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교사의 언어야(교실에서 힘의 관계 없애기)

by 조아


“A야! 바르게 앉아!”

B는 수업 중 뒤를 쳐다보고 의자에 걸터앉아 친구와 이야기를 했다. B를 지적했다. 바르게 앉으라고. 그런데 그 아이는 본인이 바로 앉기는커녕

“그래! B야!!!! 바르게 앉았어야지!!”

옆에 있는 아이(B)를 지적한다. B는 수업 태도가 줄곧 태도가 나쁘지 않았다.

다른 아이들의 눈이 A와 B에게로 쏠린다. A와 친한 아이들은 “맞아! B야! 바르게 앉았어야지!”라고 A의 말을 따라한다. 그러고는 빙글빙글 웃는다. B는 익숙한 듯 아무 말을 하지 못한다. A와 그의 친한 아이들은 수업 태도가 더 흐트러진다. 서로를 쳐다보고 키득거린다. 수업 시간 학생들의 태도를 다잡으려 지적했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다. 수업은 더 어수선해지고 수업 중임에도 교사를 보는 학생들이 적었다. 남은 시간 수업을 어떻게 했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사진출처 언스플래시

종종 있는 일이었다. 그걸로 A를 추가로 더 훈계하기도 했다. 네가 혼나는데 왜 가만히 있는 친구를 탓하냐며. 그럼 A는 B도 조금은 움직였는데 왜 자기만 그러냐며 목소리를 더 높였다. A 뿐이 아니었다. A의 친한 친구 C, D, E, F까지 A 편을 들었다. 선생님이 너무하는 거라고 여기저기서 볼멘 소리가 툭툭 나왔다.


“조용히 안 해! 이거 안 한다!”

상황을 종료시키려면 더 인상쓰고 억지스런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소리지르고 협박해야 겨우 목소리를 높이던 아이들이 입을 닫았다. 곧 다시 자기들끼리 눈빛을 교환하더니 키득거린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혼란스러웠다.


화가 났다. 아이들의 태도를 고치려고 훈계한 것 뿐인데 약한 아이가 괜히 더 당했다. 나의 훈계로 약한 아이들이 당하니 내가 잘못한 건지 혼란스러웠다. 그 아이를 보호하려고 말을 덧붙일수록 선생님은 B 편만 든다는 알 수 없는 논리를 내세웠다. 곧이어 선생님은 자기들의 말을 들어주지도 않고 마음대로만 하는 선생님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화를 내면 상황이 악화되니 잘못된 상황에서도 머뭇거리게 되었다. 나의 한 마디가 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 수 없었다. 약한 아이들의 공격거리가 될지. 또 나의 공격거리가 될지. 뒷일이 무서워 훈계가 필요한 상황에서도 멈칫거렸다. 아이들은 내 멈칫거림을 알아챘는지 약한 아이들에 대해 놀리는 행동이 심해졌다. 곧이어 약한 아이들의 몸을 짓누르거나 목을 조르는 등의 힘을 과시하는 행동이 나타났다.


“켁켁”

B가 다른 아이들에게 목이 졸렸다. 그래도 혼낼 수가 없었다. 이렇게 위험한 순간에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밀려왔다. 내일 또 아이들을 바라보기 무서워졌다.

사진출처 언스플래시

코칭이 필요했다. 6학년 지도와 관련한 책까지 출간하신 선생님께 긴급 도움 요청을 했다. 한 시간여 상담 결과 배운 내용은 교사의 언어와 친구의 언어를 바로잡아주라는 말씀이었다.


“A가 B에게 한 말은 지적 또는 꾸지람입니다. 저는 그 말은 교사가 쓰는 말이라고 알려줍니다. 그리고 친구 사이에는 격려, 지지, 응원의 언어를 쓰라고 알려줍니다.”


그랬다. A는 친구들에게 교사의 언어를 쓰고 있었다. 평등의 언어가 아니라 힘의 언어였다. 친구에게 힘의 언어를 쓰니 A에게 힘이 실어진다. 친구에게 교사의 언어를 들은 B는 힘이 더 약해진다. A에게 동조했던 C, D, E, F까지도 교사의 언어에 동조함으로써 힘을 가져간다. 시선은 힘의 방향으로 향한다. 힘이 A에게 가니 B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이 A의 눈치를 보게 된다. 교사에게 있어야 할 힘의 중심이 A에게도 가니 아이들은 교사를 보지 못하고 교사의 말을 듣지 못한다.


교사만이 교사의 언어를 쓸 수 있음을 알려주고, 아이들은 친구로서의 언어를 쓸 수 있도록 선을 긋는 지도가 필요했다.


6학년 아이들은 더 이상 교사의 “이유 없는 명령”에 따르지 않는다. 어른의 권위에 궁금증을 가지고 자신의 생각을 만들어가는 시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어른의 말에 종종 왜요?라는 질문을 던지고 납득되지 않으면 따르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교사의 언어를 가르치는 일도 무작정 “교사가 교사 언어 쓰는 거야.”라고 말하면 따르지 않을 게 분명했다. 아이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만드는 일부터 필요했다.

코칭에서 배운 대로 교사가 되기 위한 과정과 수많은 자격증들 이야기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교사가 되기 위한 과정을 설명한다면 납득할 만한 이유가 될 수 있으리라. 아래는 수업에서 내가 지도한 말이다.


선생님은 초, 중, 고등학교에서 상위권을 유지했어요. 꽤 높은 성적으로 교육 대학교에 입학했고 그 안에서 80여개의 과목을 들은 뒤 2급 정교사 자격증을, 그리고 다시 몇 년 동안 학생을 가르친 뒤 1급 정교사 자격증을 땄어요. 선생님은 그 뒤로도 선생님의 자격을 위해 수많은 연수를 들었지요.

선생님은 여러분을 성장시키는 임무를 부여받은 사람이예요. 좋은 길로 인도하고, 때로 잘못된 행동을 할 때에는 훈육을 하는 임무지요. 그 과정에서 칭찬도 하지만 지적과 꾸지람도 하게 됩니다. 여러분을 바른 길로 이끌기 위한 방법이지요.

그런데 여러분이 선생님의 언어를 쓰는 사람이 있어요. “누구야, 바르게 앉아.” “그래 누구야 어서 해!”라는 말들은 지적과 꾸지람의 말이고 그건 선생님의 말이예요. 여러분은 서로 친구인데 친구 관계를 깨는 말이기도 하죠. 친구 사이에는 응원,지지, 격려의 말을 써야 해요. 그런 말을 쓸 때만이 관계를 만들고 이을 수 있는 말이지요.

사진출처 언스플래시


교사의 말마다 볼멘소리를 내뱉던 아이들이 조용해졌다. 그리고 그 날 A는 한 번도 교사의 언어를 쓰지 않았다. 며칠 뒤 아이들이 한 번씩 교사의 언어를 쓸 때마다 “지적과 꾸지람은 선생님 언어야. 그건 주변을 긴장시키고 친구 관계를 끊는 말이야.”라고 간단히 말해주었다. 아이들은 그 말에 바로 수긍하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A가 교사의 언어를 쓰지 않자 B와 다른 힘이 약했던 아이들의 얼굴에 비로소 웃음이 베어나왔다.


이후 변화는 수업 장면에서도 일어났다. 교사의 힘을 가져가는 학생이 사라지니 교사에게 힘이 생기기 시작했다. 비로소 아이들의 시선이 교사에게 집중되기 시작했다. 비록 수업 중에 장난을 치거나 일어나는 등의 수업 분위기를 해치는 아이들은 있었지만 힘을 가져가는 아이들은 없어 수업이 원활히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교사가 사용할 수 있는 언어와 친구 사이에 사용할 수 있는 언어를 구분짓는 일이 힘의 언어를 바로잡는 방법이었다. 힘의 언어를 바로잡으니 교실 안에서는 서열을 과시하는 일이 줄어들었다. 비로소 서열을 바로잡을 수 있는 첫 번째 발걸음을 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