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곡의 무대

by 돌레인

지난 12월 초, 치매안심센터에서 엄마를 담당하시는 작업치료 선생님께서 연초에 있을 합창 공연에 엄마가 참여해 보시길 권유하셨다.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애국가만 부르면 된다는 말에, 내가 적극적으로 엄마를 독려했다.

며칠간의 합동 연습이 필요하던 차에 엄마가 실신하셔서 일주일이나 병원에 입원하시는 일이 생겼다. 센터에 복귀하신 뒤에는 합창 무대 참여는 어렵겠구나 생각했는데, 남은 연습일에 빠짐없이 나오시면 가능하다는 음악 선생님의 말씀에 다시 마음을 다잡고 엄마를 모시고 다녔다. 무대 의상인 교복을 입고 연습까지 하셨지만, 엄마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하셨다.

그리고 공연 당일인 어제. 만반의 준비를 위해 아침 일찍 구민회관으로 엄마를 모시고 가는 내내 계속 설명을 해드렸다. 아르바이트로 온 대학생들이 어르신들께 화장을 해 드리고 머리를 만져드리자, 다들 서른 살은 더 젊어졌다며 즐거워하셨다. 어린 대학생에게서 “피부가 좋으시다”는 말을 들은 엄마는 한층 더 기분이 좋아지신 모습이었다.


합창 때 엄마의 짝이 되신 분, 그리고 같은 반에서 인지 활동을 함께하고 계신 동갑내기 친구분과 나란히 사진을 찍어드리니, 그 모습은 마치 여고 시절의 소녀들 같았다.


몇 차례 리허설을 마치고 점심 식사를 한 뒤, 식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며 다 함께 자연스럽게 찍힌 사진을 보다가 문득 울컥했다. 비록 정신은 온전하지 않지만, 그 마음만큼은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 느껴져 가슴이 뭉클해졌기 때문이다.


이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시간들을 알기에, 애국가 한 소절 한 소절이 마음 깊이 남았다.

어머님, 아버님,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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