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엄마가 나를 엄마의 막내 동생으로 착각하셨다. 순간 너무 놀라 말문이 막혔다. 엄마는 내게 “그럼 내 막내 동생은 잘 있느냐” 하고 물으셨다. 그때 또 한 번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엄마… 이모 돌아가신 지 벌써 15년이나 됐잖아.”
화재 사고로 코마 상태가 된 막내 이모를 보고, 그 자리에서 급사한 큰 이모도, 이런저런 끝없는 고민 끝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아빠의 마지막도, 엄마 기억에서는 모두 지워져 버린 걸까.
아빠 장례식 때, 10년 만에 나타났던 엄마의 며느리는 그 후로도 연락 한 번 없었다. 내 남동생, 엄마의 아들은 명절 두 번 외엔 얼굴도 비추지 않더니 엄마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는 아예 연락이 끊겼다.
결국 엄마의 돌봄은 온전히 내 몫이 되었지만, 이상하게도 그게 차라리 더 마음 편했다. 얼마 되지도 않는 엄마 월세집 보증금까지 탐을 내던 아들이었으니...
그렇게 나 혼자 감당해오던 어느 날, 엄마가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네가 있어서 든든해.”
그 한마디에 눈물이 핑 돌았다.
기억은 흩어져도, 엄마의 ‘네가 있어서 든든해’라는 말은 오래도록 내 안에 남아 나를 버티게 해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