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아이팟이 출시될 당시 스티브 잡스의 프리젠테이션은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후, 간결하지만 제품의 USP(Unique Selling Proposition)를 명확하고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스티브 잡스의 모습은 애플의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이슈가 되었죠. 비단 성공한 기업가가 아니더라도, 직장 상사에게 자신의 의견을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완성도 높은 문서작성과 프리젠테이션 능력은 성공한 직장인의 필수요소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하여 파워포인트와 프레지(Prezi)를 이용한 문서 작성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이나 관련 서적이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죠.
그런데 이러한 강의나 관련서적을 살펴보면 대부분 문서의 알찬 구성보다는 화려한 비주얼 효과에 치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시선을 사로잡은 효과들 때문에 정작 중요한 내용을 파악할 수 없는 문서라면 청중을 납득시킬 수 있을까요? 오늘은 효과적으로 문서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직장인이라면 파워포인트 같은 오피스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회의록이나 기획서는 물론 중요한 계약서에 이르기까지 직무에 필요한 문서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런 문서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뉘는 것 같은데요. 규정된 양식에 내용을 반복적으로 채우면 되는 정형화된 문서와 매번 새로운 내용과 구성으로 만들어야 하는 비정형화된 문서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정형화된 문서는 사내 규정이나 산업의 공통된 양식이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그래서 그 틀에 관련된 내용 만을 채우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내용이나 데이터만 확보된다면 대부분의 직장인이 큰 어려움 없이 문서를 작성할 수 있습니다. 회의록, 입출금 전표, 주간보고서 등의 문서들이 이 범주에 들어갈 것입니다.
이와는 달리 기획서나 제안서, 사업계획서처럼 문서를 작성할 때마다 주제나 내용, 보고 상황을 반영하여 구성이나 흐름이 변하는 비정형화된 문서도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문서들도 문서의 배경이나 제안 내용 등 일반적인 목차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상황에 따라 추가되거나 생략될 수 있는 요소입니다. 또한 익숙하지 않은 정보와 산업, 시장 자료를 분석해야 하는 경우에는 문서를 읽는 사람들이 보다 쉽게 문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논리적으로 글을 전개해야 하죠. 그래서 수없이 문장을 고치며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능숙한 문서작성자가 아닌 경우 비정형화된 문서 작성을 부담스러워 하게 되죠. 특히 규모가 큰 회사일수록 상위 직급을 대상으로 작성되는 보고서는 비정형화된 문서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문서를 작성하는 능력은 직장인들에게 꼭 필요한 자질 중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좋은 문서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물론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문서는 ‘듣는 사람이 스스로 납득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발표자가 화려한 말로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청중이 스스로 ‘납득’하게 만드는 것이죠. 예를 들어 발표자가 어떤 사안의 문제점과 개선안을 제시하며 주장을 펼쳤다고 가정해봅시다. 제안을 들은 사람이 “그래, 시급하게 개선해야겠네.”라고 생각하고 문제 개선안을 채택해 행동으로 옮기도록 만드는 제안이야 말로 가장 좋은 문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청중의 호응과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는 문서는 어떻게 작성하는 걸까요? 저는 청중을 납득시키기 위해서는 아래의 네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Time(시간), Place(장소), Occasion(상황)에 맞게 작성되어야 합니다
● 청중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전개되어야 합니다
● 논리를 뒷받침하는 충분한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 이해하기 쉽게 작성되어져야 합니다
물론 이러한 요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문서를 작성하기 전 많은 자료를 수집하고, 냉철한 사고로 분석하고, 열띤 토의를 통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친 결과물이 반영되어야 내용이 충실한 문서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죠. 우리가 문서를 작성하면서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문서는 설득의 보조수단일 뿐이며, 설득은 실제 내용이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점을 간과하고 단순히 예쁘게 꾸미기에 치중한다면 프리젠테이션 문서를 작성하는 초보에 지나지 않습니다. 논리적인 전개와 내용 구성을 통해 문서를 충실하게 채워나가는 것이 청중을 납득시키는 기초입니다.
그럼, 문서의 한 형태인 파워포인트로 이해하기 쉬운 문서를 만드는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하겠습니다.
1) 긴 문장형
일반적으로 파워포인트로 작성되는 문서도 대부분 장문의 텍스트에서 시작됩니다. 정해진 틀이나 양식에 구애 받지 않은 장문의 글은 어떤 대상을 구체적으로 기술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가장 쉽게 이용하는 방식입니다. 특별한 논리 전개 없이 작성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형식이기도 하죠. 하지만 불필요한 문구들이 추가되어 불필요하게 긴 문서가 되거나, 한 눈에 핵심 메시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그래서 직장인들의 프레젠테이션이나 보고서로 권장하는 양식은 아닙니다. 바쁜 직장 상사가 깨알같이 쓰여진 문서를 보고 반가워 할 리가 없겠죠.
2) 글머리 기호 사용하기
파워포인트 문서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식은 글머리 기호를 사용하여 문장 단위로 끊는 방법입니다. 글머리 기호를 사용하는 방식도 장단점은 있는데요. 불필요한 조사 등이 삭제되어 단순하고 간결하게 문장을 정리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면, 문장 간의 상호 관계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특히 매출액이나 가입자 규모 같은 정량적인 데이터를 비교할 때는 읽는 사람에게 직관적으로 정보를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부적합한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3) 문장의 구조적 배치와 그림 활용하기
마지막은 제가 가장 권장하는 방법이기도 한데요. 문장을 구조적으로 배치하고 그림을 활용해 이해를 높이는 방식입니다. 문장을 구조적으로 배치하기 위해서는 파워포인트의 페이지를 구조적으로 나누고, 내용 전개와 중요도를 감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림은 정량적 데이터를 비교하는 그래프, 서비스 구성도, 프로젝트 조직도와 같이 서술형의 글로 전달하기 어려운 정보를 보다 가독성 높은 문서로 만드는데 활용됩니다. “100미터 전방 마트 앞에서 우회전한 뒤, 50미터를 더 가서 좌회전해서 보이는 약국 골목으로 접어들면 돼”라는 장황한 설명보다 약도 하나를 전송하는 것이 보다 쉽게 설명하는 것과 같은 이치죠.
그림으로 문장을 표현하는 방법은 최근에 많은 강좌에서 등장하고 있는 “도해사고력(Visual Thinking)” 기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필자가 별도로 ‘Visual Thinking’에 관한 교육을 받은 적은 없지만, 문서를 작성하다 보면 그림으로 문서를 표현하는 것의 중요성을 느끼게 됩니다. 특히, IT 분야처럼 빠르게 급변하는 시장에서 새롭고 생소한 기술이나 사업모델을 청중들에게 설명할 때는 그림을 활용해 비교하고 표현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죠.
오늘 1편에서는 청중에게 납득이 되는 문서에 대한 기초적인 부분을 먼저 살펴보았는데요, 다음 2편에서는 문서 작성 전문가가 되는 몇 가지 방법을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글 l 강석태 차장ㅣLG CNS 스마트 블로거
출처:
[Creative and Smart! LG C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