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재미없다

by ED


고등학교 때 같이 게임을 하던 친구의 닉네임이었다. 나는 17살이었고 걔는 19살인가 그랬고 중국인이었다. 중국인인데 어떤 사연이 있어 한국에 왔는 지 모르겠지만 닉네임이 인생이재미없다였고 나는 인생이라고 불렀다. 서투른 한국말을 하는 게 귀여웠고 재미있었다. 17살이 인생이 재미없고 19살의 걔도 재미가 없었으니 게임은 재미 있었을까. 테일즈 위버를 거의 5-6년을 했는 데 3년정도 같이 했다. 우리가 실제로 만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만났으면 그렇게 오래 못했겠지. 인생이만 중국사람 이었고 나머지는 한국 사람들이었다. 한국 사람들은 실제로 만나기도 하고 친해지기도 해서 지금까지 연락하는 언니도 있다. 지금은 우리 다 안하지만 추억때문에 이따금 들어가보긴 한다. 그 게임에서 친해진 애들 중에 남자애 한 명이 고양이 맡아달라고 해서 지금 친정집에 있는 둥이도 키우게 됐으니 나에겐 사연 많은 게임이다. 서른이 넘기 전에도 문득 과거를 곱씹어보면 무엇이 재미있었나 싶은데. 여전히. 뭐가 재밌다고 말할 순 없다. 나야말로 인생이 재미 없기 때문에 어떻게든 재미있고 행복하게 살아보려고 무엇이든 해보겠다고 하는거 아닐까. 아무리 살아도 모르겠으니까. 하루를 굉장히 소중히 보내고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도 많고, 나름대로 고양이들도 열심히 돌보고 있고, 일도 하고, 공부도 하지만 여전히 무료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무엇을 하든 그렇겠지. 그래서 게임을 할까. 게임을 하는 것 자체가 재밌는 게 아니라 게임에서 사람들을 만나는게 재밌었다. 요즘엔 혼자 하는 닌텐도를 더 많이 하긴 했지만. MBTI는 ENFJ이지만 E와I의 비율이 거의 반반이다. 사람들마다 가지고 있는 정도의 차이라고 하지만 난 비슷하다. 어렸을 때는 더 외향적이었는데 나이들면서 내향적으로 변했다.

그건 사람에 대한 실망감이 커서 라고 생각한다. 사람을 쉽게 믿고 마음을 내주었기 때문에 받은 상처가 너무 커서. 아무에게나 경계심 없이 잘해주니까 바보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때론 그때의 내가 그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지금은 가질 수 없는 마음이고 할 수 없는 행동들이 너무 많다. 시절의 부분은 가지고 있지만 같지는 않지. 그저 하루. 오늘 하루. 청소를 열심히 했다. 기분이 나아지지 않는다. 여전히 아무것도 재미가 없다. 창작만이 유일하게 재미있을까? 생각하는 건 재밌다. 구상하는 것도 재밌다. 막 초고를 쓰는 것도 재밌다. 그 다음부터 재미 없고 괴롭다. 읽는 것도 때로는 괴롭다. 지금 잠이 안오는 것도 마찬가지로 괴롭다. 글을 어떻게 구성할까 생각하지만 글만큼은 정리해서 주제를 정해서 쓸 수 없다. 그렇게 쓰는 걸 원하지 않아서. 자유롭게 내뱉고 싶으니까. 이것마저 억제한다면 폭발할거야. 이건 이대로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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