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프로젝트
작년, 오르세 미술관을 처음 방문하곤 반나절밖에 머물지 못해 발길을 돌리며 다음에 갈 땐 마음에 드는 작품으로 내 스케치북을 채우리라며 아쉬운 마음을 다독였었다. 그런데 요즘 코로나 사태를 보아하니 오르세는커녕 유럽여행은 몇 년간 불가능할 듯싶다. 그러던 중 한동안 푹 빠져 하나둘 모아놨던 만년필과 잉크 관리가 걱정이 됐다. 그래서 시작한 게 오르세 오디오 가이드 앱의 설명글을 필사하며 명작을 따라 그려 보는 거였다.
문장을 따라 쓰며 작품을 이해하니 역시 그림들이 새롭게 보였다. 그야말로 일석다조!! 잘 그리든 못 그리든 그저 명작을 흉내 내는 것만으로 매우 흡족하다.
책으로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가이드엔 의외의 정보들이 올려져 있고 생소한 화가나 지역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지난주엔 아들방을 다른 방으로 옮기며 아들 책상을 내가 쓰기로 했다. 늘 부엌 식탁이 내 작업 공간이었는데 내게도 소위 '아틀리에'가 생긴 셈이다. 신나게 정리하느라 몸이 아픈 줄 몰랐을 정도였다.
자리 잡은 후 그린 게 쿠르베의 '송어'다. 문화센터에 다시 출강하고 있으니 이 프로젝트를 완성하려면 아마 1년 이상은 걸리지 않을까 싶다. 어디에 내놓을 것도 아닌 내 개인적인 일이니 좀 더 즐겁게 천천히 해가련다. 희망하건대, 다 완성된 이 노트를 들고 나는 오르세에 다시 갈 거다. 그땐 그림들이 또 다르게 다가올 게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