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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눈을 뜬 터크는 토마스와 토마스의 가족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그는 새벽내내 신열에 시달리며 악몽을 꿨다. 눈 앞에 먼저 간 동료들이 아른거렸다. 동료들 외에도 피를 흘리거나 목을 매단 사람들이 나오기도 했다. 평소 같았으면 눈하나 깜짝 하지도 않았을 터크였지만 쇠약해진 상태에서 그런 사람들을 보는 일은 여간 힘든일이 아니었다. 식은 땀을 흘리면서 헛소리를 외칠 때마다 토마스의 여동생이 옆에서 자신의 고양이를 돌보듯 정성스레 돌봐주었다고 했다. 따로 감사인사를 전하려고 했으나 정작 그녀는 보이지 않았고 출처를 묻자 일 때문에 따로 나가 살고 있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눈물이 살짝 비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터크는 남의일처럼 느껴지지 않았고 자신이 농장으로 돌아가게 되면 그 일이 곧 키티에게 닥칠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가야하는 지 의문이 들었다. 문득 터크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생각을 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공장에서 일을 하다 죽는 수많은 동료들을 보았으며, 그 자신도 그런 사람이 되기 직전이었고, 자신을 데려온 토마스도 그럴 수 있었다. 자신이 농장으로 돌아간다면 키티 또한 그렇게 살다 죽을 것이고 우리의 삶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가. 악몽 속에서 나오는 사람들은 나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가, 이제 한번쯤 말을 들어볼 때가 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보게, 토마스. 자네는 앞으로도 공장에 계속 나갈 생각인가? 난 더이상 공장에 나갈 몸도 되지 않지만, 농장으로 돌아가도 별반 다를바가 없네. 농장에 돌아가도 내 동생이 할 일도 눈에 선한 데, 내가 할 수 있는 다른 일은 없을까, 염치 불구하고 좀 부탁하네.” 토마스는 머리를 긁으면서 난처한 듯 말했다. “실은 그게 나도 곧 공장을 그만 둘 생각이긴 했네. 동생일도 그렇고, 더 이상 버티기 힘든 부분도 있고 가족끼리 사업을 하나 할 생각이긴 했는데, 근데 이건 가족들한테 상의해야할 것 같네만 괜찮지 않을까 싶어. 자네 하나만이라면. 그런데, 여동생일은 괜찮겠나? 고향에 남겨두고 오면...” 터크는 잠시 고민했다. “내가 다시 농장으로 돌아가서 일을 돕는 것보다 이곳에서 돈을 부쳐주는 일이 동생에게 더 나은일일거야. 그럼 동생은 적어도 농장에는 남아있겠지. 난 그렇게 믿는다네.” “자네만 그렇게 생각한다면야, 내가 부모님께 적극적으로 말해보겠네.” 터크는 성마른 목소리로 토마스의 손을 꼭 붙잡고 부탁했다. 지독한 삶을 벗어나기 위해 누군가의 손을 잡을 수 있는 다는 건 정말 엄청난 행운이었다. 게다가 그 사람은 자신을 살려준 은인이기도 했다.