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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만에 퇴사했다

알고 보니 바이럴마케팅회사

by 돌멩리

광고대행사 다녔다. 비딩 제안서 작성, 기업 SNS 관리, 미팅 참석, 기업 포스터/캐치프레이즈/슬로건 작성, 페이스북 광고 등 맡았다.


새 회사 잡코리아 포지션 제안으로 알게 되었다. '작가' 업무로 날 원한다고 했고, 면접 보러 갔다. 내 이력 설명했는데 이런 역량이 있는 건 알겠고 '업무가 숙련되면' 다른 업무도 하게 해준다고 했다.


4일 동안 한 건 보도기사 대필, 그리고 블로그랑 카페 바이럴 글 작성이었다. 어떤 회사가 키워드 제시하면 그걸 넣어서 쓰는 건데, 세상 돌아가는 이치 알았다. 카페 혹은 블로그에 영혼 없는 글들 다 바이럴마케팅회사 작품이었고 댓글까지도 다 조작이었다. '언니', '룸메이트', '사촌언니' 추천이라면 80% 이상 거짓이라고 보면 된다. 글 10개 작성하면서 "이거 불법 아냐?"라는 생각 먼저 들었으며, 회사가 00만 원씩 과태료를 분할 납부하고 있다는 것도 봤다.


블로그 관리는 vpn 우회해서 아이피 바꿔 작성하는 게 규칙이었고 여기서부터 표정관리가 안 되기 시작했다. 남 속이는 짓 하고 싶지 않았다. 이건 '콘텐츠'도 '광고'도 아니다. 생각 확고해졌다.


정당한 퇴사 절차 밟아 나왔다. 이런 일 익숙한 듯했다. 날 대체할 사람 다음 주 월요일에 온다.


연봉 높아 입사했다. 일 하면서 내내 불행했다. 왕복 3시간 지하철에서 공황도 왔다. 시간이 정말 가지 않았다. 바이럴마케팅회사가 아니라 '광고 대행사' 들어가고 싶었다. 여긴 비딩 제안서를 작성하지 않는단다. 당연하다. 보도기사 대필과 바이럴마케팅으로 어마어마하게 버는데 굳이 몇 천만 원짜리 입찰 참여할 이유 없다. 인력도 없다. 대필하는 사람 많을수록 많이 버는데 굳이 제안서 작성 팀을 꾸릴 이유 없다.


4일 만에 퇴사라니. 4일이 4년처럼 느껴졌다. 학교로 돌아가려 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 찾았다. 매일 새로운 일 하고 싶다. '광고' 하고 싶다. 내 앞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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