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베풀어주신 배려에 대한 감사인사입니다.
금요일 오후 일과를 마칠 저녁즈음, 집사람과 같이 대화면 농협 하나로마트 주차장으로 차를 몰았다. 내가 한쪽 주차장 입구에 들어설 때, 반대편으로 다른 차가 한 대 들어오고 있었다. 잠시 멈추었더니 반대편 차도 멈추어 섰다. 반대편 차가 안 움직이는 것을 확인하고 내가 먼저 주차를 했고, 그 반대편으로 들어온 차도 옆 칸에 주차를 했다. 차에서 내려 집사람이 내리는 것을 확인하고 있는 중에 옆에 주차된 차에서 운전하시던 분이 내리셨고 나는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했다. 멀뚱히 쳐다보시던 그분은 먼저 하나로마트로 들어가셨고, 나도 집사람과 같이 들어가서 장바구니를 들고 필요한 물건을 사기 시작했다.
그때 카트를 몰고 먼저 들어가셨던 그분이 다가오시더니 하시는 말씀,
'저 죄송하지만, 저에게 왜 인사를 하셨나요? 제가 왜 인사를 받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서요.'
'아, 네. 주차장에서 먼저 양보를 해주셔서 제가 먼저 주차를 하게 돼서 감사인사를 드린 것입니다.'
'그런가요? 아, 아직 이런 분이 계시는군요. 제가 왜 인사를 받아야 하는지 이해가 안 돼서 여쭈어 본 것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한 번 연락을 주시겠습니까?'라고 하시면 명함을 꺼내 주셨다.
'네, 감사합니다. 제가 바쁜 일정이 마무리되면 한 번 연락드리겠습니다.'
명함을 건네신 분은 경기도 시흥시에 있는 아*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이신 최**님이셨다.
카트를 미시며 저쪽으로 가시는 최 대표님의 뒷모습을 보면서 집사람과 나눈 얘기.
'먼저 배려해 주시는 분들은 그 배려가 당연히 할 일이라고 생각하시나 보네. 고맙다고 감사인사받을 것을 기대하지 않고 배려한 것인데, 오히려 고맙다고 하니 그 이유가 궁금하셨나 봐.'
'사업하시는 분이라 그러신가? 항상 다른 사람들에게 배려를 베푸시는 것이 몸에 배이셨나 봐. 그런데 감사인사를 받고 진짜 궁금하셨나 보네. 다른 분들이면 궁금해도 그런가 보다 하고 그냥 가셨을 텐데.'
'여하튼 좋으신 분인 듯하네. 건축사이셔서 다른 분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일을 많이 하셔서 그런가? 하긴 우리도 집 지으면서 하루가 다르게 설계도면 수정하고 재료 바꾸고 했잖아.'
대부분의 남자들이 마트에 오면 필요한 것을 사고 바로 계산하고 출발하듯이 최 대표님도 필요한 것을 찾아서 카트에 넣으시고는 바로 계산대로 향하셨다. 집사람과 나는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일주일치 식량을 마련해서 하나로마트를 나왔다.
누구나 살면서 다른 사람에게 보답을 바라지 않으면서 배려할 때가 있지만, 그런 사람일수록 남이 나에게 베푼 배려에는 감사인사를 건네게 된다. 서로가 조금씩 더 상대방을 배려하고 작은 배려에도 감사한 마음으로 인사를 한다면 세상은 조금 더 훈훈해질 듯하다. 왜 맨날 다른 사람들에게 퍼다 주면서 그렇게 잘해주냐고 구박을 하던 집사람도 오늘은 군소리 없이 조용하다.
최 대표이사님, 조만간 연락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