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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멩리 Apr 05. 2024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신생아가 된 기분이다. 혼자 있을 때 뭐 하냐는 질문을 받았다. 항상 누구랑 같이 있었다. 쉬는 날이면 LA에 갔고 그가 본인 일을 할 동안 나는 그냥 기다렸다. 도피였다. 새로움이 주는 설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직장을 옮기고 옮긴 직장에서 잘리고 새로운 직장을 구할 때. 그냥 있었다. 해준 건 없었지만 내 옆에 있었다. 존재했다. 그가 나를 이용했듯이 나도 그를 이용했는지 모른다. 나에게 집안일을 시키고 요리를 시키고 고양이 화장실 모래까지 치우라고 할 때. 내가 아니라고 말을 못 한다는 사실을 노렸든 노렸지 않든. 불안해하는 나를 신경 쓰지 않고 공포영화만 보러 갈 때. 외로웠던 그는 나를 이용했고 나도 그를 이용했다. 상실을 소화할 시간도 없이 새 사람을 만난 대가는 컸다.



헤어지자 했을 때 그는 알았다 했다. 그러면서 물었다. 왜? 

더 이상 행복하지 않은 것 같아.

그래, 나는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그래도 내 고양이는 맡아 줄거지?



당장 데려가라고, 고양이 네 마리는 너무 지친다고, 화장실에서 냄새가 난다고 했어야 했는데. 또 알겠다 했다. 그는 확실하냐고 되물었다.

너는 너무 변덕스러워.

나는 내가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 너는 마음을 자주 바꿔. 봐, 이것도 난 예상하지 못했다고.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해야 할까. 생각이 많아지는 게 두려워 8시에 잠들고, 데이팅앱을 깔고. 


내 행복을 나보다는 다른 사람에게서 찾으려 했던 것 같아요.

아주 정확하시네요. 이제 본인에게 집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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