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째 날
토요코인의 장점이라면 조식이 무료로 제공된다는 점이다. 지역과 지점마다 차이가 좀 있지만 고물가인 도쿄를 감안하면 삼각김밥에 국과 밑반찬, 샐러드가 차려진 미니 뷔페도 진수성찬이다.
바삐 출근하는 직장인들 사이를 뚫고 간 곳은 오차노미즈(御茶ノ水) 역의 ‘히지리바시(聖橋)’였다. 일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과 영화 <카페 뤼미에르>의 배경지로 유명한 곳인데, 칸다가와(神田川) 위에서 교차하는 세 개 라인의 전차들을 볼 수 있다.
5대의 전차를 한꺼번에 보는 건 거의 불가능해서 3대가 가는 모습을 포착하려고 엄마랑 다리 위에서 들뜬 아이처럼 기다렸다.
다음 행선지로 가는 전철을 타려고 신오차노미즈 역과 연결된 빌딩의 썬큰가든으로 내려갔는데 빈 테이블이 몇 개 있어 엄마랑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주변엔 간단한 먹을거리를 파는 가게들이 열려있고 테이블엔 서둘러 아침을 먹는 직장인들이 드문드문 앉아 있었다.
지요다 선(千代田線)을 타고 메이지진구마에(明治神宮前) 역에서 내려 하라주쿠(原宿) 역 앞으로 걸어갔다. ‘위드 하라주쿠(With Harajuku)’라는 쇼핑몰인데 건물 구조가 특이하다고 해서 찾아간 거다.
쇼핑몰엔 이케아도 입점돼 있지만 너무 이른 시간에 간 터라 밖에서만 둘러봤다. 독일 에쎈에서 우리나라를 생각해 휴일에 혼자 갔다가 문이 닫혀 허망하게 돌아온 기억도 떠올랐다.
위드 하라주쿠 계단 전망대에 앉아 있으니 주변 지역이 한눈에 들어왔다. 소박한 쇼핑가인 ‘다케시타 토오리(竹下通り)’와 고급 브랜드가 즐비한 ‘오모테산도(表参道)’ 사이에 위치해 있어 분위기가 오묘했다.
쇼핑몰 바로 앞에 있는 JR 하라주쿠 역도 한창 새롭게 공사 중이었다.
다음으로 가는 곳은 구글지도상 도보로 15분 정도라 해서 산책 삼아 천천히 걸어가기로 했다.
하라주쿠 역 바로 옆에 메이지 신궁과 요요기(代々木) 공원으로 각각 연결돼 있는 입구가 있다. 도쿠가와 막부 말기 개혁을 통해 일본의 근대화를 연 ’메이지 텐노(明治天皇)‘를 모시고 있는 신사라 새해마다 수많은 참배객들이 몰려오는 곳이기도 하다. 봄이면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요요기 공원도 너무 넓어 둘러보기에 하루가 모자랄 정도라 다음으로 남겨두곤 하는 곳이다.
건너가는 육교 위에 올라가니 일본 건축물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지붕의 건물이 보였다. 1964년 도쿄 올림픽을 유치하면서 지은 ‘국립 요요기 경기장’이었다.
경기장과 공원 사이로 난 큰 도로를 따라 내려가면서 울창하게 우거진 거대한 나무들을 보니 요요기 공원 안의 음습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듯했다.
숲 속 분위기와 엄마의 옛이야기에 취해 한참 걷다 보니 길을 잘못 들어섰음을 알아차렸다. 육교를 건너는 게 아니라 그냥 직진했어야 했던 거였다. 잠시나마 요요기 공원 주위를 거닐어 봤다는 걸로 위안을 삼으며 벤치에 앉아 자판기 음료수를 빼 마셨다. 공원 안내판을 보는데 연세 드신 한국인 부부와 마주쳐 가벼운 인사를 나누며 메이지 신궁으로 가는 길도 안내해 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