 의미를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것을 둘러싼 구조적인 프레임을 이해하게 되면 용어의 본질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직무’란 용어도 단어 그 자체보다 직무에 대한 구조적인 이해가 필요합니다.


직무를 이해해기 위해서는 본질적으로 기업이 하고 있는 업(業)을 이해하고, 비즈니스를 이해해야 하는데요. 예를 들어 LG전자를 제조사, LG생명과학을 제약사로 분류했을 때 이를 업종이라고 합니다. 



기업의 사업자등록증에는 사업의 종류라는 항목이 있고, 업태와 종목이라는 항목이 존재하는데요. 서비스•제조•도매•건설 등의 사업으로 업종을 분류해 그 회사가 본질적으로 하는 일이 무엇인지 표기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분류된 동일업종 내 기업들의 업의 본질은 동일합니다. 건설업체들은 동일하게 건물을 짓는 일을 하며,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연구개발, 생산, 유통, 사후 관리 등 기업 내 가치사슬도 거의 유사합니다. 또한, 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조직의 구성 및 필요 인력도 유사하죠. 심지어 재무 구조나 영업 이익률도 비슷한 패턴을 보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비슷한 패턴을 보이는 기업을 동일 업종으로 분류하는 것입니다. 


동일한 업종에 소속된 직원들은 하는 직무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동종업계로 이직(移職)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만약 일이 다르다면 그것은 전직(轉職)이라 표현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동일 업종 내에서 한 기업의 직무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이해해야 업종 전반의 직무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직무는 실제 대학에서 배우는 전공과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대학에서 배우는 전공을 분류해보면 1) 직무와 연관성이 높은 전공, 2) 업종과 연관성이 높은 전공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업종과의 연관성이 높은 전공은 건설학과, 기계공학과, 화학과 같은 공학 계열이죠. 기계공학과나 산업공학과는 제조 업종에 갈 가능성이 높고, 조선공학과는 조선업에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화학과는 당연히 정유나 화학 업종으로 갈 확률이 높습니다. 전공에 따라 회사에서 실제 하는 일은 다를지라도 비슷한 업종으로 가게 되는 것이죠. 


반면 업종을 불문하고 공통적인 직무가 존재합니다. 이를 보통 지원 조직(또는 스태프 조직)이라 부르며, 어느 회사에나 있는 회계, 재무, 인사, 경영지원, 법무 등의 조직을 의미합니다. 전공에 비유하면 경영계열이나 인문계열에 속한 전공들입니다.

이러한 직무는 회사가 속한 업종에 상관 없이 기업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필수적인 직무인데요. 업종의 영향보다는 직무 자체에 영향을 받습니다. 제조업의 인사팀 내 인력개발(HR) 직무가 IT분야의 인력 개발과 전혀 다른 일을 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죠.  


직무의 중요도나 비중은 업종에 따라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하느냐,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하느냐에 따라 영업이나 마케팅 직무의 중요도나 조직의 크기가 달라집니다. 기업을 대상으로 업을 영위한다면 마케팅이란 직무의 비중이 높지 않고, 영업의 직무 비중이 월등히 높아지게 됩니다. 

특정 업종에서 특정 직무로 시작을 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그렇다면 직무를 배운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직무는 숙련도를 높이는 과정입니다. 숙련도라는 것은 해야 할 일을 개인이 주도적으로 정확하게 처리하되, 한계 속도에 다다를 만큼 빠르게 처리한다는 것이죠. 그러므로 유사한 일을 반복할수록 숙련도는 높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초기에는 전공 지식이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실제 접하게 되는 수많은 업무나 프로젝트 경험을 통해 숙련도가 높아지게 됩니다. 


다만, 개인의 의지와 상관 없이 조직의 변화나 사업의 변화로 인해 일을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바꾸다 보면 당연히 숙련도도 높아질 수 없습니다. 그 결과 어떤 업무도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어느 하나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불운을 맞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개인의 커리어 관리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심각한 문제가 되는 것이죠. 입사 동기생이라 하더라도 입사 시점에는 비슷한 수준에서 시작해도 몇 년이 지나면 개인의 의지나 노력에 상관 없이 외부 환경에 의해 숙련도가 크게 차이 날 수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을 봤을 때 숙련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유사한 일을 하되 조금씩 다른 일을 해보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서비스기획이라는 직무는 서비스기획이라는 업무를 반복적으로 하되, 신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기획해 내는 것입니다. 다시 말씀 드리지만 반복성이 숙련도를 높여줄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몰입까지 하게 되면 그 숙련도는 더욱 가속도가 붙을 수 밖에 없죠.  


문제는 반복성이 관성을 낳게 된다는 것인데요. 사람들은 모험보다는 안정을, 새로운 일보다는 익숙한 일을 선호하게 됩니다. 특히 연차가 높아질수록 전문성을 인정 받는 자신에게 익숙한 업무나 방식을 선호하게 되죠. 익숙하지 않은 일을 떠맡는다는 것은 실수할 가능성이나 성과를 못 낼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므로 가급적 변화를 기피하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숙련도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때, 즉 사원-대리-과장까지는 숙련도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지만 차장이나 부장 정도의 직급에 이르면 오히려 숙련도가 차이 나지 않는 상황이 오게 됩니다. 1만 시간 동안 비슷한 일을 하게 되면 대부분 숙련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필자의 전공은 환경공학이었습니다. 대학원까지 환경을 전공했죠. 그 때 당시를 돌아보니 십 여 년 후에 IT분야에서 일하리라곤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 같습니다. IT분야에 처음 직장을 가진 후 서비스기획이라는 일이 내게 맞는 일인가 심각하게 고민했는데요. 개발 경험이 전무한데다가 IT분야의 지식도 부족했기에 만화 ‘未生(미생)’의 장그래처럼 무엇인가를 배우기 위해 발버둥 쳤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그 고민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나이, 즉 14년 동안 한가지 일만 했음에도 이게 내가 좋아하는 일인지, 잘하는 일인지 확신이 들지 않습니다. 다만 잘한다거나 좋아한다기 보다 ‘이것을 할 줄 알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이거라도 해야 겠기에…’ 라는 마음이 더 큰 것 같습니다. 


그건 주위 동료들도 비슷한 것 같은데요. 유사한 일을 반복적으로 하다 보니 직무 숙련도는 높아졌지만 그것이 자기 적성에 맞는 일인지는 확신이 서지 않는 것입니다. 


잘하는 일이 뭐지? 좋아하는 일이 뭐지? 대부분의 대학생이나 직장 초년생들이 이런 고민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빨리 그 답을 찾고 싶어하죠. 특히 한국 교육 시스템은 자신에 대해 성찰할 기회가 자주 없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직무를 이해하고 선택하기란 더욱 어려울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입사를 한 후에도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아 이직을 고민하거나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는 경우도 많죠.


안타깝게도 대다수는 그런 고민을 많이 해도 바로 결론을 내기가 힘듭니다. 아마도 무슨 일이 자신에게 맞는지는 모든 업종을, 모든 회사를, 모든 직무를 경험하지 않는 이상 명쾌한 결론을 얻기 힘들지도 모릅니다. 직장이란 곳은 자신의 자율보다 회사의 방침에 의해, 누군가에 지시에 의해 일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누군가 시켜서 하는 일은 그 자체만으로도 스트레스가 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여러분이 고민을 멈추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런 고민 자체가 스스로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 중요한 밑거름이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자기에게 맞는 직무가 당장 결론이 나지 않더라도 스스로에게 잘 맞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멈추지 말고 고민해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것을 작게나마 시작해 보십시오. 작게 시작을 해도 꾸준히 하다 보면 스스로에게 맞는지, 잘할 수 있는지 아닌지 알 수 있는 시기가 오기 때문입니다. 


혹시 직무에 대해 궁금하신 내용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아래 댓글에 남겨주세요.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답변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직무가 직장 생활을 결정한다’ 편을 전해드리겠습니다. 



글 ㅣ 강석태 차장 ㅣ LG CNS 블로거 [‘아이디어 기획의 정석’ 저자(타래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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