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깔 이 선생 편
평창에 있는 산업동물임상교육연수원에는 10개의 전국 수의과대학 학생들 중에서 9개 수의과대학 학생들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지원하는 농장동물교육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2박 3일 또는 4박 5일 동안 방문하여 체류하면서 실습교육을 받고 있다. 4월 말부터 10월 중순까지 거의 매주 실습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각 대학의 학생들을 만나 실습하면서 이야기하다 보면 각 대학의 분위기와 학생들의 특징이 느껴진다. 물론 MZ세대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으나, 대체적으로 '학생들의 인간성이 서울로부터의 거리에 반비례한다'는 개인적인 느낌을 받는다. 결국 서울로부터 거리가 먼 지역에 있는 학생들이 정이 많고 인간적이라고 느껴진다.
그날도 오전 실습을 마치고 마무리 평가와 설문조사를 실시한 후, 버스로 출발 전이었다. 말을 하느라 목이 말라던 탓에 정수기에서 물을 한 컵 먹는데, 서로 재잘거리던 여학생들 중의 한 명이 말을 걸어왔다.
"어~, 겨쑨님~! 실습시간이 너무 짧아서 아쉬워요~!"
"그래? 그럼 더 하면 되지. 방학 때 개인적으로 와도 돼."
"정말요? 가도 돼요? 교수님 서울에도 계시잖아요~!"
"서울에 있으면, 동물병원 마취통증의학과에 실습을 오면 되지."
"정말요? 어떻게 하면 돼요?"
"일단 이메일로 실습신청하고 실습기간에 맞으면 할 수 있지."
"네, 겨쑨님~! 그럼 메일로 연락드릴게요."
그렇게 이 선생은 마취통증의학과 2주간 학부생 실습에 참여하였다. 평창에서 실습할 때도 웃는 목소리가 독특하여 '누가 저렇게 웃나?' 궁금했었고, 이 선생인 것을 알고 나서부터 이름도 기억하게 되었다. 그 웃음소리가 서울에서도 멀리서 들렸고, 열심히 실습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결과, 수의사가 된 이후, 대학원에 합류하였고 석사과정을 마치게 되었다.
이 선생은 언제나 고음으로 길게 웃는 소리가 독특했다. '깔깔'도 아니고 '꺼억꺼억'도 아닌 숨이 넘어갈 듯 말 듯 하게 길게 웃는 그 소리는 이 선생만의 캐릭터였고, 그날의 기분을 알려주는 지표였고, 위치를 알려주는 나침반이었다. 지삼성 성 선생이 이 선생과 티키타카를 하는 경우에는 톤이 위아래로 왔다 갔다 하면서 특유의 그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수줍움을 많이 타서 처음 시작하기가 어렵지만, 본인만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이야기하고 같이 협의할 줄 아는 이 선생은 새로운 경막외마취 기계를 평가하여 전문학술지에 투고하고 출판하면서 석사학위를 마쳤고, 지금은 서울 시내 큰 병원의 마취과장으로 지내고 있다. 수줍움을 극복하고 한 순간 용기 내어 말을 건넸고, 그 결과로 같이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 이 선생의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