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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하루 Nov 18. 2018

고양이도 외로움을 탑니다

고양이를 입양하기 전에, 확인해볼까요?

  고양이는 외로움을 타지 않는다는 편견이 있다. 사람에게 매양 달려들고, 애정을 퍼붓고, 매달려 낑낑거리는 강아지에 비해 고양이는 살갑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워낙 도도하고 제 좋을 대로 사는 인생인지라 홀로 내버려둔다 해도 괜찮을 거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고양이도 외로움을 탄다. 그것도 지독하게.


  고양이를 워낙 좋아해서 고양이에 대한 만화를 줄창 읽고, 주의할 점에 대해 이모저모 잡지식을 긁어 모았었던 나와 다르게 엄마 아빠는 고양이가 처음이었다. 솜솜이가 우리 집에 오고 일주일 가량이 흐를 동안 엄마는 고양이가 얼마나 사람을 따르는지에 대해 내 귀가 따가울 정도로 늘어놓았다. 굳이 말해주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었는데.


  솜솜이는 나름 개냥이에 속하는 편이었다. 사람을 크게 겁내지 않고, 졸음이 오기 시작할 때면 자신을 만져주는 걸 즐겼다. 쌩하니 외면하려다가도 장난감 방울 소리만 들리면 쏜살같이 뛰어와서 깃털을 향해 날았다. 그 뿐 아니라 내가 외출했다가 돌아올 때면 자다가도 뛰어나와 나의 안위를 확인했다. 밖에서 혹시라도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닌지 검사하는 모양새였다. 한 입 거리의 생명체가 빨빨거리며 돌아다니는 모습이 정말 가소로울 지경이라 한 번 끌어안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었다.

언니가 집에 오면 호다닥 뛰어나오는 솜솜

  집에 혼자 있었던 것도 아닌데 내가 돌아오면 꼭 주위를 맴돌며 (절대 만지지는 못하게 한다.) 제 좋을 때까지 먀아앙, 울다가 만족스럽게 집으로 들어가 잘 태세를 취했다. 대체 누가 고양이는 외로움을 타지 않는다고 했는가. 이리저리 빼는 몸을 붙잡아다가 오구 그랬어, 언니 보고 싶었어, 하고 얼르다보면 그 따뜻함에 마음이 몽글몽글했다. 이 아이를 그날 데려오지 않았으면 어쩔 뻔 했나, 싶었다.


  솜솜이를 데려오기 전날 나는 대체 무얼 확인하고 챙겨야하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주변에 있는 집사분들께 SOS 문자를 치고, 임기응변으로 주워삼킨 내용들로 솜솜이의 상태를 확인했는데 다행히 분양자 분이 좋은 분이셔서 큰 문제 없이 입양 절차를 밟을 수 있었다. 혹시라도 고양이 입양을 생각하고 계신 분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다음과 같은 내용을 기억하자.


1. 동거인 / 집주인의 동의를 구하였는지! 나와 동거인에게 고양이 알러지는 없는지!

  고양이들에게 '파양'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게 좋다. 주변 환경이 변한다는 것은 당연히 동물들에게도 큰 스트레스인데다가 주인과의 어느 정도 유대 관계가 형성된 이후라면 마음의 상처까지 지고 살아가야 한다. 그러니 새로 생길 가족이 이 곳에서 살 수 있는지에 대한 확인은 필수다.


2. 고양이의 분양처에 대한 정보를 확인했는지!

  펫샵에서 고양이를 입양하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다. 남은 선택지는 가정 분양 혹은 유기묘를 입양하는 것인데, 필자는 개인적으로 둘 중에 무엇을 선택했던 건 아니고 두루두루 찾아보다가 묘연이 느껴지는 아이를 들여오게 되었다. 가정 분양의 경우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 카페를, 유기묘의 경우는 동물 보호 센터 및 포인 핸드를 활용하는 게 좋다. 이 때 가정 분양의 경우는 해당 게시물을 올린 사람이 평상시에 올렸던 게시물이나, 다른 개인정보를 철저히 확인해서 믿을만한 곳인지 확인해야 한다. 입양 계약서의 내용도 꼼꼼히 체크하기.


3. 고양이의 건강 상태 체크 했는지!

  고양이의 건강 상태를 의사도 아닌 우리가 육안으로 확인한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는 건 귀는 깨끗한지, 눈매가 또렷한지, 눈곱이 지나치게 끼거나 코에 무언가 많이 묻어있는 건 아닌지, 그리고 눈 앞에서 물체를 움직일 때 고양이의 반응 속도가 어떤지 정도다. 그 외의 청결 정도나 움직임을 보고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는 만큼은 확인해 두어야 한다.


  그 외에도 고양이를 기를 때는 비용(예방 접종, 검진, 중성화 수술, 사료, 간식, 장난감... 들어갈 돈이 산더미다....) 면과 시간적 측면 (고양이가 외롭지 않게 놀아줄 시간이 충분한지)을 고려해야 한다. 생명을 키운다는 것은 가벼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예쁜 고양이를 보면 충동적이 되어버릴테니, 미리미리 고민해 두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도, 정말 가장 생각해두어야 하는 것, 그러나 의외로 많은 이들이 간과하는 것이 있다. 당신에게 그 아이를 떠나보낼 자신이 있냐는 점이다. 그 아이가 먼저 당신을 떠날 확률이 높은 것은 물론, 그 일이 생각보다 빠르게 일어날 수도 있다. 당신은 당장 몇 십만원의 입원비와 그 아이의 하루치 목숨을 저울질하는 순간에 마주할지도 모르고, 눈물이 줄줄 흐르면서도 만약 아이가 고양이 별로 떠난다면 장례는 어떻게 치뤄야 할지 차가운 머리로 고민하게 될 지도 모른다. 그때 그 잔인한 시간들을 당신이 버틸 수 있을지, 꼭 고민해야만 한다.


고양이는 생각보다 빠르게 우리의 삶에 스며든다. 정말, 정말 빠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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