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영업의 성공신화 - 제 장바구니가 증명합니다

구환회, <독서를 영업합니다>

by 최소여의 모험

나는 책을 읽는 속도보다 구매하는 속도가 훨씬 빠른, 이른바 ‘출판업계의 빛과 소금’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집 안 이곳저곳에는 아직도 포장도 뜯지 않은 책들이 층층이 쌓여 있는데도 불구하고, 온라인 서점의 장바구니는 터질 듯 채워진다.
나를 구매로 이끄는 요소는 무엇일까. 표지만 보고 혹할 때도 있고, 작가 때문에, 혹은 특별한 기획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이런 생각이 든다. 과연 어떤 사람들이 어떤 회의를 거쳐 이러한 홍보 문구를, 굿즈를, 이벤트를 기획하여 나를 유혹하는 걸까.

지금 내 장바구니 상태만 봐도 답이 나온다. 읽고 싶은 책만 300만 원어치.


그러니까 이 책 <독서를 영업합니다>는 사실 나 같은 사람에게 ‘메이킹 필름’ 같은 존재다. 책을 읽기도 전에 쉽게 영업당해버리는 사람으로서, 출판계의 뒤편을 NG컷처럼 엿보는 재미를 기대했는데 - 그 예상은 아주 정확했다.

이 책은 우리가 서점에서 아무렇지 않게 집어 드는 책 한 권에 누군가의 기획, 설득, 시행착오, 그리고 영업의 땀이 얼마나 농밀하게 들어 있는지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특히 두 번째 챕터 “인생 책을 만날 수도 있는 업체 미팅 시간”이 무척 흥미로웠다. MD미팅의 현장을 소개하며 얼마나 많은 미팅을 거쳐 어떤 마음으로 책을 소개하게 되는지 그 속내를 솔직하게 밝히는데, 동시에 그것이 얼마나 괴롭고 고된 일인지 털어놓는 부분은 웃기면서도 씁쓸했다.


워낙 책이 안 팔리기 때문에 한 권이라도 더 팔 방법을 쥐어짜내려면 MD와 영업자가 두뇌를 풀가동 해야 하는 업계의 슬픈 특성이 반영된 것은 아닐까? _ 24p


2024년 10월, 한강 작가가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그날, 출판업계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도 재미있게 읽었다. 발표와 동시에, 이벤트 기획안을 디자이너에게 전달하고, 재고를 확인하고, SNS 공지를 올리고… 기쁨은 잠시 미뤄둔 채 숨 가쁘게 일했을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어쩐지 아련함이 느껴졌다.

아마도,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독서는 왜 계속 살아남아야 하는가' 에 대한 자연스러운 고민과 설득이 전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이 "책"이 아닌 "독서를 영업합니다"인 이유가 뚜렷하게 와 닿는 순간이었다.

이 책은 각 챕터마다 자연스럽게 다른 책들을 소환한다. 챕터의 소제목이 아예 책 제목들로 이루어져 있을 정도다. 27개의 챕터, 27권의 책. 챕터 하나가 지나갈 때마다 내 장바구니는 슬쩍슬쩍 무게를 더했다.

이언 매큐언, <속죄>

황정은, <디디의 우산>

김숨, <당신의 신>

김엄지, <주말, 출근, 산책: 어두움과 비>


이쯤 되면 이 책은 단순한 영업이 아니라 거의 ‘독서 생태계 확장 프로젝트’에 가깝다.
결국 나는 이 책을 덮으며 깨달았다. 이 책이 진짜로 영업하고 싶었던 건 책이나 작가가 아니라,

독서라는 감각 그 자체였다는 걸. 그리고 그 영업은 나에게 완벽하게 성공했다.



#독서를영업합니다

#구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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