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심지] 2017, 해야 하지만 하지 않는다

by 두라이크


2017년, 졸업과 동시에 백수 선언을 했다.

취직자리를 걱정하는 부모님에게, 글을 쓰고 싶다 말했다.

딱 1년만 등단을 위해, 시간을 쏟고 싶다고 말했다.

생활비를 지원받을 환경은 아니니, 최소한의 알바를 하면서 시간에 글을 쓰겠다고.

1월, 계획을 세운 달은 언제나 자신감이 넘쳤다.

그해 발표된 신춘문예들을 읽으며, 다음 해 이 지면의 주인공이 나이기를 바랐다.



IMG_6719(1).JPG?type=w773 2017년 제주도 한 달 살기 우도봉에서 일출




학교를 다니는 내내 주말 아르바이트를 했으니, 평일 아르바이트를 하고 글을 쓰는 일은 나에게 너무나 감사한 일이라고,

그러니 나는 당연히 그렇게 멋진 한 해를 보내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나는 나를 너무 믿은 거다.

무작정 쉬니 불안함이 몰려왔다. 취직을 한 친구들,

공부를 이어가는 친구들. 그 사이에서 내가 정말 노력했을 때,

그 끝에 글을 쓰면 안 되는 사람이 되어 있을까 봐.

노력까지 했는데도 형편없는 글을 쓸까 봐 두려웠다.

그렇게 나는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 들어오는 일들을 모두 잡았다.

그렇게 오프라인 방탈출 시나리오나 극본을 쓰고,

큰 회사의 프로젝트에 여러 번 투입되면서,

봄과 여름이 훌쩍 지나갔다.





P20170530_160639540_C8B29C23-9696-414F-9184-14562DE69C41.JPG 2017년 가장 좋아했던 동화 시리즈




2017년 가장 많이 여행을 다녔다.

마치 휴학생처럼 지금의 시간을 온전히 즐겼다.

공연과 전시를 보면서

아주 가끔 동기들과

한 편에 묻어놨던 글 이야기는 이따금씩 했다.

이렇게 안 되겠다 싶어서,

제주도 한 달 살기를 떠났다.

혼자 차단되면, 글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익숙하지 않은 장소에서 한 번도 함께 삶을 공유해 본 적 없는

할머니와 손녀가 함께 사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도저히 할머니를 이해할 수 없을 때 올레길로 뛰쳐나갔다가,

힘들면 다시 할머니 네로 돌아갔다.


그렇게 가을이 될 무렵 불안감이 물씬 올라왔다.

이번 신춘문예에 새로운 글을 써서 낼 수 있을까?

이미 늦었다. 매일 책상에 앉아 퇴고하는 많은 작가들이 있을 텐데.

가을이나 돼서야 신춘문예 생각을 하다니, 심사위원들이 들으면 기절초풍할 이야기

해야 한다,

해야 한다,

계속 다짐만 했더니,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다.

그리고 밤마다 나를 원망하기 시작했다.

두려워서,

글에만 매진하는 내가

글을 좋아하는 내가

잘 쓰지 못하는 사람인 게 탄로 날까 봐





P20170702_162451935_0B60FD8F-B9EF-4EAE-8B42-FC2473FCBC29.JPG 2017 박준 시인 에세이가 나와서 너무 기뻤다. 지금도 좋아하는 박준 시인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하지 않았다.

모든 핑계들을 끌어모아,

그리고 겨울 신춘문예 당선작들이 발표됐고,

나는 내 이름을 실을 수 있는 글을 찾아,

'방송작가'일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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