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 말한 적이 있다. 나는 내가 선택한 것에 최선을 다할 거라고. 책임을 지는 사람이 되겠다고.
부모님을 선택하진 않았지만 내 아이는 선택했다. 사람 말은 못 해도 충만한 애정을 주는 두 존재, 야리와 메리. 하나는 공원에서, 하나는 보호소에서 입양한 내 전부. 멀리 미국에까지 데려왔는데 엄마가 아직 자리잡지 못해 많이 미안하다. 한국에서는 오메가3며 유산균이며 습식캔이며 아낌없이 먹였는데, 지금은 아파도 바로 병원으로 데려가지도 못하고 며칠 지켜봐야 한다. 며칠씩 자리를 비울 때도 많고 퇴근하면 기절하기 바빠 사냥놀이도 많이 못해줬다. 캣타워도 없어 창문에 올라가서 쉬는 두 아이를 보면 한없이 미안하다가도 좀처럼 아이들을 향해 시간을 내지 못한다.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만 들려도 냥냥 울며 나를 기다리는 걸 알면서도, 저번엔 자동급식기 전원이 꺼졌는데 눈치채지 못해 애들이 하루 굶기까지 했다. 익숙하다고 해서 소홀히 하지 말아야지. 내가 선택한 존재이니 만큼 최선을 다해야지. 나중에 잠시 이별하더라도 후회가 남지 않도록.
메리가 나를 피하는 게 마음에 걸린다. 하루 집을 비웠는데 선반 문이 열려있고 템테이션이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재주껏 열어 트릿을 양껏 훔쳐먹은 것 같은데, 바닥에 구토자국이 많았다. 조금 있다 메리가 꿀렁꿀렁하더니 또 토를 했다. 메리는 자기가 내킬 때만 애교를 부리고 평소에는 내 곁에 잘 오지는 않는데, 어제는 가까이 다가가니 소리를 내며 피했다. 그가 물었다. 너 메리한테 뭐 잘못했어? 아니, 나 아무것도 안 했는데. 고양이들은 아프면 예민해지니, 아픈 건가 싶다가도 야리와 뒤엉켜 노는 걸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은데. 저번에 서랍에 들어간 걸 강제로 꺼내려고 했더니 하악질을 하던데, 아직도 삐친 건가. 지켜봐야겠다.
야리, 메리. 엄마가 맨날 하는 말이지만, 정말로 더 잘할게. 조금만 기다려줘. 돈도 많이 벌어서 더 넓은 집에서 마음껏 뛰어놀게 할게. 수직공간도 많이 만들어줄게. 내가 너희들의 전부인 만큼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쏟을게. 아프지 말고, 아프면 많이 티를 내줘.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