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11. 학부생과의 Interview: 7-2

2022.01.04. 오후: Synapse 회원 학생들과 3시간 인터뷰

by 돌팔이오

2. 마취통증의학과


Q. 마취과의 전망은 어떤가요?


교수님: 마취를 전담해주는 사람이 생기면 병원에서 이점이 많아요. 수술이나 검사 등 마취만 잘 되면 서비스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는 거죠. 수술하시는 분들이 마취까지 관리한다는 건 생각만큼 쉽지가 않아요. 그런데 누군가가 마취를 전담해 주고 집도의는 수술만 하게 되면, 그만큼 효율도 좋고, 수술도 잘 되고. 그래서인지 요즘은 서울 큰 병원에서 대학원생 졸업만 하면 마취과장으로 서로 데려가려고 난리죠. (웃음)


마취과는 아직 갈 길이 멀고 멀지만, 앞으로 상대적으로 희귀하면서 결국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과예요. 앞으로 5년이나 10년 뒤에는 전성기가 올 거예요.


Q. 교수님은 외과학을 전공 하셨는데 어떤 흐름이 있고 나서 마취통증의학과를 만들게 되셨는지?


교수님: 지도교수님이 마취랑 대동물외과를 가르치셨어요. 본과 3학년 때는 한창 <동의에의 초대>에 꽂혀서, 침술진통을 연구하시던 남치주 교수님께 배워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죠. 그러다 4학년이 돼서 살아있는 개로 첫 외과실습을 했어요. 처음에 피부 절개를 이렇게 쫙~ 하는데 피부가 이렇게 싸~악 벌어지면서 여기서 피가 송글송글송글 나오잖아요. 거즈로 이렇게 지혈하는데 그때 머릿속에 시원한 바람이 슈~욱 부는 것 같은, 산 꼭대기에 올라간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 수술을 하는 과정이 저한테는 너무 신선한 자극이었던 거예요.


외과 대학원생이 돼서, 펜타닐 (fentanyl, opioid계 진통제), 자일라진 (xylazine, α2-수용체작용제) 아자페론 (azaperone, butyrophenone계 진정제), 세 가지가 섞여 있는 사슴 마취제 (펜타진®, Fentazine®)가 개에서 어떤 효과를 보이는지에 대한 것으로 졸업논문을 썼어요. 펜타진만으로는 마취가 충분하지 않아서, 펜타진과 케타민 (ketamine, 해리성 마취제)을 농도별로 조합해서 써봤어요. 그래서 ‘적어도 펜타진 1.0 mg/kg에다가 케타민 10 mg/kg은 섞어야 된다’가 결론이었어요, 어떤 수술을 적어도 1시간 정도 하려면요.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일본에 가서는 소의 경막외 마취 (부위마취의 하나)를 연구했고, 박사를 마치고 미국에서 포닥을 할 때, 대동물외과 교수님이 정년을 하시게 됐어요. 그래서 후임을 뽑아야 되는데 마취와 대동물을 하는 친구가 저밖에 없었어요. 그렇게 대동물외과 교수가 됐어요. 근데 그 당시 병원장이셨던 윤화영 선생님이 부르셔서 지금 병원에 마취과가 없는데 마취과를 전담해 줄 수 있겠냐고 하셨어요. 제가 원래는 대동물외과 교수인데 그 당시 학교병원에선 대동물 진료를 할 수가 없었거든요. 그럼 놀아야 되나? 또 놀 수는 없죠, 저는. 뭔가 해야지. 그러면서 이제 마취통증의학과를 만들었죠. 처음부터 의도한 건 아니었어요, 그냥 하다 보니까 이렇게 된 거예요. 주위에서 좋은 분들이 많이 도와주셨구요.


Q. 대학원생들은 어떤 트레이닝을 받는지.


교수님: 당연히 세심한 트레이닝을 받죠. 제주대 서종필 교수님이 첫번째 석사학위 제자인데, 석사학위논문을 준비하면서 그때 서로 주고받은 교정본이 14개이었다고 하더라고요, 논문 하나 쓰는데. 그 당시에는 다 인쇄했으니까 고생이 많았을 거예요. 한 번에 다 수정해줬으면 좋았겠지만, 한 번 수정하고 나면 또 고칠 게 보여요.


논문 테마는 본인들이 알아서 좋아하는 걸로 잡아요. 친구들, 전임 수의사, 혹은 손원균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서 첫 draft가 만들어지면 이제 제가 1대 1로 코칭을 해주죠. 근데 대학원생들 얘기가, 논문 투고해서 저널에 accept되는 것보다 저를 패스하는 게 더 어렵다고 해요. 저도 다른 사람들 논문 리뷰를 많이 해주기 때문에, 리뷰어의 시선에서 예상질문을 최대한 뽑아보는 거죠. 당연히 그에 대한 답을 미리 적어두어야 revision 없이 accept되겠죠.


석사학위라고 하는 것은 ‘논문설계-실험진행-결과정리-통계-초고작성-교정-투고’의 논문 쓰는 과정과 방법을 배우는 거예요. 박사가 되면 이제 그걸 스스로 할 수 있는 정도가 돼요. 저의 개인적인 기준은 논문 3개 정도를 합치면 박사학위 논문이 될 정도로 잡고 있어요.


예를 들어서 과학적인 의문점이나 혹은 설왕설래하는 부분이 있어요. 그 자체에 대한 논문을 하나 쓰고, 임상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새로 만들고, 그리고 실제 임상에 적용을 해 보는 논문을 하나 쓰는 거죠. 그렇게 해서 어떤 분야에 대해서 기초적인 것부터 실제 임상적인 것까지 묶어서 논문을 써요. 근데 그런 거는 혼자 할 수 없고, 도움이 필요해요. 그 과정에서 지도교수의 꼼꼼한 트레이닝이 그 친구가 이후 연구자로서 성장하는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 같아요.


근데 우리 마취통증의학과에는 당연히 1순위가 병원의 마취고, 2순위가 학생 교육이고, 3순위가 자기 연구예요. 근데 0순위가 있어요. 0순위는 데이트에요. 마취과에서는 결혼해서 애가 있는 게 졸업 요건이거든요. (웃음) 남학생에게만 해당하는 얘기죠. 현재까지 기록으로도 그렇습니다.


Q. 수술을 하는 외과의의 입장과, 마취의가 마취를 담당하면서 느끼는 부담감이 다를 것 같은데 어떤지 궁금해요.


교수님: 2008년에 오스트리아 비엔나 대학에 갔어요. 마취과의 Yves Moens라는 교수님이 ‘마취 의사라는 사람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다른 사람을 대신해서 십자가를 짊어지는 사람이다’라고 표현하시더라고요.


장단점이 있어요. 외과 의사는 수술이라는 개입을 통해 환자의 건강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기쁨이 있어요. 마취 의사는 그걸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거죠. 마취 시작되고 수술 시작되고, 수술 끝나고 마취 끝나고. 내가 다 안고 있는 거잖아요. 그런 생각으로 살고 있어요.


물론 마취의가 잘못하면 환자가 죽죠. 그러나 실수를 한다 하더라도 주위 사람들이 커버해 줍니다. 마취과에서는 수련의 선생님한테 모든 권한을 위임해요. 하지만, 만에 하나 거기에서 사고가 생긴다면 책임은 제가 집니다. '권한은 위임하고 책임은 내가 진다'는 것은 모든 리더들이 해야하는 기본이죠. 물론 교수님들도 그렇구요.


Q. 응급한 상황이라면 집도의와 마취의 간 의견 충돌도 간혹 있을 것 같은데.


교수님: 당연히 co-work이겠죠? 예를 들면, 수술을 하는데 갑자기 심박이랑 혈압이 막 뛰면, 그럼 집도의한테 “지금 갑자기 통증 반응이 생겼으니까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진통제 넣고 한 1~2분 기다렸다가 “이제 다시 시작해 보실까요?” 이렇게 서로 co-work을 해야겠죠. 기본적으로 surgeon의 결정권이나 책임이 크기는 해요. 근데 co-work하지 않으면 환자는 살 수 없어요.


Q. 마취과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교수님: 내가 모르면 모른다고 얘기할 수 있고, 뜬구름 잡는 소리라도 뭐든지 얘기할 수 있어요. 그러면 서로 이런 얘기 저런 얘기하면서 처음에는 뜬 구름 잡는 얘기였지만, 뜬구름이 점점 내려가서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대안이 나오기 시작해요. 지금 성태훈 선생 같은 경우에는 후두경을 3D 프린터로 만들었잖아요. 그래서 마취과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하여튼 '수다를 많이 떤다', '시끄럽다', '허황된 얘기를 아주 일상적으로 한다', 근데 '그게 어느 날 실현된다'. 그런 분위기죠.


Q. 마취과의 스크럽이 빨갛던데 의미가 있는지?


교수님: ‘빨간 옷이 보이면 안심이 된다’ 병원에 있는 친구들이 그런 얘기를 한다고 해요. 그만큼 신뢰를 주는 사람들인 거죠. 전에 비엔나 대학에 갔을 때, 마취과가 빨간 스크럽을 입는 거예요. 거기서 봤어요. 산소포화도가 높은 피를 상징하는데, 눈에 잘 들어오는 효과도 있어요. 동물병원에서도 이제 급한 일이 생기면 빨간 옷부터 부르고 보는 거죠.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스크럽 빨간색, 그 다음에 후리스 빨간색, 양말 빨간색, 크록스 빨간색, 그리고 핸드폰도 빨간색… (웃음)


Q. 대학원생을 뽑는 기준이 있다면?


교수님: 일하는 사람들끼리 이렇게 서로 허물없이 얘기할 수 있어야 되기 때문에, 인간성이 제일 중요합니다. 그런데 인간성이 좋은 지는 뽑아봐야 알잖아요. 그래서 저는 긍정적이고 잘 웃는 사람을 뽑아요. 그러면 인간성이 좋더라고요. 웃을 수 있다면 마음의 여유가 있는 거니까요. 근데 대학원생들하고 봉사활동하면서 이런 얘기도 했어요. 자기 동기 중에 원래 잘 웃는 친구였는데 대학원 들어와서 그 친구의 웃음이 사라져서 안타깝다고. 과마다 분위기는 다르겠지만, 그런 거는 분명히 바꿔야 될 것 같아요. 우리 병원에서 건강하게 잘 배우고 '더 오래 있고 싶다'는 생각을 해야 하는데, 매일 매일이 힘들어서 얼굴에서 웃음이 사자리고, '얼른 이 병원을 나가야지'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정말 당사자와 병원에 좋지 않죠. 우리 병원의 아쉬운 부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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