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11. 학부생과의 Interview: 7-1

2022.01.04. 오후: Synapse 회원 학생들과 3시간 인터뷰

by 돌팔이오

1. Intro


Q. 교수님은 연관키워드로 ‘열정’이 자주 나옵니다.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자극은 쉽게 무뎌질 수 있는 것 같은데, 게으름이나 유혹과 어떤 사투를 벌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교수님: 일반적인 사람이 24시간의 사나이고, 제가 48시간의 사나이라고 한다면, 우리 학장님은 72시간의 사나이에요. 그 분이 바로 옆방에 계십니다. 근묵자흑, 근주자적. 같이 일하면 비슷해지죠. 저보다 더 노력하시는 분이라는 것을 느끼거든요.


그리고 '게으름과 유혹이 있지 않느냐'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으나, 제가 볼 때는 재미있고 흥미로운 일을 할 때는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도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저는 재미있기 때문에 하는 일이죠. 근데 예를 들어서 평상시에 뭐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잖아요. 그럼 이제 쭉 이렇게 손등에 적어뒀다가 시간이 나면 그걸 하는 거죠.


그런 와중에 이제 봉사활동도 가야죠. 토요일도 가고 일요일도 가고. 그런데 글쎄요, 그거를 저는 개인적으로 봉사활동보다는 아주 중요한 교육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서 고양이 TNR을 갔어요. 학부생 하나 데리고 가면, 처음에는 주사기 쓸 줄도 모르고 어리버리 하다가 한꺼번에 하루에 50마리 고양이를 눕혀보면 이제 익숙해져서 ‘오늘 잘 배웠습니다’, 그래요. 중성화수술도 마찬가지에요. 저랑 같이 연달아 서너마리만 해보면 스스로 할 수 있게 됩니다.


그것만큼 확실하게 교육시킬 수 있는 데가 없어요. 제가 시간 내서 같이 학생을 데려가서 아주 효율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당연히 가야지요. 이것이 수의과대학 봉사단을 만든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구요.


Q. 대학시절의 교수님은 어떤 학생이었나요?


교수님: 류판동 교수님이 부임하시고 첫 수업을 들어오셨어요. 제가 첫 번째 제자였어요. 처음에는 맨 앞줄에 앉았지만, 약리학 책을 정리해서 A4용지를 수업시간마다 나눠주시는데, 이게 한 시간에 10장쯤 돼요. 당최 모르겠는 거예요. 뒤로 가서 <동의에의 초대>를 잡았죠. (웃음) 나 자신은 동양 사람인데 배우는 거는 전부 서양의학이잖아요. 우리 것부터 제대로 알고 싶었죠. 금오 (金烏) 김홍경이라는 분이 쓰신 책이었어요.


하여튼 그러고 나서는 4학년 딱 올라갔는데 외과 수업을 듣는데 너~무 재밌는 거예요. 수학 미적분학은 D-, 외과가 A+. 그래서 A+부터 D-까지 다 있는, 그 다음에 뭐랄까, 범생이는 아니고 약간 아웃사이더인 듯하면서도 중간 정도에 있는 그런 학생이었어요.


저는 수업에서 항상 맨 뒷줄에 앉는 학생들부터 이름을 외우기 시작해요. 맨 앞줄에 앉는 학생들은 졸업하고도 제 앞가림 잘 하는데, 그 친구들은 뭔가 고민이 있거나 다른 일을 하고 있거든요. 잘 관리를 해 주면 졸업하고 나서 대박을 터뜨리는 친구들이 있어요. 그래서 항상 이렇게 뒤에 있는 친구들을 신경쓰고 있어요. 저만의 룰, ‘맨 뒤쪽부터 이름을 외운다.’ 저도 그 당시에 사실은 맨 앞쪽에 앉다가 뒤에 앉은 그런 학생이었어요. (웃음)


(그때부터 교수가 될 거라고 생각하셨나요?)

교수님: 전혀 아니죠. 그래서 늘 말씀드리는데, '교수가 되고 싶어서 대학원에 온다'하는 친구들은 절대 교수가 될 수가 없어요. 그런 학생들이 교수가 된 것을 본적이 없어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추구하는 방법의 하나로서 '교수'인 거지, 목표가 교수가 되면 그게 안 되더라고요. 좋아하는 걸 계속 하다 보면 학교, 연구소, 정책개발원 같은 곳에 있게 되는 거지, 교수가 타깃이 되면 석박사과정 동안의 인고의 세월을 인내하기 어려운 것 같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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