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가를 냈습니다. 피하는 의미가 아니었습니다.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고 회복할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병가를 내는 건 더 건강한 상태에서 아이들을 상대하기 위함이었습니다.
6학년 아이들은 사춘기가 시작된 아이들이 꽤 있습니다. 아이들 스스로도 하루에도 몇번씩 기분이 바뀔 정도로 감정이 요동치고 흔들립니다. 감정이 흔들리기에 종종 공격적이기도 종종 비이성적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흔들리는 상태기에 교사가 더 단단하고 굳건하며 이성적이어야 합니다. 교사마저 흔들리면 문제가 쉽게 악화됩니다.
최근 개인적인 사정으로 이주간 몸이 아파 기력이 없었습니다. 그러자 학생들에 제 때 적절한 지도를 하지 못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문제행동을 하는 학생들에게 알맞은 때 알맞은 지도를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자 규칙의 힘이 줄어들었습니다. 아이들 사이에 규칙과 약속보다 힘의 논리로 일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교사를 신고한다는 말이 나온 때는 이렇게 제가 이주동안이나 아픈 때였습니다.
병가로 인해 죄책감이 올라올 수 있습니다. 나 대신 보결을 맡아줄 선생님들께 미안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쉬는 일에 대해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쉬는 일은 아이들을 더 건강한 상태에서 만나기 위한 일임을 디시 되새깁니다. 교사가 건강해야 흔들리는 아이들을 이끌 수 있습니다. 교사가 충분히 건강하지 않으면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습니다.
주말 동안 남편에게 양해를 구해 최대한 쉬었습니다. 보고 싶은 티브이 프로그램을 보고, 게임도 하고, 먹고 싶은 매운 음식도 먹었지요.
그리고 병가를 낸 날 병원 다녀온 후 혼자 맛집도 다녀왔습니다. 나에게 가장 맛있는 걸 먹여주고 싶었습니다. 무얼 먹을지 결정하면서, 시간을 내어 그곳으로 가면서, 맛있게 먹고 배 두들기며 나오면서 기분이 한결 나아졌습니다. 기분이 나아지니 에너지가 생겼고 아이들을 마주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조금씩 피어올랐습니다.
하루 병가를 내고 학교를 가니 아이들은 제 눈을 마주치지 않았습니다. 가까이 와서 이야기 나누던 아이들도 멀찌감치 지나가며 할 말만 합니다. 그동안 그래도 따스하던 아이들조차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립니다.
미리 수업을 좀 준비했습니다. 아직은 말로만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어려워 상황에 맞는 수업안을 받아 수업을 운영했습니다.
수업은 감정 다루기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활동1. 그 날의 감정을 포스트잇에 적어 칠판에 붙이기(평온, 불안, 화남의 동심원 위 알맞은 장소에 붙이기)
감정 읽어보며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음을 확인하기
활동2. 신고한다는 말과 도움이 필요해요 말 중 무엇이 관계를 연결하는 말인지 얘기하기
신고할래요는 "선생님은 나쁜 사람이예요"를 단정짓는 말이며 관계를 깨뜨리는 말임을 이야기하기. 신고한다는 말을 도와달라는 말로 바꾸면 대화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음을 알려주기.
마무리. 관계를 연결하는 말이 있는 우리반이 되어보자고 약속하기.
수업은 몇번 삐걱거리거나 멈칫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도 교사인 나도 아직은 긴장상태이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신고한다는 말에 분노로 대응하지 않고 관계를 깨는 말이니 앞으로는 도움으로 바꾸라는 대응은 팽팽했던 긴장감을 조금 누그러뜨렸습니다. 몇몇의 아이들에게서 표정이 안정적으로 바뀌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내 감정에 아직 상처가 남아있긴 하지만 화내고 신고하는 것보다 서로에게 덜 상처주고 나아가는 방법이 된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과 다시 만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활동지에 감정과 그 강정이 나온 속마음을 적는 곳이 있었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그 때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었고 교사에게도 오해가 남아 있는 상태였습니다. 아이들에게 하나하나마다 해명을 해야하나 잠시 고민이 되었습니다.
결국 나를 믿기로 했습니다.
마음을 굳혔습니다. 실눈을 뜨며 바라보는 아이들, 인사하지 않고 지나치는 아이들, 수군거리는 아이들을 보며 마음의 생채기가 나기도 했지만 그래도 흔들리지 않게 다잡았습니다.
내 마음을 다잡는 과정 또한 쉽지 않았습니다. 과거의 학급 아이들과 즐거웠던 기억을 되새기며 나는 이번에도 잘할 거라 가슴을 토닥였습니다. 내가 자존감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해낸 일들을 되새기며 깊은 숨을 내쉬었습니다.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교실은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신고한다는 말은 그 이후로 한번도 없었지만 예전부터 교실 내에 존재했던 문제들이 하나씩 툭툭 튀어나왔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이 모든 건 자신의 힘을 믿음으로써 해결해 나갈 수 있음을 압니다. 나는 단단하기에 다시 또 나아갈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