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을 위해 알아두면 좋은 얕고 넓은 지식- 직장생활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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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1,2편을 통해 직무의 본질과 직무는 어떻게 분화되는지 기업 조직과 사업의 관점에서 설명 드렸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조직이 아닌 개인의 입장에서 직무가 직장 생활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이야기 하려 합니다.
대학을 졸업 후 직장에 들어가면 ‘일’이 주어집니다. 이를 ‘직무’라고 하죠. 회사의 규모에 따라 직무가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직장 상사가 시키는 일을 하다 보면 그게 직무가 되기도 합니다.
비즈니스 현장에서의 일은 대부분 반복성을 가집니다. 상품 기획자들은 지속적으로 상품을 기획하는 일을 하는데 상품이 다를 뿐 기획하는 과정이나 산출물들은 유사합니다. 개발자들은 새로운 기능과 서비스를 구현하지만 결국 코딩이라는 반복된 일을 하게 됩니다. 반복이라는 것은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숙련도가 높아지는 것이죠. 이렇게 숙련도로 전문성을 인정받게 되는 것입니다.
직무 숙련도의 범위를 본인 – 내부 조직 – 외부 조직 관점에서 보면 아래와 같이 정의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개인 업무만 잘 처리한다고 해서 직무 숙련도가 높은 게 아니라 내부 조직(경영진, 상사, 동료)과의 커뮤니케이션, 그룹웨어•회계시스템과 같은 내부IT시스템 활용 능력, 고객사나 거래처와의 관계 등 복합적인 요소로 판단되죠.
사원으로 입사할 경우 이 세가지 영역 모두 서툴기 때문에 직무 성과를 제대로 낼 수 없습니다. 과장에서 차장까지의 직급은 이 모든 영역에서 반복된 업무와 다양한 경험으로 능숙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즉, 숙련도가 높아진 것이죠.
l 직무 숙련도는 여러 요소가 결합되어 평가된다
직무 능력을 높이는 방법은 크게 스스로의 노력과 외부의 지원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외부의 지원이라고 하면 1) 직장 상사의 코칭, 2) 사내 및 사외 교육 프로그램, 3) 직무기술서와 같은 것이 있습니다. 스스로의 노력은 1) 반복된 직무의 경험, 2) 목표 달성 노력과 몰입의 정도, 3) 기초 지식 수준 등을 의미합니다.
회사에서 직원이 주어진 직무를 수행하면 연봉이나 급여를 받게 됩니다. 기업에서는 직무에 ‘성과’라는 단어를 붙여서 차등화된 보상 정책을 직원에게 제공합니다. 그래서 직장에서 승진, 포상, 인센티브를 결정하는 것은 직무의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회사 내에서의 성과가 순수하게 개인의 역량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업종이 호황일 경우, 시장에서 제품이나 서비스가 호조인 경우, 개인의 역량보다 기업의 매출이나 이윤으로 보상 정책이 더 좋게 책정되는 경우도 있죠. 만약 그런 조건이 없는 상황이라면 개인의 성과가 승진 등을 결정하는 것이죠.
직무의 성과라는 것은 어떤 직무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사업 조직인지, 이행 조직인지, 지원 조직인지에 따라 팀과 같은 조직의 목표와 개인의 목표를 규정하게 됩니다. 조직 내에서 어떤 역할과 목표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개인의 직무 성과는 달라지게 됩니다. 신규 사업을 발굴하는 직무일 경우 신사업을 몇 건 론칭시켰느냐가 기준이 될 수도 있고, 그 사업의 매출이나 이익을 달성했느냐로 결정할 수도 있죠.
마케터가 돈을 쓰는 일을 당연하게 여기면 프로모션의 성과를 낼 수 없습니다. 차별화된 프로모션을 기획하여 최대의 효과를 거두는 것(ROI)이 마케터가 내야 할 성과일 것입니다. 프로젝트 매니저는 그것을 언제까지 끝낼지(Delivery), 기준 품질 이상을 충족시키는지(Quality), 정해진 비용 내에서 하는지(Cost)라는 Q-C-D 관점에서의 성과를 내야 합니다. 이렇듯 회사에서 ‘일을 한다’는 직무의 개념은 비즈니스에서 ‘결과를 내야 한다’는 성과와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직무에서의 성과는 회사 내 커리어 관리에 중요하지만 이직을 할 때도 중요하게 적용됩니다. 이직을 할 때 자기소개서나 면접 시에 반드시 들어가는 항목이 전 직장에서 어떤 직무를 했으며 어떤 성과를 냈는지 적거나 설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그 직무를 오래 했다는 것은 채용하려는 기업 입장에서 중요하게 여기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짧은 기간을 하더라도 성과를 내야 전문성을 인정해주는 게 기업 채용 담당자들이 가진 기준입니다. 특히, 직무가 자주 바뀐 경우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생각하거나 한가지 일도 제대로 못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직무가 바뀐다고 하더라도 직무 내에서 성과를 낸 사례를 확보하는 게 개인의 커리어 관리에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승진, 포상, 연봉인상의 기준으로 직무성과에 대한 평가를 진행합니다. 이를 인사고과라고 하죠. 일반적으로 1년 단위로 평가가 진행되며 연초에 개인의 성과 목표를 설정 후 연말에 1년 동안 진행한 업무 성과를 기준으로 부서장(예를 들어 팀장)에 의해 평가를 받게 됩니다.
평가 등급은 회사마다 차이가 있으며 S, A, B, C, D와 같은 학점과 같은 기준으로 평가되는데요. 평가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목표 또한 정량적인 기준으로 설정이 됩니다. 예를 들어 사업 조직이라면 수주액, 매출액, 영업이익과 같은 목표이며, 마케팅 조직이라면 모바일앱 다운로드수, 활성 사용자수(Active User), 페이지 뷰(Page view)와 같은 정량적 수치로 평가를 받게 되죠. IT개발팀일 경우 Q-C-D(Quality-Cost-Delivery) 기준으로 평가를 받고, IT운영팀일 경우 장애 횟수나 장애 대응 시간으로 평가를 받게 됩니다.
공정한 인사 평가를 위해서 가급적 정량적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에 도달했는지의 결과로 평가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모든 목표를 정량적으로 설정할 수는 없습니다. 기업 내에는 회계팀, 인사팀과 같은 지원 조직이 존재하며, 이런 조직은 사업적 성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평가의 기준도 조금 정성적입니다. 팀 내에서 공통 업무를 처리하는 것도 평가기준이 될 수 있는데 이런 것도 정량적으로 측정하기 어렵습니다.
회사 내에서 하나의 직무만을 꾸준히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직장 생활에서 직무가 바뀌는 경우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보시면 됩니다. 자의 반은 본인에게 맞는 일을 찾거나 역량을 높이기 위해 직무를 변경하는 경우입니다.
필자의 경우 10년 동안 서비스 기획을 했지만 LG CNS에 경력사원으로 입사하면서 서비스 기획 직무에서 신사업 개발(Business Development)이라는 직무로 변경을 하였습니다. 물론 서비스 기획이라는 주 역량을 기반으로 신사업 개발을 했기 때문에 완전히 분리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한편 본인의 의지와 상관 없이 직무를 바꿔야 할 수도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조직 변경으로 인해 일 자체가 바뀌거나 사업이 축소되어 되어 다른 직무로 변경해야 하는 경우입니다. 순환보직의 경우에도 직무가 타의로 변경되는 사례라 할 수 있죠. 이렇게 회사 내에서 직무를 자의든 타의든 적게는 3~4번 정도는 변경하게 됩니다.
직무를 변경했을 때의 장점은 여러 직무를 경험해 보면서 사업과 조직의 전반에 대한 지식을 얻는다는 것입니다. 앞서 설명드린 대로 직무는 하나의 사업을 구성하는 중요한 활동이기 때문에 타 직무를 경험한다는 것은 사업 전체 관점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죠. 다만 단점은 직무가 너무 자주 바뀌게 되면 숙련도가 쌓이지 않아 성과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대학 졸업까지 공부했던 사원이 입사 후 고생하는 이유는 바로 직무 숙련도가 낮기 때문입니다. 반면 회의실에서 프로젝트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과장은 직무 숙련도가 8부 능선까지 올랐기 때문입니다.
반면 직무 숙련도는 자신의 가치와 일치하지 않는 비대칭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기업 내부에 대해서도 잘 알고 직무도 능숙한데, 왜 개인의 가치는 지속적으로 상승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예비 직장인이나 사원대리들이 이해되지 않는 상황일 것입니다. 그 이유에 대해 설명 드려보겠습니다.
직무의 측정 단위는 ‘숙련도’ 입니다. 비즈니스의 구성 직무 요소(마케팅, 영업, 기획, 개발, 품질 등) 중 한 개 또는 그 이상의 직무를 맡아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하는 것이죠. 그것은 마치 ‘생활의 달인’ 방송 프로그램에 나오는 달인처럼 정해진 업무 규칙에 맞춰 일을 수행하는 것이고, 이를 성과라고 지칭합니다. 직무 숙련도가 높아지면 일을 잘 하는 직원으로 인정 받기 때문에 자신감이 점점 올라갑니다. 하지만 직무의 가치나 숙련도의 가치는 시간에 따라 바뀐다는 것을 잘 인식하지 못합니다. 자신의 숙련도는 변함이 없는데 왜 가치는 바뀌는 것일까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숙련도는 어느 단계 이상이 되면 한계에 도달하게 됩니다. 달인이 아무리 빠르게 봉투 접기를 해도 한계에 도달하는 것처럼 사람은 48시간이 되지 않는 이상 어느 시점에는 한계에 도달을 하게 되죠. 한계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숙련도로 가치를 평가 받게 되지만 한계에 도달하고 비슷한 숙련도를 가진 직원이 많아질수록 숙련도의 가치는 떨어지게 되고, 보다 동일 숙련도 내에서라면 값싼 인력이 가치를 인정받게 되는 것입니다.
둘째,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장 환경, 업종 환경이 변하고 거기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의 직무 전반에 걸쳐 변화가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특정 사업이 흥망을 거듭하게 되고 그 사업 내에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의 직무 중요도가 영향을 받는 것이죠. 아무리 숙련도가 높아도 비즈니스 자체가 안되면 직무 자체의 인력이 필요하지 않고 숙련도 자체가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입니다. 직무 숙련도 보다 조직 내에 일 자체의 수요가 우선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되는 것이죠.
l 직무 숙련도는 한계에 도달하는 반면 조직 내 개인 가치는 정점 도달 후 빠르게 하락한다
일에 치여 바쁘게 살거나 직무 숙련도에 너무 자만하게 될 경우 이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게 됩니다. 외부 환경은 변화하고 있는데, 일하는 방식은 기존 방식을 고집하는 관성에 쉽게 빠지게 되는 것이죠. 그러다 보면 열심히 일했는데 밀려나는 억울한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직장인이 ‘직무 숙련도’만 철썩 같이 믿어서는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비즈니스 현실에서 그 믿음이 산산이 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또한 ‘서비스 기획 숙련도’만 믿고 살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숙련도만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필자의 개인 직무 사례를 통해 직무 역량을 어떻게 높여왔는지 ‘Connecting the Dot’이라는 주제로 여러분께 이야기를 해 드리겠습니다.
글 ㅣ 강석태 차장 ㅣ LG CNS 블로거 [‘아이디어 기획의 정석’ 저자(타래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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