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회 : 지구와 7대 불가사의
대개 사람들은 어떤 종교를 가지고 있던 지간에 인간의 운명은 윤회한다는 가설을 믿는다. 그래서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라던지 '그러다 지옥 가서 벌 받는다', '그러다 다음 생에 개미로 태어난다' 같은 말을 한다. 본능에 내재되어있는 듯 아주 자연스럽게. 나 또한 윤회사상을 격렬히 지지한다.
나아가 지구도 윤회에 따라 순환하고 있다는 설을 믿는다. 이 크지만 작은 행성이 가진 일생의 에너지를 모두 쓰면 지구에 멸망이 들이닥치고, 모든 것은 다시 무(無)의 상태로 돌아가며, 노아의 방주를 탄 몇몇 인간들이 살아남아 다시 원시로 회귀한다는 이야기를 믿고 있다.
이 생각을 할 때 나는 창밖에 보이는 까만 밤을 커튼으로 가리고 침대에 드러누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고양이]를 읽고 있었다. 제3의 눈을 가진 샴고양이, 피타고라스가 귀여운 바스테트에게 고양이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나는 피라미드를 머릿속으로 그렸고, 인간의 역사를 생각했고 책을 덮으며 나 홀로 상념에 잠겼다.
얕은 공상은 '세계의 7대 불가사의로 꼽히는 건축물은 혹시 지구가 순환했다는 것의 반증이 아닐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된다. 지구는 불사조 같은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는 전제하에, 한 번의 생을 마무리하고 다음 생을 맞이할 때가 되면 인간들을 털어낸 뒤 수 천년에 걸쳐 재탄생하는 것이다.
지구는 최선을 다해 모든 것을 박멸하려 하겠지만 그 와중에서도 살아남은 생명이 분명 있을 것이다. 방주에 탑승했거나, 방공호에서 쥐 죽은 듯 있었거나, 혹은 신의 선택을 받아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피조물이 살아남는다. 고로 기술과 자원은 초기화되어도 생존한 생명들의 지능이 아직 존재하게 된다.
순환의 과도기를 마치고 생태계가 모두 회복이 되면 이제 지구의 시간은 끈질기게 남아있던 구시대의 인간을 나이 들게 하여 끝내 삭제해버린다. 자신의 결말을 아는 구시대의 인간들은 자손을 남기고 그들에게 지혜를 넘겨준다.
모든 것은 '0'이 된 원시의 시대. 생명들은 선사부터 역사를 다시 써 내려간다. 선조에게 넘겨받은 지혜는 입에서 입을 거치고 시간의 강을 끊임없이 건너며 희석되어간다. 지혜가 희석되기 전, 그들의 현명함은 상상도 못할 무게의 돌을 끌어올리고, 숱한 세월에도 스러지지 않는 건축물이 되어 지금까지 남겨졌다. 인류의 지혜는 그렇게 박제되어 있다.
한밤의 짧은 생각이 수많은 생각을 낳았고, 거대한 우주와 사상의 압박을 이기지못하고 생각을 정리하지 못한채 나는 생각을 끝마쳤다.
물론 이 기록은 과거의 인류에게 지혜가 있었음을 부정하기 위함이 아니다. 또한 위대한 건축물과 고대 양식들이 전대(前代)에 있던 지혜의 잔류이지, 고대인의 아이디어가 위대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어디까지나 '윤회'와 '순환'이, 불가사의한 건축물들로 꽤 그럴듯하게 증명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흥미롭기에 남겨두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많은 이의 심증이 가득하나 물증이 없다는 게 아쉽긴 하지만.
그날 밤 나는 모든 생각을 마치고는 홀로 연구를 끝낸 것 마냥 뿌듯해하며, 이 즐거운 상념의 시간을 나에게 선사해준 작고 똑똑한 샴고양이와 윤회에 대해 이야기하는 나의 모습을 상상하며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