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닝 포인트: 9/11 그리고 테러와의 전쟁
다시 누군가가 미워졌다. 한 가진 명확했다. 똑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먼 미래를 그린다. 나무와 나와 뽀야뽀와 비슷한 이름일 고양이. 그거면 됐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정성을 쏟겠다. 내 가치를 지키겠다. 세상이 점토마냥 흐물해진다.
2021.09.20
누군가를 죽도록 미워한 적이 있었다. 나에게 회복할 수 없는 고통을 준 사람이었다. 나에겐 그 사람을 미워할 수천 가지의 이유가 있었고, 나는 진심으로 그의 불행을 빌었다.
세계 최고의 부자라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몇 가지 없다. 용서, 혹은 복수.
아잔 브라흐마의 '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에서는 이런 일화가 나온다. 어느 왕은 악취를 풍기고 심보가 고약한 방문객을 맞게 된다. 신하들이 그를 미움으로 대접하자 그는 아주 몸집이 커져 날뛰었고, 그에게 호의를 베풀자 알맞은 크기로 변해 결국 사라졌다.
복수는 드라마, 영화, 소설 등 모든 창작물에서 흔한 소재다. 문제는 복수가 그리 깔끔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복수는 대개 또 다른 복수를 낳는다.
미국은 9/11 테러로 수많은 무고한 사람을 잃었고 상대에게 복수를 결심했다. 테러는 전 세계에 큰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미국이 분노한 것은 당연했다. 문제는 합리성이었다. 감정이 고양된 상태에서 내린 결정은 논리가 부족할 확률이 높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미국은 복수에 성공했다. 주범인 오사마 빈 라덴과 테러 관련자들을 모두 처단했다. 그러나 이는 몇 십만 명의 희생 위에서 이루어졌다. 미국은 자국민을 도청하고 집을 수색했으며, 포로들에게 어떠한 법적인 권리도 주지 않았다. 현재 미군이 철수한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탈레반이 다시 패권을 잡고, 시위대를 총알로 진압하고 있다.
신채호는 민족주의가 제국주의로 변질되는 것을 경계했다. 일단 독립을 성취하고 나서 일어나는 민족주의 운동은, 자국과 자기 민족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제국주의적 침략주의로 발전할 수 있다며 아나키즘을 주장했다. 갑자기 이 내용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내가 누군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았다면, 다시 되갚아주는 것만이 해결 방법인가? 너무 고통스럽고 상대를 절대 이해할 수 없다. 상대는 나를, 혹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아프게 했으며 전혀 반성도 하지 않고 있다. 그럼 나는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하는가?
복수를 할 때에는 내가 그 사람과 똑같은 사람이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문제는 그게 잘 되지 않는다는 거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아잔 브라흐마의 이야기를 새기곤 한다. 까맣고 썩은 내를 풍기는 미움을 향해, 나는 두 팔을 열어젖힌다. 내가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나도 살아야 한다. 미움이 서서히 다가온다. 척척 거리는 소리를 내며, 두 발을 질질 끌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