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스 캐럴 오츠 외, <조각나고 찢긴,>
조각나고 찢긴,
무엇이 조각나고 찢겼다는 것일까요?
조각나고 찢긴, 파편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조이스 캐럴 오츠와 마거릿 애트우드를 필두로 십여명의 여성작가가 엮어낸 앤솔로지 <조각나고 찢긴,>은
시대를 가로질러 여성의 몸에 가해진 유구한 폭력과 억압을 "바디호러"라는 극단적인 문법으로 기록합니다.
조이스 캐럴 오츠의 서문에서부터 에둘러 표현하는 것 없이 이 모든 여성 잔혹극의 기원을 단숨에 꿰뚫어버립니다. 곧장 메두사 신화를 소환하여, 우리가 괴물이라 불렀던 존재인 메두사가 사실은 남성 중심의 비논리적 가부장제가 만들어낸 '피해자'였음을 폭로합니다.
이들 악몽의 피조물들은 모욕감을 느낀 남성의 시선에 의해 왜곡된 여성성을 형상화한 존재다. _ 9P
최근 코랄리 파르자 감독의 [서브스턴스], 줄리아 뒤크르노의 [티탄]을 보면서 이 여성 감독들이 여성의 몸을 이용한 바디 호러라는 장르적 표피 아래, 그 기괴하고도 매혹적인 신체 변형을 통해 진실로 전하고 싶은 메세지가 무엇인지에 관심이 많이 생겼습니다. 사회적 억압의 구체화이기도 하고,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언어화 한 것이기도 하겠지요. 이 책의 문장들 사이에서도 시뻘겋게 조각나고 찢긴, 파편화된 여성들의 이야기를 작가들이 다양한 언어로 재조립하기 시작합니다.
장르가 장르이니만큼, 각 단편들은 굉장히 자극적이고 흥미롭습니다.
당장 영화화 해도 좋을 정도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생생한 묘사가 페이지 넘기는 속도를 점점 빨라지게 합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갖가지 범죄에 대한 단편들부터 - 육안해부학, 숨쉬기 연습
공포영화를 보는 듯 으스스한 무드의 단편들 - 댄스, 말레나, 주홍리본에 이어
익숙한 고전소설의 서사를 여성의 시점으로 과감히 비튼 단편들 -프랭크 존스, 일곱번쨰 신부 또는 여자의 호기심 까지 다양하게 포진되어있습니다.
이 잔혹한 연대기의 정점을 찍는 것은 다시 조이스 캐럴 오츠입니다. 이번 앤솔로지 중 유일하게 역사적 기록을 근거로 한 단편 [평온의 의자]는 허구보다 더 잔인한 현실의 무게로 독자를 짓누릅니다.
'생각은 여성에게 해롭다(289p)며 '말 안 듣는 여자'를 정신병동에 가두고 "평온"이라는 명목하에 파괴당했던 1853년 4월 토마스 필 부인의 기록은 슬픔을 넘어 뜨거운 분노를 자아냅다.
"내 아름다움은 남편의 소유(286p)"라거나 "여자의 운명은 남편과 아버지의 악수에 의해 결정된다(288p)"는 식의 끔찍한 문장들은, 바디호러가 단순한 장르적 유희가 아니라 여성들이 실제로 살아내야 했던 지옥이었음을 증명합니다.
결국 이 앤솔로지가 바디호러라는 징그러운 표피 아래서 끄집어내고 싶었던 '가시'는 명확합니다.
그것은 과거로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여성에 대한 혐오와 한계, 그리고 오랫동안 언어화되지 못한 채
몸안에 고여 있던 비명입니다. 작가들은 신체를 조각내고 찢음으로써 역설적으로 그 상처들을 해방시킵니다.
파괴됨으로써 비로소 규정된 틀에서 벗어나는 이 역설적인 해방감이야말로 우리가 이 잔혹한 장르에 열광하는 이유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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